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관리가 아마 안되었었던 것 같다. 놀랐다. 슬펐다.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은데, 좀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었는데, 살짝 정적이 흐르고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누나도 내게 한번 알아보고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다.
카페에 온지 1시간 정도 지나 9시가 넘어갈 무렵, 밖으로 나가니 비는 그쳐 있었다. 5분 정도 같이 걸어가면 나는 기숙사 쪽으로 누나는 집 방향으로 가야했다. 그때 내가 무슨 마음과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누나에게 부탁 하나만 해도 되냐고 물었다. 누나는 무슨 부탁?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나 떠나기 전에 저랑 딱 2번만 만나서 같이 밥 막고 놀면 안되요?”
나중에 이때를 시점으로 3 4년후에 아는 여동생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 썰을 풀며 이 멘트 어땠냐고, 너희들이 연하남에게 들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자기 같으면 조카 별로 일 것 같다고 하더라. 하… 뭐 사람 바이 사람이지 ㅇㅇ.
무튼 누나는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음… 그래 연락 줘 시간 맞춰보자”
슬펐던 기분은 금방 사라졌다. 누나와 인사를 했다. 조심히 들어가라고, 오늘 재밌었다고 다음주 학교에서 뵙겠다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유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분 좋은 걸음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학교는 또 수업과 조별 과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학교 가는 발걸음이 훨씬 좋았다. 강의실로 이동을 할 때, 학식을 먹을 때, 과 사무실로 갈 때 누나를 마주쳤으면 좋겠다.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카톡을 보내 보았다. 다음 주에 시간 괜찮은지. 목요일 저녁에 시간이 된다고 했다. 나이스 속으로 소리치며, 기숙사에 돌아와 노트북을 꺼내 학교 근처 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시내에 위치한 맛집을 폭풍 검색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이 대세였고, 인스타그램은 활성화가 많이 되지 않았었다. 나는 SNS를 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지라 인터넷 블로그 위주로 많이 찾아보았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뭐 시내 답게 많이 있었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뜬금없게 난 짬뽕 전문 집, 그것도 프렌차이즈 짬뽕 집을 골랐을까. 국물이 튀는 면 음식이라. 아무리 20살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센스가 없었던 것 같다. 뭘 해봤어야 알지 으휴.
밥을 먹은 후에는 20살 내 머리 속으로는 필수코스 카페에서 얘기하기로 플랜을 짰었다. 그 와중에 지인한테 기프티콘으로 받은 별다방 쿠폰이 생각났다. 짬뽕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별다방이 있어서 딱 딱 맞아 떨어지는 구나 하며 혼자 지랄발광 환호하고 난리 났었다. 디데이, 내 옷 코디를 점검했다. 굳이 묘사하지 않겠다. 별로였다.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누나 모습이 보였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분 좋은 웃음을 내게 지어주니 좋았다. 그리고 속으로 파이팅 외치며 다짐했다’
‘오늘 밥값, 커피값은 무조건 내가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