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집안 막내라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때 꼬박꼬박 친정집 가고 한달에 한번꼴로 제사가 있는 집안입니다. 전 남들 좋다고 좋다고 하는 명절이나 가족행사가 너무 싫어요.
아직 결혼 생각도 못해본 20 초반인데도 엄마 시집생활 하는걸 보면 진저리가 나요. 제사음식 재료 준비하는거 전부 우리집에서 해요. 계란 식용유 두부 고기 과일.... 전부 준비하면 돈 많이 나간다고 엄마가 한숨쉬네요. 그렇게 좋은 재료로 준비 안해가면 할머니 대발노발하시고 준비 해가도 큰엄마가 수고했다고 재료비 5만원 줍니다. 제사 준비비용에 할머니 할아버지 용돈까지 해서 친가댁쪽 다녀오면 돈이 그냥 지갑에 구멍나는 수준으로 깨져요.
궁금한게 다른집에서도 친가댁 용돈을 달에 40에 제사나 모임때마다 용돈수준으로 15~30만원씩 드려요?? 아빠가 막내이고 아무 지원도 못받았다고 한탄했어요. 첫째형은 대학보내고 학원에 과외에 돈 전부 들이부었는데 아빤 어쩌다 태어나서 그냥 데리고 산 아이랬는데 어찌저찌 잘 사는거 보고 그때부터 용돈 내놓아라 하는게 제 눈에는 보여요.
달에 한번씩 제사준비에... 명절, 가족모임에 할머니 할아버지 병원이라도 한번 가시면 그 주에 꼭 찾아뵈서 몸 어떠시냐 묻고 밥 한번 지어드리고 용돈 쥐어드리고 돌아와야해요 엄마는 20년을 넘게 그렇게 사시네요.
이 글을 쓴 이유는... 저는 이제 대학생이고 제 삶을 살고싶어요.
니 엄마는 그대로 두고 너만 쏙 빠지고 싶냐??? 이런소리 나올거 너무 잘 아는데.... 그냥 지쳐요.
20년을 엄마따라 친가댁 가면서 제사준비했어요. 전 부치면서 너는 살 언제빼니 여자애가 뚱뚱하면 복안들어온다.... 계속 그렇게 살았어요 저도.
서러웠어요. 내가 전 부치고 설거지 하면서 왜 돼지처럼 쳐먹어서 저렇게 애를 망쳐놨냐는 엄마 꾸중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왜 우리엄마는 계속 그걸 듣고만 있나요. 왜 우리 아빠는 아무런 방어도 해주지 않나요...
제 동생은 저보다 뚱뚱해요. 그래서 걔가 친가댁 오면 난리가 납니다. 엄마랑 저보고 애한테 뭘 먹였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요. 그래서 걔는 그냥 집에 두고 다녀요 그게 더 속이 편하니깐요. 정말 신기한건 제가 20년 넘게 살면서 가족 행사 있을때마다 공부한다고 하루 빠졌을때는 그렇게 절 나쁜애로 몰아가더니 뚱뚱한 동생은 데리고 다니기 쪽팔렸는지 오히려 안 오는게 좋다고 하네요.
사실 저는 부려먹기 편하지만 아무 일도 못하는 동생은 편리하지도 않으니 오지 말라는거죠. 그 모습을 보니 더이상 참기가 싫더라구요.
갑자기 생각난 기억이 하나 있어요. 가족 여행을 갔었어요. 방은 패밀리 사이즈로 2개를 잡아서 우리 가족과 할머니네 가족으로 나뉘었는데 그날 점심을 먹고 할머니댁에서 과일을 잔뜩 사길래 그렇구나 했죠. 저녁에 갑자기 저희 방으로 오더니 과일 봉투를 식탁 위에 턱 올려놓는거에요. 우리보고 잘라서 대접하라는거죠. 엄마는 키위 알레르기가 있어요. 가져온 과일중에 키위만 덩그러니 남았죠. 안 잘라주면 다시 가져가겠지 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절 부르시는거에요.
이거 니가 잘라서 큰아빠 가져다주라고.... 그때 제 나이 13살이였어요. 엄마가 키위를 못 먹는데 저라고 키위를 많이 먹어봤을까요. 저도 잘 못잘랐어요. 일단 엄마가 자른 과일이랑 제가 엉성하게 자른 키위를 큰아빠한테 가져갔어요. 제가 자른 키위를 보곤 과일 자르는 연습 많이 해야겠다면서 웃던 모습...... 키위 한통을 제가 다 잘랐는데 그날 들은소리라고는 과일 자르는 연습하라는 소리 뿐이에요. 이게 가족인가요...? 전 아직도 키워가 싫어요.
이번 추석때는 친가댁에 가고싶지 않아요. 가족간의 소속감, 핏줄의 끌림 이런거 하나도 없어요. 제 20년간의 친척들과의 기억은 다 저딴거 뿐이에요.
그냥... 이상하게... 억울하고 속상해요
엄마는 왜 아빠를 선택했을까
아빠는 친가댁에서 공격받는 우리 가족을 가만히 두고 있는걸 보면 친가댁에 더 소속감을 느끼는건가?
왜 우리집은 꼬박꼬박 친가댁에 찾아가서 욕을 먹지?
그냥 지쳤어요. 대학 생활도 힘들고 요즘 터진 일 하나가 절 너무 힘들게 하는데 추석때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리더군요.
전 부모님한테 20년동안 친가댁 가지 말자고 말했어요.
근데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그래도 가족이잖니... 하...
아무리 말하고 사정해도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고 계속 가시겠다면... 그걸 제가 어찌 말려요.
그냥 제가 빠질래요.
그냥 가지 말자. 그냥 연 끊자. 내 자존감 갉아먹는 사람들이랑 더이상 이어가지 말자..... 이번 추석은 가지 않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