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일이 생기면 mbti를 많이 이야기 하곤 하지?
나라는 설명하기 복잡미묘한 존재를 타인에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일보다는, 16가지 중 하나의 가면을 쓰는게 서로에게 더 간편한 일이니까.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성격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없는 특성도 많이 갖고 있지.
특히 나를 이루고 있는 정말 중요한 내 특성 중 하나지만, 쉽게 다른 사람에게 꺼낼 수는 없는 부분들.
예를 들면 자신이 가진 정신질환 같은거 말이야...
나는 성인 ADHD야
3년 조금 넘게 약먹고 있고, 정신의학과 다니면서 상담도 받아.
ADHD가진 사람들이 겪는 생활적인 문제나, 증상들은 검색만 해도 잘 나와있고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특성들이니까 굳이 설명은 안하고 넘어갈게.
ADHD있는 사람들이 (치일피일 일 미루기, 좋아하는 것만 몰두, 산만함, 충동적인 성향) 가진 것들 대부분 알고 있잖아.
그런데 이런 특성은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들이어서 별로 와닿지 않을거야.
그러니 나는 ADHD환자로서 살아가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
살다가 한번 쯤 자기 할말만 계속 하는 사람 때문에 짜증난 적, 대화 중간중간 갑자기 상대가 주제를 벗어나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자꾸 늘어놓아 괴로웠던 경험 있지??
돌이켜 보면 내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어.
치료받지 않은 채 심한 ADHD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 인간관계가 성공적인 사람... 흔치는 않을걸??
여기서 성공적인 인간관계라는 것은 외향적인 모습의 성공이 아니라(인싸말이야 인싸)
외면적으로도 내면적으로 사회적 기능에 아무런 문제 없는 경우 (주변 사람들이랑 오랜기간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자기 자신의 감정적 소모가 없는 상태, 친구 수랑 관계 X)를 말하는거야.
주변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내면이 아주 건강하기는 몹시 어려운 일이니까 차치하고... 겉으로는 언뜻 잘지내는 듯 보여도 속이 다 썩는 중이라면 그것 또한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 같은 경우에는 조금 일찍이 내가 가진 성향 때문에 내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인지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한 덕에 지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썩 좋은 편이야.
근데 지금 까지 오는 과정 중에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힘들었지.
평생 알게 모르게 손절도 많이 당했을걸??... 뭐 나 손절한다고 귓가에 속삭여 주고 가는 것도 아니니깐 :(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상대에게 비호감이 될만한 짓들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해.
그 때 마다 아차 싶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수십번 되새기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며 생긴 처세술들로 메꿔야만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더라.
항상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살다보니 나라는 사람의 본래 성향이랑 다른 사람이랑 만날 때 비치는 내 모습간의 괴리가 너무 커져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에 항상 맥이 빠지고...
이게 반복되니 인간관계에서 얻는 만족감보다는 피로감이 더 커져 계속 같은 텐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곤 하더라.
그래서 난 아주 건강한 사람은 아닌 편이지... (내향형 인간은몹시 괴롭다...)
여기까지 읽으면 조금 의아해 할 수 있을 것 같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페르소나를 쓰며 살아가는데, 그건 그냥 인간관계에서 오는 당연한 스트레스 같은거 아니야?'
요즘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거기에 등장하는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고래를 참 좋아하는거 다들 알고 있지?
그런데 드라마를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영우가 적절하지 않은 상황과 장소에서 갑자기 고래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을거야.
그 장면에서 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어.
아까...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이야기를 했지?
상대와 대화하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면 충동적으로 이미 말을 하고 있는거야.
대화에는 흐름이라는게 있잖아.
어느 정도 주제에 맞게, 어느 정도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어느정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 뱉어야 하는건데...
떠오른 내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방에게 내 생각들이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까에 관한 것을 놓쳐버리는거야.
마치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어른은 그 만화가 뭔지를 도통 모르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듣고 있지만, 아이는 신나서 계속 떨떠름한 반응의 어른에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상황)
상대가 반응하기 어려운 이야기(떠오른 의식의 흐름)를 - 상대가 반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상대 입장에서는 아 그렇구나... 그러시군요... 이렇게 대답or 상대가 말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나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 보통은 할말이 없어진다) 계속 늘어놓는데 상대와 나의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닌 상황이면 부적절하지.
결국 포인트는 단순히 상대보다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원치않는 상대에게 원치 않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야! (영우가 최재천교수님 모셔놓고 고래 얘기했으면 3시간 넘게 이야기 해도 될 듯...)
