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절?
쓰니
|2021.09.03 02:11
조회 29,573 |추천 40
십여년전 대학교는 집하고 멀리 있는곳에서 생활했는데, 대학교 졸업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완전 아작이나있었어요.
원래부터 그렇게 화목하진 않았지만, 부모님 둘다 밖에서 바람난건지뭔지 딴짓하고 다녔던걸로 추측되고, 직장인 아빠와 주부엄마는 아빠의 갈굼에 못견디고 엄마가 야반도주 해버리듯 집을 나갔습니다.
전기 기술을 갖고도 평생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프리랜서처럼 일당, 영세 사업자 생활했던 아빠는 그때쯤 계약이 다 되어서 백수상태가 되었고 짤막한 공사장 일 들어오는 것만 했어요.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는 틈틈히 성인 오락실 오가고 있었습니다.
망한집안의 가장이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대학교 졸업하고 시험합격하고 집에와보니 집안 꼴은 말도아니고 아빠는 폐인처럼 느껴졌어요.
비극은 그때부터인것 같습니다. 고향집 근처로 직장 발령이 나서 집에 들어와서 살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9년전 첫월급 167만원.. 그때쯤엔 꾸준히 월급 아껴가면서 학자금대출도 다갚고 그동안 못누리던 돈쓰는맛도 느껴보고, 그리고 저축도 나름 평범하게는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식비나 아파트관리비나 항상 돈을 제가 썼고요. 그러다보니 풍족하진 않았습니다. 월급 빠듯하게 쓰이다보니 낡은 티비 소파, 요즘엔 필수품이 되어버린 에어컨처럼 남들 사는 물건들을 구비할 여력은 안생기더군요. 그래도 이십대 중후반 까지는 젊음이라는 자신감 있어서그런지 요즘처럼 버겁진 않았습니다.
아빠는 그런데 점점 더 안좋아졌어요. 분야가 현장 기술직인데 얘기들어보면 나이는 늙어가고 힘은 빠지는데.. 일당 보수는 받던대로 받아야겠고 현장관련된 사람들하고 싸우고 욕하고 나오기 일수고..
그런데 사람이 일은하기싫고 돈은 많이벌고싶은 생각 자주하잖아요.
아빠가 얼마있지도 않은 돈(천)에 집담보로 대출(이천)해서 저의 돈(이천)까지 꿔다가 불법오락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성인오락실서 알게됐다는 동업자란 사람이랑 같이 계약서 한장도 없이요. 그렇게나 뜯어말렸는데 본인이 다 알아서 한다는 말만 내뱉고요.그렇게 저의 돈은 증발해버렸습니다. 이십대를 찌질하게 살면서 모은돈인데.. 진짜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도 오천중에 이천은 받았던 모양인데, 워낙에 이자비싼 캐피탈로 이천 대출 땡겨왔던터라 그거 부터 얼른 중도상환하고 걍 내가 효도한샘치고 잊자고 생각하고 잊었습니다. (그런데 중도상환 안한건 함정)
그리고 아빠는 얼마뒤 또 어떤 사람에게 채석장 덤프트럭 운전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해보겠다고 갔습니다. 회사 직원으로 트럭운전하면 빡세긴해도 월300은 된다더군요. 그런데 중고트럭을 사서 중소사업자로 등록해서운전하면 월800까지도 벌수있다고 얘기를듣고나선 중고차 구입해서 일하겠다고 하는겁니다. 저는 이번에도 결사반대했습니다. 1도르는 분야에 어떻게 삼천들여서 막 하느냐, 월급으로1년은 생활해보고나서 판단하라고 했지만 결국 집 담보로 대출받아서 중고트럭 구매하고 일하는겁니다.
