이년 전 남긴 일기
헤어진 이후로 만난적 없지만 아직도 많이 보고싶네
19.10.16
우리가 헤어진지 벌써 일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네이버 클라우드, 콰이에 들어가 보니 일년 전 너와 나의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돌이켜보면 너와 나는 우연히라도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향이 충남인 나, 포항인 너 거리가 꽤 있는편이였다.
첫 만남은 천안의 한 클럽에서 였다. 너와 난 첫 클럽이라 많이 어색해있었다.
사실 난 너에게 한눈에 반했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였지만 무슨 말이든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너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사람이었다.
나를 봐주러 낯선 지역까지 찾아와준 너한테 너무 고마웠고, 하나하나 챙겨주는 세심함에 또 한번 반했다.
결국 우린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장거리 연애는 처음이라 처음엔 보고싶어도 못 보는게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달에 한번, 두 번 만나는 것이 익숙해져 만나는 날만 되면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아침까지 밤을 샜던 적이 많았다.
나도 내가 너한테 이렇게 깊게 빠질것이라곤 그땐 생각도 못했다.
너를 만나는 날이면 만나서 무엇을 할지.. 무슨 말을 먼저 꺼낼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만나면 너무 설레어 아무 말이나 했었다. 너를 만나러간 5월 14일 그날은 로즈 데이 였다. 이틀 전 미리 꽃집에 연락을하여 장미꽃 10송이를 예약했다.
포장지도 내가 직접 골랐고, 꽃집 언니한테 남자친구한테 선물하는거니 예쁜 꽃들로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은색 포장지에 속지는 흰색으로, 다른 사람이 볼땐 ‘별로 안예뻤을것같은데? 차라리 핑크색으로 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새빨간 장미꽃에 검은색 포장지. 너와 참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로즈 데이날 너는 야간근무였다. 오후 4시면 일을 하러 가야하니 나는 아침 일찍 천안행 버스를 탔고.처음 가보는 너의 숙소 앞까지 가면서 아직 자고 있는 너는 나를 보면 얼마나 놀랄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했었다.
너를 만나 꽃과 편지를 전해 줬을땐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고맙다고 했다.
그때 그렇게 밝게 웃는 모습이 아직도 내 마음속엔 남아있다.
꽃 선물을 처음 받아본 너는 급한대로 페트병을 잘라 꽃이 오래 살 수 있도록 설탕을 넣은 물에 꽃들을 담아 나에게 사진을 보내줬었다.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이 나에게 다 전달이 됬었다.
그 이후 너를 만날 때 마다 예쁜 꽃과 편지를 선물했다.
그러다 나한테 처음으로 선물해준 리시안셔스 꽃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였다.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말린 꽃잎과 포장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방에 간직하고 있다.
장거리 연애라 자주 만날 수가 없어 만날 때마다 다른 지역으로 데이트를 했다.
서산에 있는 카라반도 가보고, 나한텐 익숙하지만 포항에 거주하던 너는 익숙하지 않은 롯데월드,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경주의 캘리포니아비치, 포항, 마지막으로 제주도.
제주도를 갔던 날은 정말 잊지 못한다. 너에 대한 속마음도 들었고, 같이 탔던 비행기, 제주도에서 두 번이나 먹은 짬뽕집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아침에 김만복에 들러 해변 앞에서 얘기하던 우리 모습, 좁은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카페의 고양이를 예뻐하던 너의 모습, 같이 물놀이 하던 모습, 성이시돌 목장에 들러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지나가다 본 왕따나무 앞에서 같이 추억을 남겼던 우리 모습들이 나한텐 아직 다 생생히 남아있다.
사실 너와 헤어지고 제주도가 너무 생각이나 혼자 갈비 짬뽕집으로 향했었던 적이 있다.
근데 웃기게도 너와 같이 먹던 그 맛이 아니였다. 그땐 함께하여 다 즐겁고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다시 만나진 못한다는건 나도 잘 안다. 그래도 우리가 몇 년 뒤 우연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다. 많이 보고싶었고, 정말 고마웠다고, 많이 사랑했고, 내가 많이 못난 사람이라 상처 준 것도 미안하고,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못해줘서 정말 미안했다고.
마주치더라도 나는 다시 만나보자고는 못할것 같다. 내 욕심인 것을 아니까. 내가 상처를 줬으니까.
거리가 멀다보니 내가 힘든 일이 생겼을때 바로 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이별을 말한 너지만 지금도 안다.
서로를 많이 아꼈고, 서로의 행복을 바랬으니까.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져야하는 그런 이유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달달한 우리였는데 새드엔딩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많이 보고싶다.
이렇게 서로 거리가 먼 우리가 만났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그런 연애였지만 표현이 서툰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법, 자존심이 쌘 나에게 사과하는 법도 알려준 가장 특별한 사람이였고, 행복했던 추억을 선물해준 너에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