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KBS에서 하는 보신각 특별 방송 보셨습니까?
그 날 실제 종로 거리는 촛불 시민들과 경찰이 뒤섞인 정신없는 한복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한 새해 맞이 행사였습니다.
저는 이번 촛불 집회에 적지 않은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KBS 특별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아*리카 tv(인터넷 개인방송 생중계)를 통하여 부족하나마 있는 그대로의 종로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추운 극한의 날씨 탓인지, 예전만큼 많은 인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밤 10시 쯤까진 촛불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많은 수의 경찰들이- 정말 전국의 경찰이 종로로 다 모인 것 같았습니다.- 종로 거리를 에워싸고 있어서, 시민들이 그 인간띠에 갇혀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밤 10시를 넘기면서부터 길을 막고 있던 경찰들의 대형이 누그러지며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오더군요.
그 시민들의 손에는 촛불과 노란 풍선, 그리고 손피켓이 들려져 있었지요.
그리고 11시가 넘어 시작한 KBS 신년 행사....
인터넷 현장 생중계와 KBS 공중파 방송을 같이 봤습니다.
너무 다르더군요....
KBS는 31일 저녁 서울 종로에서 열린 보신각 타종 행사를 생중계하며 수천명의 촛불시민들의 '독재타도', '이명박은 물러가라' 는 장면을 화면에 비추지 않았습니다.
종로의 분위기는 예년의 그것과 사뭇 달랐고, 여기저기 촛불과 깃발, 그리고 구호로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는 시민들의 박수소리, 환호 소리 등 확연히 진실과 다르더군요. (작년의 음향을 그대로 가져와 입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이다.)
물론 신년 행사 자리에서 시위 (나라에서는 불법이라고 까지 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켜 정상적이지 않은 행사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정상 행사가 진행되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행사를 중단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전 현장 중계를 보면서 행사는 당연히 못할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경찰의 과도한 제재로 시위 인원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도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KBS에게 무조건 어느 한쪽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준비한 신년 행사를 시위대 때문에 망치라는 얘기도 아니구요.
단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든지, 그냥 때려치라는 겁니다.
그대로 보여주기 힘들면 적어도 '조작'이라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름' 공영 방송인데요.
1월 1일이 밝는 그 첫 날, KBS 방송만을 본 시청자들은
그 날 실제 그 현장이 어땠는지 전혀 모를 것입니다.
아니, 전혀 모르는 것이면 오히려 다행이겠습니다만, '틀리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해당 행사가 취소됐다면, 또는 방송에만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 되었다면
이 정도로 KBS가 비난 받지는 않았을거라 생각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도적인 연출.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적어도 '틀리게' 알고 있지는 않거나 다른 곳에서 사실을 접할 수 있었던 일반 시민들에게
연출된 상황을 보여줌으로서 '알 권리'를 박탈하고 사실상 거짓을 행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신년 특집 방송이 언론이기 보다는 '행사'의 성격이 강해
울며 겨자먹기로 시민들의 소리를 없애고 거짓 박수 소리를 넣었던 거라면
적어도 언론으로서의 뉴스 에서는 사실 그대로를 보도했어야 맞지 않을까요?
다른 얘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촛불 시민들 편 왜 안들어줬냐 이런 얘기가 아닙니다.
'Fact'를 보여주든지, 그게 안되면 공영 방송 때려 치란 얘깁니다.
한편, 당일 MBC 뉴스데스크의 클로징 멘트는 이랬습니다.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습니다.
2009년 첫날 목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아직 미디어 개정법안이 통과 되기도 전에 벌써 이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미디어 개정법이 시행되면, 올 2009년 1월 1일과 같은 상황은 별 것도 아닐 것 같네요.
그렇게나 진실만을 보여주는 것이 힘들다면 왜곡 또한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던 인터넷 생방송과 공영방송 KBS의 방송을 함께 보며
분개하고 또 너무나 슬펐던 새해 첫날 첫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