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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개원병원에서 일하던 제 친구 24살 신규 간호사가 자살을 했습니다.

간호사 |2021.11.20 20:55
조회 311,133 |추천 2,318

24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꽃다운 나이에 너는 목을 매달고 하늘나라로 갔다, 처음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밝고 까불거리기 좋아하고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좋아하던 네가 그런 선택을 했다니.

그런데 널 보내며 동기들과 모여서 울면서, 그냥 계속 울면서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 이해가 갔다.

 

먼저, 간호사 한 명당 23명씩 책임을 지고 돌봐야 하는 병원. 간호사 한 명당 44명씩 ‘액팅’을 뛰어야 하는 병원. 간호사 1명당 23명씩 보며 인력이 없어 원 액팅을 뛰는 날이면 혼자서 44명의 액팅을 뛰어야 했다. 그렇게 일하고나면 몸이 부러진 것처럼 힘들다고 했다.

너무나 힘들고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경력이 있는 선배 간호사, 신규 간호사 너 나 할 것 없이 퇴사를 하고 다른 부서로 로테이션을 갔다.

 

인력이 없어서 더 이상 병실 문을 열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선 환자를 받으라며 꾸역 꾸역 병실 문을 열었다. 그렇게 일하다 실신한 동료 간호사도 있었고, 나 또한 너무 벅차서, 해도 해도 일이 줄지 않고 밀려들어와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엉엉 울면서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넌 끝까지 버텨보겠다며 내가 가면 남아있는 동기들한테 피해를 끼친다며 끝까지 그렇게 남 생각만 했다.

 

두 번째, 인격적으로 널 죽이려고 했던 두 명의 선배 간호사. 인계 중에 "너 인계는 듣기도 싫어 안 들을 거니까 가. 더 이상 열받게 하지 말고 하던 일 다 하지 말고 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차트를 던지고, 다른 간호사와 환자 앞에서 모욕을 주고 태우던 그 사람. 친구는 이 사람에게 인계를 줘야 하는 날이면 몇 일 전부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가만히 있질 못했다.

 

세 번째, 2-3달 전부터 힘들다고 끊임없이 호소했으나 전혀 들어주질 않았던 파트장.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상담을 요청하고 싶다고 하면 카톡은 하루가 지나도록 읽히지 않았다. “그럼 퇴사는 가능할까요” “ 사직은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라는 답변 밖에 받지 못했다. 내 친구는 사직도 하지 못하고 부서 이동을 하지도 못했고, 그 와중에 친구를 태우는 선배 간호사는 점점 숨을 옥죄어 왔다.

 

나는 친구에게 응사(응급 사직)을 하고 나오지 말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렇게 가면 남아있는 동기들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끝까지 넌 우리 생각만 하다 세상을 떠났다.

 

파트장은 다음 달엔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12월 까지만 하자”라고 내 친구를 붙잡았다. 그리고 11월 16일 나이트가 끝난 뒤 파트장과의 면담 후 너는 그날 목숨을 끊었다. 이번 달까지만 하면 다음 달은 내가 살 수 있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다음 달엔 이러지 않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끝까지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다는 희망 하에 살인적인 업무 강도, 선배 간호사의 태움을 참아오던 너는 파트장과의 마지막 면담 후로 세상을 떠났다.

 

또한 파트장이라면,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관리직이라면 후배 간호사를 그렇게 태우는 선배 간호사와 근무가 겹치지 않도록 떨어트려 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최소한 그렇게라도 조치를 취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 알고 있으면서, 태움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파트장은 방관만 했다. 널 태우는 선배 간호사와 파트장이 친해 보여서 넌 당연히 파트장에게 태움 당한다는 사실을 말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파트장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면 그 다음날엔 널 태우는 선배 간호사가 “네가 힘든 거 파트장님한테 말 좀 하지 마”라고 했다.

널 지켜주는 울타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너를 죽인 건 최소한의 간호사 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려고 했던 병원, 널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괴롭히고 태웠던 선배 간호사. 끝까지 가지고 있었던 희망을 놓게 만든 파트장 그 모두 다. 고작 24 살, 간호사가 된지는 이제 막 8개월 네가 뭘 그렇게 잘 못했을까.

 

나는 생각해. 우리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부터가 너무나 잘 못 되었던 거라고, 업무 강도, 태움으로 이미 많은 간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처우는 절대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게 잘못된 거라고.