근데 ADHD가 있으면 이런 부분 조절이 어려워지니까 괴롭지!
(찬호형이 그런 사람이라는게 아니라!! 짤이 너무 적절해서 가져왔쓰요 ㅋㅋㅋㅋ 찬호형 사랑해요 ♡♡)
자기 생각에 몰두한 탓에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모습일지 파악할 정신적 자원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ADHD가진 사람이 지속가능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처세술과 의식적인 노력은 이런 부분에서 필요해.
생각을 안하고 의식을 하지 않으면, 자연히 상대 말은 듣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충동적으로 늘어놓는 사람이 되니까.
그래서 나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때 항상 지키려고 하는 규칙들을 세워놨어.
아주 당연한 것들인데, 지키려고 해야만 지켜지는 것들이거든.
1. 상대 이야기를 경청하기 (뭔가 떠올라도 지금 상대가 하는말이랑 관계 없으면 더 생각 안하고 상대 이야기 들어보려고 함)
2. 상대 이야기에 제대로 피드백하기 (맞장구, 되묻기 - 그냥 응응. 말고 이러이러해서 이렇다는 이야기구나? 상대가 말하는 상황에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한번 생각해보고 든 생각을 이야기 하기 - 자연스럽게 상상하고 이입돼서 공감이 가니 이야기가 잘됨)
3. 내 이야기가 적절한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인지, 상대도 듣고 싶어할 말인지 체크)
이정도만 지켜서 대화를 하면... 아주 매력있고 호감가는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대화하기 싫은 상대가 되지는 않으니까.
대단한 스킬보다는 대화라는 것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해.
이것들을 지키며 살지 않으면 상대 마음에 상처를 입히거나, 내가 상처받는 순간들이 지킬 때 보다 더 자주 찾아오니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상대가 자신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그건 그 마음대로 진실이더라.
내 본심이 어떠하다고 말할지라도 결국 상대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라면 변명이 되는 셈이니까...
그래서 나는 상대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말하는 습관을 기를 수 밖에 없었어.
“(The worst part of having a mental illness is people expect you to behave as if you don’t. 정신질환의 가장 나쁜 점은, 남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 나오는 문구인데...
비단 정신질환 뿐 아니라, 삶의 가장 나쁜 점이지.
우리 모두 대체로 남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살잖아. 아무렇지 않지 않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될 뿐이니까.
이러쿵 저러쿵 다른 사람들에게 하소연 해보아도 이해해줄 만큼 세상은 아직 그렇게 관용으로 가득찬 곳은 아닌 듯해.
ADHD 가진 사람들... 보통 사람들이랑 별반 다를게 없어.
이게 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면 보통 사람들이라고 구분짓는 정상의 범주랑 너무 미묘하게 차이나니까... 이해받기 더 어려워.
겉보기에는 그냥 게으르고 의지박약한 보통사람이니까.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내가 왜 이럴까 계속 고민하는데...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길 바랄 수는 없지.
그리고 보통 사람이라는 기준도 모호하잖아? 이상적으로 정상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 열에 하나? 백에 한명? 개인적로는 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그 만큼만 돼도 진짜 많은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보이는 사람 조차 마음을 들여다 보면 어쩌면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생긴 마음의 멍울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야.
뭐 애초에 이상이라는 것도 각자의 기준이니까... 결국 누구도 정할 수 없는 개념인 것 같지?
우울증 한번 안겪어본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에 누구라도 조금은 말 못할 고민, 문제 갖고 살잖아.
누구나 자기 컴플렉스, 덜어내고 싶은 조각들이 있잖아.
그 중 정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숨기기 어렵거나, 조절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치료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될 때에 정신질환이라는 이름이 붙는게 아닐까?
굳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어도 인간 삶을 윤택하지 않도록 방해하는 많은 요소들 중에 자력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들에는 이름이 붙곤 하니까.
요즘들어 말이 많은 주제인데, 난 개인적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이 등장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겪어보지 못했고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단어로만 접하는 '자폐'와 '다운 증후군'이 갖는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으니까.
알지 못하기에 관심이 생길리 없고, 때문에 당연히 공감과 이해도 어려운 것이고...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자폐'와 '다운증후군' 이라는 단어에 갇힌 채로 그쳐있던 것에 색이 입혀지고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우리에게 온 것이라고 느끼거든.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사람들이니 만큼,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찾고 깎아내리고 비교하며 무시하는 일 보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 더 유해지고 관용을 갖는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궁금한 점 댓글 달아주면 대답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