처음 몇달은 고생해서 일한만큼 마진이 남는거같았습니다. 그런데 가면갈수록 같이 사무실쓰는 운전사들하고 트러블나고, 배차해주는 일감도 줄고, 차는 고장이 잦아져서 일못뛰는 일수가늘어나고, 트럭 수리비는 점점 올라가고.. (이것저것 다 뜯어고치고나서도 나중에 보니 기름탱크에 휴지며 천쪼가리며 쓰레기들이 발견됐는데, 아마도 악감정의 사람들이 차에 해코지한게 큰 원인인거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돈이 다 떨어진 아빠는 점점 수리비라고 몇십만원 혹은 백단위의 돈을 저에게 나중에갚는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니깐, 정말힘드니깐 그렇겠지, 그래도 가족인데... 넘어갔던 금액이 쌓이고 쌓였고 결과적으론 내가 등신이었어요. 나는 검소하게 사는데 왜이렇게 수중에 돈이 모이지않나 고민하던 날들은 길어졌고요.
올해초 결국 감당못할 트럭은 중고로 다시 되팔았고, 트럭 판 값으로 대출 상환하면 이제 끝이겠구나!싶었죠. 근데 그때쯤 아빠는 급성심근경색에 심정지가오면서 쓰러졌고. 그러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립니다. 제가 아빠의 채무 상태를 다 알게되었어요.
내가 몫돈생길때마다 중도상환하라고했던 주택담보대출은 하나도 상환 안되어있는 채로 10년만기로 금리5퍼이상으로 다달히 60만원남짓씩 빠져나가고 있었고, 이미 마이너스 통장 500만원은 한도 초과돼서 신용불량자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차를 팔았으면 돈이 생겨야되는게 당연한건데.. 받은돈은 이미 다 쓰고 없고 중개인에게 떼어줄 돈이 없어서 제돈 300만원들어서 차 해결이 됐네요.
다행히 아빠는 죽다살아나서 반년이 지났고 회복한 상태지만 화가 너무 화가납니다. 내가 지난 9년동안 식비 관리비 가스비 다 내다시피하고살았고, 근 3년동안만 요구한돈만 은행계좌 정산해보니 아빠에게 4700만원을 줬더군요.
그리고 아빠는 트럭수리비를 신용카드로 얼마나 대책없이 할부로 긁었길래 마이너스통장한도 가득차서 현재 대출금 보험금 통신비 내질못해서 집에 수시로 딱지붙어있고요.(주차 위반지역에 주차 말라고 얘기했는데 불법주차 벌금으로으로 삼십만원 나왔을때는 진짜 살인충동 올라왔습니다.)
정신이 아뿔사 해지는게 지금이라도 돈관리 철저히 해야겠구나 생각들면서 7월에 아빠랑 한판 붙었고, 실업급여 월 160만원나오면 생활비 보탤것, 용돈으로 얼마까지만쓰고 나머진 마이너스통장 메꿀것 꼼꼼히 계획세웠는데 하나도 지켜지지가 않습니다.
몸좀 회복하고나선 대리운전 사무실이라고 아침부터나가선 밤늦게들어오는데 처음엔 측은하기도 하고 마음이 쫌 복잡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보니 죽다산사람이 다시 담배냄새나 품기고있고 돈은 여전히 없고 현금인출 이력만 있네요. 현금인출해서 대리운전 사무실이란 곳에서 훌라판 벌리고 있는 것 같은데, 폰 문자로 오는 돈 사용내역 보자하면 니가 왜그러냐고 되려 짜증입니다.
말로는 택시 자격증 따서 그거 월급으로 지낼거다라고 왜이렇게 사람 못살게 들들 볶냐하며 성내는데, 칠월팔월 두번다 시험떨어져서 어느세월에 자격증딴댑니까..
죽다살아난지 반년이 지났으면, 빚이 있으면, 그리고 자식 등골 빨아먹은게 있다면... 미안해서라도 실업급여 받으면서 슬슬 소일거리라도 하면서 돈벌어서 시간아깝지않게 살아야하는거 아닙니까..
이게 사람인가 싶습니다.
자기 하고싶은대로 쓸거다쓰고 나서 빚쟁이가 된 아빠생각하면 너무너무 한심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나를대하는 말투와 행동에서 자식에대한 미안함이아니라, 내가 늙고 약해지니깐 애새끼가 머리좀컸다고 자길 구박하고 타박한다생각하는 화와 짜증이 느껴지고요.
