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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 결혼서약 (10)-남편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다

윤빛거진 |2004.03.04 00:30
조회 13,381 |추천 0

#10. 남편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다?

 

 


서은은 다음날 늦게 일어났다.
아무래도 어제밤에 설친 모양이었다.
서은은 아뿔사 하면서 대충 모습을 정리한뒤 거실로 나갔다.
하지만 석훈은 없었다.
서은은 망설이다 방을 노크했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석훈은 외출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맥이 빠지고 서운해졌다.

 

'아무말도 없이 나가다니......'

 

서은은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빠진 공기마저도 이렇게 허전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서은은 씻고 나서 대충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그는 여전히 전화도 없고 시간은 희한하게 잘 가지 않는다.
평소의 일요일은 그렇게 빨리 지나갔었는데 말이다.
석훈은 그날 늦게서야 귀가했다. 10시가 넘어있었다.
왜 이리 서운한 걸까?

 

"오늘 계속 집에 있었어? 피곤한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뒀는데......"

 

"정말 고맙군요....."

 

가시가 들어있다.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 걸까?

 

"화났어?"

 

"상관할 거 없잖아요....."

 

"지금 바가지 긁는 거야?"

 

"뭐라고요?"

 

서은은 어이가 없어 문을 탁 소리나게 닫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석훈의 웃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서은은 약이 올랐다.

 

'정말 난 바가지를 긁고 있는 걸까?'

 

서은인은 내일 아침엔 제대로 시간 맞춰 일어나기 위해 시계를 맞췄다.

자명종과 핸드폰까지 같이 준비했다.
요란한 자명종과 핸드폰의 알람이 동시에 울려대고 있다.
서은은 잠시 잠의 유혹을 느꼈지만 석훈에게 아침을 해주기 위해 억지로 일어났다.

내려가보니 석훈은 이미 씻고 있었다. 서은은 아줌마가 준비해놓은 국을 데우고 반찬들을 꺼냈다.
석훈이 뜻밖이라는듯 서은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차피 저도 아침은 먹어야하고 일찍 수업 있어요....."

 

"대학생 아내라.....그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기분 잘 모를
걸.....아주 묘해......"

 

서은과 석훈은 그렇게 식욕은 느껴지지 않아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미팅해봤어?"

 

"물론이죠...."

 

"너무한데....남편이 버젓이 있는데 남학생들과 미팅이라......."

 

"남편이라고 제 옆에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요......"

 

"내 생각은 좀 했어?"

 

"무슨 말이에요?"

 

"조금도 내가 그립지 않았냐구?"

 

"그런 건 몰라요......"

 

"난 아주 가끔 생각했는데.......철부지 아가씨에 대해......"

 

서은은 뾰루퉁해졌다.

 

"앞으로 미팅은 삼가해....어쨌든 난 남편이니까.....그리고 민석이란 학
생은 남자친구라며?.......예전에도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러고보면 정말
꾸준히 남자가 있었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경우가 좀 틀리지......"

 

"안늦었어요?"

 

갑자기 큰소리가 튀어나왔다.

 

"무서워서 그만 나가봐야할 것 같은데....."

 

석훈이 웃으며 옷을 걸치고 나갔다.
석훈을 출근시키고 나니 왠지 뿌듯하다.
더 자고 갈까 했지만 그렇게 넉넉한 시간은 아니어서 포기했다.

 그리고는 다른 날과는 틀리게 여유롭게 학교에 나갔다.
강의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민석이 나타났다.
의외라는듯이 민석이 옆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일찍 왔네!"

 

"일찍 일어났거든."

 

"일요일날 뭐했어?"

 

"그냥 집에 있었어. "

 

"네 삼촌은 사람을 볶을 것 같지가 않아....실은 나 너한테 궁금한게
있어. 난 너한테 특별히 삼촌 얘기 들은 기억이 없는데....."

 

"계속 외국에 나가 있었거든. 들어온지 얼마 안됐어."

 

"그래?"

 

"응. 어 저기 희윤이 들어온다......"

 

강의실로 하얀색 원피스를 세련되게 입은 희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녀가 예쁘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희윤인 서은이를 보자마자 그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로 남학생들한테만 띄우던 미소를 보냈다.

 

'얄미운 계집애 누가 그 속을 모를까봐.....세상에 어떤 여자가 자기 남
편을 다른 여자에게 소개시켜주겠냐?.....'

