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낭만 벚꽃 핑크 그렇게 떠들던 말들이 내게 현실로 다가왔다. 지하철역 앞에서 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누나도 학교 근처에서 산다고 했다. 옷장을 열었다. 얼마 전에 산 빨간색 가디건을 걸쳐 보았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때는. 기억을 더듬어 코디를 생각해보면 황토색 면바지, 검은색 티셔츠, 어두운 빨강색 가디건, 그리고 카키색 모자 그 와중에 신발은 에휴.. 런닝화 였다. (밑바닥 주황, 위에 하늘색) 정말 그 당시에 그 흔한 슈퍼스타 하나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상예보도 확인을 했는데 저녁부터는 비가 내린다고 해서 우산도 챙겼다. 혹시나 내가 늦을 까봐, 혹시나 누나가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을 까봐. 일찍 기숙사를 나섰더니 약속시간 40분전에 도착을 해버렸다. 참 신기하게도, 그 당시에는 기다리는 시간도 설레고 행복했다. 누나는 1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했다. 학교에서는 과잠만 입고 있는 모습만 보았는데, 셔츠와 스키니 진을 입고 왔다. 그런 모습으로 내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뭐 미안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얼굴 보니 더 반갑고 좋았다. 지하철을 타고 40분 정도는 이동을 해야 했다. 날씨도 좋은 주말이라 앉을 곳도 없었다. 학교생활부터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하였다.
강남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환승을 해야 했다. 출구를 빠져나오니, 어머나 세상에 이게 서울이고 강남이구나 느꼈다. 살면서 강남 같은 콘크리트 정글은 처음 보았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하차 할 때 지금까지도 내 흑역사로 존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참고로 그 당시 내가 살던 충청은 환승이 필요 없는 경우에는 하차태그가 필요 없었다. 물론 지금은 필수로 하차태그를 해야 추가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뜨고 코 베인다는 서울은 그 당시 환승을 하던 말던 무조건 하차태그를 해야 다음 승차 시 추가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체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했고, 최소 4 5시간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일이 없으니 하차태그를 하지 않고 내렸다. 그 모습을 본 누나는 깜짝 놀래며 왜 하차태그를 하지 않았냐고 나중에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나는 그 말에 반박하며 읭? 무손소리에요? 그런게 어디있어요? ㅋㅋ 하며 대꾸했다. 하… 촌놈티 팍팍 내고 다녔다.
무튼 누나 친구 집에 도착을 하니 이미 이사 짐이 준비가 되어있었고, 다른 친구 분들도 와 계셨다. 누나가 내 소개를 시켜주었다. 학교 후배라면서. 다들 좋은 분들이었다. 열심히 이사를 도왔고 새집으로 짐을 다 옮긴 후에는 배달 음식도 시켜 먹으며 보드 게임도 했다. 행복했다. 누나와 특별한 추억이 생긴 거 같았다. 해가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태그를 하니 요금이 2배 찍혔다. 누나는 자기 말이 맞지 하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진짜 눈뜨고 코 베이는 서울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강남역까지 와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저녁 8시가 다되어 처음 만났던 역으로 도착하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주말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낸 게 정말 오랜만이어서 헤어지기 아쉬웠다. 내 표정에 그 마음이 드러나서 였을까. 누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커피 한잔 하고 갈래?”
와우 속으로 소리쳤다.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카페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20살이 되어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편의점 커피만 마셨지 카페는 가보지 않았다. 카페 쪽으로 가기 위해 우산을 펼치려고 하는데, 누나는 가만히 있길래 물어보았다.
“우산 안 가지고 오셨어요”?
3초간 정적 후 누나의 대답을 들은 난 생각했다 ‘하 이 사람 너무 좋다’
“가방 안에 있는데, 그냥 네 거 같이 쓰고 갈래. 뭐해? 얼른 우산 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