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여성입니다.
글이 길지만 꼭 좀 의견 부탁드립니다.
저는 20대 후반의 남성과 2019년부터 약 2년을 교제해왔습니다. 올해 6월 말에 관계를 끝냈고 9월 언저리부터 그 사람은 다른 분과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비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본론부터 들어가자면 저는 작년에 그 사람의 아이를 가졌었습니다. 7주가 되어서야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고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때의 좌절감과 죄책감은 더 말할 것없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일상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었고 병원에서 주셨던 초음파사진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첫 아이가 이런 미숙한 행동에서 나왔다는 것도, 그리고 결국 이 아이를 떠나보내야하는 것도 견디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세포였다는 거 압니다. 그리고 그 세포를 제 뱃속에서 지워냈고 그 과정도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세포는 심장까지 가지고 있었고 제 인생에 정말 커다란 획을 그었습니다. 작디 작은 세포였지만 제 아이가 될 수 있었던 씨앗이었으니까요.
결국 세포는 뱃속에서 지워졌지만 저는 그것이 그 사람과 저의 사랑의 산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그 사람이 절 좋아하지 않으면 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아이가 제 뱃속을 왔다 갔다는 게 제겐 너무 큰 의미였습니다.
사실 돌아보면 그 사람은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심장소리를 들으러 갈 때에도 아이를 지우러 갈 때에도 저는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이후에 저 몰래 다른 여성과 섹드립도 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잘못했다고 절 많이 좋아한다고 해서 꿋꿋이 교제해나가다 그 사람이 제게 너무 미안해서 더이상 사귈 수 없다고 했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러고 얼마 안가서 다른 여성을 만난거고요.
지금의 저는 비참함의 끝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다른 여성과 교제하는 것이 마치 저와 그 아이를 버리고 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고작 세포였고 그 사건은 과거고 이미 끝난 관계인 거 압니다. 하지만 저만 이렇게 힘들고 무너지고 비참해지는 게 너무 싫습니다. 교제 중에도 저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그 사람이 감언이설로 스스로를 포장해 관계를 끊어놓고서는 저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다 모르는척하고 행복하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꼴보기 싫습니다. 다 망쳐버리고 싶어요. 제 20대 초반을 더럽힌 그 사람을 똑같이 더럽히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의 부모님과 현 여자친구, 더 하면 직장에까지 이 사실을 폭로할까 하고있습니다. 그 사람은 사회의 시선과 본인의 자존심, 명예를 중시해서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 제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같아 두렵습니다. 제게 돌아올 보복도요. 그리고 폭로할 경우에 이 사실을 전달받을 그 사람의 부모님도 걱정이 됩니다.
저는 지금 너무 감정이 앞서는 건 아닌지 벌벌 떨리면서도 그 사람이 제발 벌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은 본인의 행동이 옳은지 판단할 때 네이트판이나 트위터에 글을 쓴다고 상상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해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이트판에 자문을 구합니다. 벼랑 끝에 서있는 저 좀 살려주세요.
폭로를 하는 게 좋을까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모르는 척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삶인가요? 이 비참함은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