 

"서은이 일찍 왔네. 안그래도 너한테 할말이 있었는데....."

 

"무슨말?"

 

"솔직히 말할 게. 나 네 삼촌좀 만나봤으면 해서...."

 

"무슨 말이야?"

 

"실은 나 네 삼촌 맘에 들어......그래서 만나보고 싶어....."

 

" 이 자리엔 민석이도 있고 그리고 그건 너무 직선적인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 삼촌은 여자한테 별 관심이 없어.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대.
좀더 있다 결혼할 생각이래.....일 중독자고 재미도 없고 여자한테 부드
럽지도 않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보는 것처럼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니
야. 정말 재미 하나도 없다고......"

 

"상관없어.....네가 그런말 하니까 더 맘에 드는데.....난 왠지 좀 어려
운 남자가 맘에 들거든. 쉽게 넘어오는 남잔 왠지 시시해서 싫어.....그
리고 민석아, 내가 지금 이런 얘기 물어봐도 상관없지?"

 

서은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너 나 소개시켜주기 싫은 거야? "

 

"둘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괜히 소개시켜줬다가 나중에 어
느 한쪽에서라도 원망듣는 건 싫거든......"

 

"그건 네가 아무리 조카라도 미리 걱정할 건 아닌 것 같은데.....난 정
말 상관없어.....절대로 널 원망하진 않을 거야."

 

'얄미운 계집애....도대체 이게 정말 부탁하는 자세일까?'

 

"야, 그럼 집들이하는게 어때? "

 

민석이 거들었다. 속도 모르고 희윤을 거두는 민석이 원망이 됐다.

 

"야, 삼촌집에 들어가서 사는 건데 무슨 집들이를 해?"

 

"어머..... 그거 정말 괜찮겠다. 어떤 경우든 집을 떠나서 새로운 보금자리에
서 시작하는 건 맞잖아......."

 

"야, 그건 억지야.....너희들도 말이 안된다는 건 알거야......그리고
난 삼촌이랑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단 말야......그런 건 미안해서 안
돼......"

 

"그럼 지금 전화해봐....너네 삼촌이 좋다면 그때 초대하면 되잖아.....
물론 음식같은 건 신경쓸 필요 없어......중국집에 시켜먹어도 되고 나가
서 먹어도 되니까 ....단지 그냥 너네 집에 가고 싶어.....우리도 네
삼촌이랑 친해질 것 같고....."

 

"정말 곤란하다니까.......알았어. 집에 가서 물어볼게......"

 

"안돼....지금 여기서 걸어봐....."

 

"날 못믿는 거야?"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하지만 옆에서 들어도 상관없잖아....."

 

서은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
할 수 없이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받기를 바랬지만 오늘따라 그는 쉽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삼촌. 다른 게 아니고 친구들이 집에 초대해달라고 해서요.....물론 어
렵다고는 말을 했는데......삼촌이 바쁜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잖아
요.....그런데 삼촌이 있을 때 꼭 초대해달라고 하네요......"

 

"무슨 소리야? 혹시 그때 술집에 있던 친구들이야? 네 남자친구도 물론
있는 거고?"

 

"맞아요.......불가능한 걸 억지로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안되면 거절해
도 돼요."

 

"꼭 안될 건 없는 것 같은데......그런데 평일은 내가 바쁘고 토요일쯤이
면 괜찮겠는데.......어차피 우린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삼촌과 조카 사
이잖아...."

 

석훈이 하는 말이 서운하다.

 물론 모든 사태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 서은의 탓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서운하고 화가 나는 것일까?

 

"알았어요.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할게요...."

 

"젊은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건 나도 기분 좋아......그리고 예쁜 여학생
들은 나도 반갑고......"

 

"알았어요...."

 

서은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
희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서은의 대답을 고대하고 있다.

 

"좋대......."

 

"와..."

 

희윤이 그럼 그렇지 하는 식의 자신감을 가지고 웃었다.
서은은 하루종일 기분이 상해있었다.
희윤은 그날 초대받아 갈 친구를 몇명 고르고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이렇게 열받을 수가 없다.
아, 갑자기 병준이가 그리웠다.
그 아이가 있으면 이 속상한 기분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병준인 지금 러시아에 공부를 하러 갔다.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 다시 어려운 난관이 닥쳐오고 있는 것 같다.
남편 앞에 저 여우같은 계집애를 데려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속이 뒤틀렸다.
집들이라는 건 이런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정상적인 거라면 그들은 신혼부부로서 집들이를 해야만 옳은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삼촌과 조카라니...........

