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혼자 글로라도 떠들면 나을 거 같아서 적어봐요
아무말 없이 지나가셔도 좋아요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해주세요
어릴때부터 아빠랑 언쟁(?)이 잦았어요
싸우고 한 달 두 달 동안 얘기 안 하고 겸상도 안 하고
그런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아빠는 아주 가부장적이고 언어폭력을 일삼는 분이었고
엄마와 오빠는 참으며 지냈지만 전 맞서 싸우는 편이었어요
저랑 아빠가 싸우면 엄마랑 오빠한테도 불똥이 튀었어요
미안했지만 저는 절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빠니까 아주 조금 좋은 기억도 있지만서도
아빠가 아니라 그냥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면
상종도 안 할 그런…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 안 맞아요 상극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저만 조용히 했으면 모두가 편했을텐데
후회한 적도 많고… 전보단 덜하지만 지금도 그런 거 같아요
결국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때 집을 나왔어요
아빠가 집에서 자기 눈에 보이지 말라며 보이면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길래
저도 오기로 거의 6개월을 아빠가 집에 있을때는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었던 적이 있어요
아빠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셨기 때문에
주말엔 아빠가 일어나기 전 새벽에 몰래 집을 나가거나
그 이틀동안은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었어요
이틀을 굶어도 사람이 나올 건 나오더라고요
물도 안 마셨는데 왜 나오는지…
아빠가 잠시 외출할때 후다닥 해결하다가
방광염 얻고 성인용 기저귀를 샀어요… 결국 쓰진 않았지만요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어요
함박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는데
그날도 아빠가 퇴근하기 전인 초저녁에 집을 나와서
밤 열두시가 넘도록 카페도 갔다가…
세시간을 밖에서 눈 맞으며 걷다가 집에 들어왔었어요
눈에 옷도 젖고 너무 추워서
바닥에 담요를 덮고 웅크려 누워있는데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이게 사람사는 건가? 싶고…
엄마는 학교만 졸업하면 독립시켜 주겠다며
참으라고… 참으라고 하셨는데
그 날은 너무 참기 힘들었어요
반 충동적으로 짐을 싸들고 새벽에 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싼 모텔에서 일주일동안 자고 울고 자고 울고하며
학교 주변에 제일 싼 방 알아봐서 바로 계약했습니다
나가라고 사라지라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니
막상 나가니까 그거대로 화가 났는지
아주 난리가 났더라구요 핸드폰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4학년이니 남은 학점도 별로 없겠다
등록금 분할납부 신청하고
풀타임 알바 하면서 남은 학기 다녔어요
알바 쉬는 날엔 물류센터 가고요…
물류센터 가는 건 좋았어요 가면 밥 주니까
라면 하나 쪼개서 삼일씩 먹고
학식 먹을 돈도 아까워서 텀블러 들고 다니며 하루종일 학교에서 물 마시면서 배채우고
힘들었지만 다 참아졌어요
아빠가 없는게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도어락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젊지않은)남자의 큰 목소리가 들리면 손이 떨리고
밖에 나가면 아빠가 뒤에서 내 어깨를 붙잡을 거 같고
어디선가 날 보고있을 거 같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요…
목소리만 빼고요 ㅎㅎ
항상 과하게 놀라서 사람들은 그냥 제가 새가슴인 줄 알아요
그 뒤로는 엄마랑만 종종 연락할 뿐
아빠 오빠 친척들 다 안 보고 지냈어요
엄마는 너무 너무 좋아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게 엄마라서
엄마랑만 연락은 했어요…
대한민국 법이란게 그렇더라구요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기록이 없으면
부모는 제가 어디에 사는지 마음만 먹으면
동사무소 가서 다 떼어볼 수 있대요
전세사기당할까봐 무섭지만
그거보다 더 무서운게 아빠가 찾아오는 거라서
전입신고 안 하고 살아요
아빠가 죽기 전까진 이러고 살 거 같아요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오빠가 결혼한다고…
새언니 될 분은 혼자라서
상견례는 안 하고 간단하게 밥이나 먹으려고 하는데
저도 오라면서요… 얼굴은 봐야하지 않겠냐고
제가 거길 어떻게 가나요?
이렇게 개판난 딸 있는거 솔직히 얘기하거나
그냥 외국에 있다고 거짓말 하랬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새언니가 결혼 얘기 꺼냈을 때
오빠가 이미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이고
내 동생은 아빠랑 싸우고 집 나갔다 다 얘기했다고는 하대요…
아무튼 결혼은 했구요
저는 결혼식도 가지 않았습니다
오빠랑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는지라
전화가 올 줄은 몰랐는데
결혼식에 와줬으면 한대요
오빠한텐 미안했지만 정말 죽기보다 싫었어요
누가 억만금을 준대도 갈 수 없었어요
사실 당일 날 옷도 예쁘게 차려 입고
축의금 든 봉투 들고 신발을 신었는데요
현관 거울에 비친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자리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다가 주방으로 가 식칼로 자ㅎ를 했습니다
진짜 ㅁㅣㅊ여자 같죠…
그래서 가지 못했어요 가지 않았어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요
아가씨 안녕하세요, 우리 얼굴 좀 봐요
제가 맛있는 밥 사줄게요…
답장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만난 적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았어요
눈팅용이라 게시물도 팔로워도 없는 인스타 계정에 친추가 와요
누군가 봤더니 새언닌가봐요
인스타 게시물엔 온통
아빠가 사준 선물에 태그 자상하신 시아빠 ㅎㅎ
엄마랑 아빠랑 오빠네 부부랑 넷이 여행 간 사진에
아빠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는 사진도 있구요
설엔 전도 부쳤더라고요??
기가 차대요 물 마신 컵 하나 씽크대에 갖다놓을 줄 모르는 사람인데
얼마전이 제 생일이었어요
제 생일날 새언니가 임신했다며 아빠한테 선물 받았다고
인스타에 글 올렸었더라구요
아빠가 웃는 사진을 보는데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눈물이 흘러서 또 자ㅎ를 했어요
제가 못난 사람이라 그냥 그 정도로 대한 거겠죠
그러니 저렇게 변한 거겠죠
질투심인지 열등감인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아마 둘 다 인가봐요
제가 너무너무 한심하고 처량해요
그냥 웃겨요 제 신세가… ㅋㅋ
이대로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어요
끝없는 우울감이 절 바닥으로 처박아요
밤 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나만 빼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제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놔요
그렇게 싫다면서 아직도 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남았나봐요
제가 어떻게 됐나봐요 돌아버렸나봐요
두번 다시 자ㅎ는 하지 않을 거예요
나만 빼고 저렇게 행복한데
저까지 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꾸역 꾸역 살아내서 아빠보다 오래 살겠어요
아마 살면서 더 큰 후회도 하게 되겠죠
그래도 내가 내린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 정신승리라도 하면서 살래요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눈물 닦고 세수하고 연고도 바르고 출근 준비 해야겠어요
또 하루 살아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