엊그제는 보험비 밀렸다고연락오는거 아빠가 조치없이 계속 연락피해서 나한테까지 전화와서 이십만원 보험비 대신 냈네요.(병원비돌려받을거만없었어도 하..)
술들어가서 취하면 내가 몬 난리피울까봐 술도 안마신지 꽤 됐고, 담배는 스트레스가 늘어서인지 이틀에 한갑꼴로 태우고, 외식은 거의 없이 집에서 해먹고, 옷도 안사고, 차도항상 연비주행 신경씁니다. 취미라곤 헬스장 1년회원권 사서 운동다니고요. 그렇게 살아왔어요 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이 서른넷 남자 직장9년차 월실수령270 바로쓸수있는돈 1500 장기로묶인돈3500 중고차 천만원짜리 한대 미혼에 여친 없음..
이게 나의 현실입니다. 여유가생겨야되는데 여유는커녕 늙어가니 자신감은 더 떨어지네요.
장가가고 애기낳고 집사고 차사고 가전바꾸고 그 모든 기회와 가능성의 기반이 돈인데...
자식은 돈한푼아껴보겠다고 그지같이 궁상맞게 아껴쓴다고 이렇게 살고있는데..
ㅜ아빠가 자기하고싶은대로 무지성으로 쓰고다닌거 생각하면 너무 열받고, 변화의 가능성도 안보인단게 더 열받습니다.
아빠한테 들어간 내 젊은 날의 찌질함이 녹아든 그 피같은 돈..
돈없어서 내 자존심에 말 못하고 붙잡지 못하고 보낸 인연들..
돈없어서 갖고싶어도 포기할수밖에 없었던 물건들..
돈없어서 자산 키울수 있었던 그 기회들..
눈물날거같아요 진짜.
망한집안에 더럽게 비벼져서 내 인생까지 나락가는거 같습니다. 부모 손절이 답인거겠죠...?
- 베플ㅇ|2021.09.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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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아버지와 인연 끊고 살 수 있나요? 이제껏 깨진 장독에 물 채워왔던 건 무슨 이유였나요 혹시 이번 고비만 넘기면 이번 문제만 해결하면 아버지께서 정신 차리고 아비 노릇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가요? 흠.. 어머님이 손절한 그 타이밍에 님도 그냥 님 살길 찾았어야 했는데 늦었군요. 급성심근경색이든 뭐든 일단 이제 병 왔으니 아버지는 더이상 경제활동해서 빚을 갚고 이런 기대보다는 이제부터 들어갈 병원비 걱정이 더 현실적일 겁니다. 지금도 빚인데 앞으로 그 빚을 청산할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으시고 그 빚을 물려받지 않을 궁리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쓰니님 많지 않은 월급 받아서 아버지랑 님 두 식구 살림 살아내고 아버지 사고친거 틈틈이 막아내면서 작은 돈이나마 당장 쓸수 잇는 돈 1500까지 모아놨으면 님은 인생 잘못 산거 하나도 없고 진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착실하게 살았다는 걸 증명해 낸 거예요. 진짜 고생 많았어요. 지금이라도 주변 정리 진행해서 님 인생 님을 위해서 오롯이 살도록 해요. 여자친구도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님 인생을 바로 세우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인연이 나타날 수도 있지요. 아버지를 위해 그렇게 고생한 거 이제는 님 스스로를 위해서 애쓰세요. 진짜 애썼어요.
- 베플와|2021.09.0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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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읽으니까 가난한집에서는 가난한인생밖에 생길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드네요...게으르고 인생의한방에 기대품고사는거 거의 비슷한거 같아요 망가진 인생패턴...욕하는게아니고요 우리집도 크게다를건 없지만 나도 글쓴님 인생도 안쓰러워서 그래요. 그집에서 나오시고 독하게 연락 끊으시고요 채무변제 해주지 마세요 그정도 해줬으면 다해준거죠 젊을때 인생기반잡아야 할 중요한돈을 허공에 다날리고도 또 돈달라하는게 부모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