 

수업이 끝나고 서은은 대학교 앞 오락실 앞에서 두더쥐 잡기 오락을 했다.
미친듯이 두더쥐를 잡는 서은을 보고 민석은 대단하다는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망할놈의 집들이.......없던 일로 할수만 있다면 원점으로 돌리고 싶
다. 하지만 다시 돌리기엔 지금은 너무 늦었다.......'

 

서은은 속이 탔고 민석은 그것을 모른채 서은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정말 속탄다...'

 

"너, 오늘 기운이 넘친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서은은 민석을 뒤로 하고 걸음을 빨리 옮겼다.

 

"같이 가....."

 

민석은 서은을 뒤따라왔다.
민석이 이렇게 착한 것도 화가 나는 일 중의 하나라는 걸 민석은 알까 하고 서은은 생각했다.

 

"아, 비라도 왔음 좋겠다........."

 

하며 서은은 하늘을 쳐다봤다.
하지만 날씨는 쨍쨍했고 서은은 하늘마저도 얄미운 기분이 들었다.
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만 싶었다.


저녁시간 석훈은 또 늦었다. 9시에야 집에 도착했다.

 

"저녁은 먹었어.....시원한 음료수나 줘......."

 

서은은 그에게 쥬스를 갖다줬다.

 

"오늘 그건 누구 생각이었어?"

 

"뭐요?"

 

"집에 초대하라는 거......서은이 생각이야?"

 

"아니요.....친구들이요......."

 

"혹시 민석이 생각이야? 당신 남자친구가 원한 거야?"

 

"민석이 얘긴 왜 자주 꺼내요? 갠 그냥 좋은 친구예요......"

 

"그 친군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던데......난 다 그 친굴 생각해서 하
는 소리야....그런 친군 상처를 많이 받거든.......하긴 당신은 남자친구
가 참 여럿이지......그리고 언제까지 삼촌과 조카라고 친구들한테 말할
거야?"

 

"당신도 당신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했다고 자신있게 말안하잖아요....."

 

"난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진 않았어....단지 말할 필요가 없어
서 말을 안 한 경우는 있지만 말이야....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내 친구들
한테 소개시켜줄 수도 있어.....그리고 지금 나한테 당신이라고 했어? 그
러니 정말 결혼했단 실감이 드는데....."

 

"마땅한 호칭이 생각안나서 그래요....왠지 오빠라고 부르기도 뭐하
고......"

 

"마땅한 호칭이 생각 안난다고? 그럼 내가 가르쳐줄까? 아주 마땅한 게
하나 있는데......나한테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그것도 몰랐어?"

 

서은은 그가 비꼬는 것이 신경에 거슬려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그건 그냥 그때 당황해서 그런 거라고
요......"

 

"난 모르는 걸 가르쳐줬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석훈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버렸다.
서은은 오늘은 정말 마가 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뒤척여서인지 다음날 일어났을 때 서은은 두통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렇게 냉랭한 기운으로 일주일이 지났다. 석훈과 서은은 거의 말도 하지 않았고 석훈은 밤늦게야 들어와서 자기방에 들어가버리곤 했다.
아침도 형식적으로 함께 했을 뿐 대화가 빠져버렸다.
서은은 이보다 더한 바늘방석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집들이날이 되었다.
집들이날까지 그와 화해하지 못하다니......친구들 앞에서 어색해질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더욱이 그 여시 계집애가 오늘 집에 오는 것이다.
그것도 석훈을 노리고서 말이다.
서은은 기가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 정말 이다지도 되는 일이 없을까?......'

 

서은은 정말이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서은에겐 할 일이 있었다.
여시같은 계집애에게서 남편을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힘빼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사랑이란 참 묘한 것이다.
당장 더 살지 못할것만큼 온몸의 힘을 다 빼놓기도 하고 세상이 자신 것인양 더할 나위 없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게 맞다면 서은은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임에 틀림없었다.
그녀는 지금 엄청난 기운이 솟구치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여자로서 말이다......'

 

 

 

 

******11편 올렸고 조금 더 있다 12편 올리겠습니다..********모두 즐겁게 보내세요^^*

 

☞ 클릭, 야들야들 결혼서약 (1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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