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막개에게로 모여 졌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어서 천지환(天地煥)을 내 놓으라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막개는 이미 그들이 서로 싸우는 중에 치우에게 도망갈 방법을 조용히 말해 두었다.
그래서 지금 치우는 초개 옆에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바로 업고 도망가기 위해서였다.
백괴(百怪) 갈마웅이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 모두 천지환(天地煥)을 얻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온 것이요. 그러나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소."
그는 막개를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
"천지환(天地煥)은 이미 막개의 수중에 들어있는데 우리끼리 싸운다면
그만 좋은 것이 아니겠소? 일단은 그의 수중에서 천지환(天地煥)을 빼앗는 것이
먼저인 것 같은데 내 말이 어떻소?"
갈마웅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이 교태롭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백괴(百怪) 갈대협의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저도 저 막개에게 속아
가짜를 진짜로 알고 가져갈 뻔했으니 조심해야 할 거예요. 그는 쉬운 상대가
아니예요."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의 말에 갈마웅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대협(大俠)이라뇨. 당치않습니다. 어쨌든 제 의견에 동의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호웅사묘(虎熊獅猫) 영웅들께서는 의견이 어떠신지요?"
갈마웅은 금새 영웅이라는 말까지 붙여가며 친한 듯 말했다.
그의 간사함은 항상 자신이 유리할 때 발휘하는 놀라움을 갖추고 있었다.
치우는 갈마웅의 간사한 입놀림을 보며 한 대 쳐 주고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꾹 참았다.
'언젠가는 저 입을 꼭 찢어버리고 말리라'
갈마웅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동안 막개는 치우와 초개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미 마음에 품은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모두에게 표적이 되어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호(虎)가 갈마웅의 말에 대답했다.
"일단은 휴전이라... 좋소! 그러나 우리가 천지환을 가져가는 것을 막는 자는
그 누구도 살아날 수 없을 것이오"
그의 말에 청도삼괴(靑島三怪)와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은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서로간의 암묵적인 휴전이 맺어지자 모든 위협적인 기운이
막개에게 집중되었다.
막개는 그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며 말했다.
"천지환(天地煥)은 그 누구에게도 내 줄 수 없다. 그것을 갖고자 원하는 자는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그의 결의에 찬 목소리에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갈마웅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말했다.
" 천지환(天地煥)을 가져가는데 네 허락은 필요 없다. 이미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
막개는 칼을 빼 들며 치우에게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움직여라!"
그의 말에 치우는 초개를 뒤로 업고 일어섰다.
치우가 초개를 업고 일어서자 사람들이 그들을 포위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개와 치우는 그들의 계획대로 좁은 동굴 쪽으로 몸을 옮기며 그들을 경계했다.
그러나 어느새 백의인들이 동굴 입구를 막고 있어 더 이상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막개는 적들이 점점 좁혀오는 것을 보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막개의 손에 든 둥근 구슬들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갈마웅이 놀라외쳤다.
"저...저 것은...벽력탄!!"
갈마웅의 외침에 사람들은 더욱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을 보며 막개가 외쳤다.
"갈마웅 반 만 맞추었다. 이것은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다!!"
막개의 외침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한 발자국 더 물러났다.
"천..천지폭열탄? 네가 미쳤구나! 여기서 그것을 사용하면 모두 죽는다."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은 일반 벽력탄과 차이가 컸다.
벽력탄은 작은 구슬 같은 것으로 그곳에 화약을 집어넣어 기를 사용하여
상대에게 던져 그 폭발력을 이용하여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다.
그러나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은 벽력탄의 20여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이 것 한 개만 이 자리에서 터져도 동굴이 무너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막개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지환(天地煥)을 네놈들에게 빼앗길 바엔 이 곳에서 모두 죽는 것이 났다."
막개의 말은 진심으로 들렸다.
사람들은 막개의 손에 있는 세 개의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을 보며
감히 달려들지는 못하고 경계만 했다.
막개와 치우는 그들을 조금씩 위협하며 입구가 좁은 동굴 통로 쪽으로
옯겨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는 곳을 유심히 보던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이 차갑게 쏟아 부쳤다.
"흥! 우리를 위협하고 굴속으로 도망가려 하느냐? 쉽게 놔주지 않는다."
그녀는 말을 하며 순식간에 막개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녀가 갑자기 막개에게 달려들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제지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사람들은 잘 못하여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 터질 것에 대비하여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막개는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이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오자 가볍게 칼을 들어 쳐
내려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녀는 방향을 바꾸어 치우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처음부터 막개를 노린 것이 아니라 치우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간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막개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치우만 인질로 삼는다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되어 막개를 공격하는 것처럼 꾸민 후 치우에게 달려드는
모험을 건 것이다.
백선녀(白仙女) 여사랑은 미꾸라지 같은 몸놀림으로 휘어 들어와 손을 빠르게 뻗었다.
손만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치우가 있었다.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치우를 붙잡으려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거지? 막개가 이렇게 빨리 공격해 올 줄이야!'
그녀는 막개가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막개가
이렇게 빨리 반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코앞에서 치우를 놓아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자신의 목숨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못 판단한 것임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막개의 공격이 아니였던 것이다.
치우는 갑자기 하얀빛이 번쩍하며 자신의 앞을 가라 막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순순한 자기 방어본능이 작용한 것이었다.
치우가 자신도 모르게 공격한 검을 여사랑은 막개가 공격한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만일 여사랑이 막개의 공격이 아닌 치우의 공격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간단하게
손을 내밀어 막고 치우를 붙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
터지기 전에 치우를 붙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그녀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 덕분에 이익을 본 것은 막개와 치우였다.
그녀의 공격에 겁을 먹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고 여사랑 역시 공격에 실패하고
빠지는 바람에 도망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질 막개가 아니였다.
그는 치우를 향해 소리쳤다.
"치우야 뛰어라!!"
그리고서는 자신의 손에 든 구슬을 사람들에게 던지며 외쳤다.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다!!"
사람들은 막개의 외침과 함께 구슬이 자신들에게 날아오자 기겁하며 동굴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 순간을 이용하여 막개와 치우는 무사히 좁은 동굴 통로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막개는 동굴에 들어가자 마자 치우를 물러서게 한 후 조그만 구슬을 입구에 던졌다.
잠시후.
쾅!!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좁은 동굴 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돌들과 먼지가 동굴 안에 가득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 뿐 더 이상의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개가 어둠 속에서 치우를 찾았다.
"치우야 괜찮냐?"
"예...괜찮아요."
폭발 때문에 충격을 받았지만 막개와 치우는 무사했다.
입구가 폭발되어 무척이나 어두웠지만 적들로부터 피했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막개가 품속에서 화섭자를 꺼내서 불꽃을 피우자 금새 동굴이 환해졌다.
동굴이 환해지자 치우는 안심이 되어 궁금한 것을 막개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아저씨가 던진 그 천...뭐라는 것은 안 터지죠?"
"하하하. 그것은 가짜야!"
막개는 처음부터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 없었다. 작은 벽력탄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적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술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이었다.
천지폭열탄(天地爆熱彈)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지만 그 실체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색깔인지 등.
막개는 그러한 점을 잘 알아 가짜 구슬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막개가 기침을 하며 힘들게 말했다.
"쿨룩! 쿨룩!...후후후...놈들이 아마 속았다는 것을 알면.. 하하하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치우도 통쾌하게 생각되어 막개와 같이 커다랗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들의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저 메아리가 되어서 들려왔다.
지금은 앞으로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통쾌하게 웃어대며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