 

너는 이렇게 갔지만 널 태웠던 그 선배 간호사들은 아직도 출근을 한다. 아무런 징계도 없이, 그리고 병원에선 너의 죽음을 말도 안 되는 가정사 탓을 들먹인다.

너의 가족 분들이 그러셨어. 병원측과 면담 당시 “ 간호사 1명당 몇 명의 환자를 보는지 알고 계세요?” 그랬더니 하는 말 “ 우리 병원은 무조건 간호등급 1등급입니다 1등급. 인력을 빡빡하게 배치해두지 않아요.” 간호사 1등급? 그게 뭘까? 오버타임은 기본 2-4시간씩 하고, 밥 먹을 시간은커녕 생리대 갈 시간 소변을 볼 시간조차 없고, 간호사 1명당 23명씩 보며 44명의 액팅을 혼자 뛰어야 하는 우리가 간호등급 1등급 병원이었던 걸까?

 

모르겠어 이미 너는 갔는데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사실 아직도 안 믿겨 네가 저기서 달려올 것 같은데.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절대 이렇게 묻히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거야. 그 사람들은 벌받고, 그 병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처우개선을 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거야.

꼭 지켜봐줘.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667368?cds=news_my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5736913?event_id=421_1637396044338

 

추천수2,318
반대수21
베플ㅇㅇ|2021.11.20 22:31
누누이 말하건데 간호사판이 저렇게 돌아가는 건 사람 갈아서 쓰는 병원 때문임 일반 직장이었다면 동료를 저렇게 괴롭히는 직원이 있다? 바로 나가리됨 바로 도태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나가리되게 되어있음 근데 간호사판은 인력부족으로 사람 갈아서 쓰는 판이라 동료 괴롭히는 또라이가 있어도 그냥 안고감 정상인은 또라이한테 치이다 못버티고 나가고 또라이는 계속 남아있고 결국 또라이싸패들 비중만 높아지는 곳이 간호사판임 당신의 성격이 쓰레기싸패다? 간호사를 강력추천합니다 일반직장인이었다면 사회에서 손절당했겠지만 간호사판에서는 그럴일 없어요 싸패쓰레기라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직업이 간호사임
베플간호사쓰니|2021.11.20 20:56
다른 방에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곳이 제일 많은 분들이 보신다고 하기에 부득이하게 올립니다. 널리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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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ㅇㅇ|2021.11.20 21:21
뉴스 보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한다는 말이 더 가관이네요 부디 하늘에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베플ㅇㅇ|2021.11.21 00:12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원액팅 실제로 합니다. 저도 몇 번을 했는데 원액팅을 안 한다니 거짓말이 아주 뻔뻔하네요. ㅋㅋㅋ 간호 1등급이어서 이교대 하고 헬퍼 끌어다 써도 원액팅에 나오데 나오이 마이너스 오프 줬냐? 조문 가고 싶었는데 부고소식 및 조문 위치도 안 알려줘서 못 갔는데… 젊은 나이에 너무 안타깝습니다. 더러운 ㅇㅈ병원 이 일 절대 잊지 않고 누가 여기 간다고 하면 뜯어말리려고요… 물론 저도 금방 그만둘 예정입니다. 더러워서 못 다니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베플간호사|2021.11.21 00:56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병원은 간호 인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근무조에 3-4명씩 44명을 보면 된다고 하며 실제로 3명이서 40명이 넘는 환자를 보고있습니다. 또한 경력직 간호사가 적어 신규간호사가 상급자의 일을 하고 있으며, 몇 없는 경력직 간호사 또한 신규간호사가 하지 못한 업무, 해결하기 힘든 업무를 해야하여 업무가 과중된 상태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간호사들이 그만두고 있고 힘들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병원측에서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또한 근무시간 1시간전 미리 출근해서 퇴근시간 후 1시간 이상 추가근무를 하고 있으나 추가근무 시간에 대한 수당 대부분이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며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찬반|2021.11.21 12:40 전체보기
본인 스트레스푸는걸 생명다루는직업특성이라고 합리화하지말자. 생명다루는건 의사들이 한다. 지들이 군인이야?간호사들이 뭔 똥군기ㅋㅋ 군인들이 나라지킨다고 군기잡는다는거 따라하나ㅋㅋㅋ간호사든 서비스직이든 여초에서 심술 그득한애들이 직급좀 높다고 군기잡던데 고딩,대학때 버릇 안고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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