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는 갔고 난 복수를 준비했다.
그에게 미리 나에게 전화를 할 빌미를 마련해줬다.
나는 그에게 전화해 전화벨이 몇번 울리지 않고 바로 끊어지도록 전화를 두통정도 해줬고 그는 그것때문에 나에게 메신저 메세지를 보냈다.
[전화했어?]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도록 내버려뒀다. 그리고 한참만에 잘못한거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줬다. 그랬더니 그는 답답한지 계속 얘길 한다.
그와의 얘기중에 그에게 난 그때문에 너무 상처받아 내 고향에 있는 친구가 결혼하게 됐다는 말을 넌즈시 건넸다.
그리고 그의 반응을 살폈다.
조금은 당황한듯한 그의 반응에 난 쾌재를 불렀다.
그는 그렇다면 연락 안하겠다는 말을 하며 미안하다고 한다.
난 괜찮다고 대답해줬다. 그래야 얘기가 지속될수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그에게 다시 메세지가 왔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계속 만날순 없겠느냐며...
드디어 내가 계획한대로 이루어져 가는구나 싶다.
난 그렇다면 조건이 있다고 했다. 그날 밤으로 나의 집으로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했다.
위험부담이 컸다. 내가 함께 있으면서 그를 용서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그의 대답이 내가 그런생각을 했다는걸 무색하게 했다.
결혼하더라도 자기와 부담없는 애인관계를 지속해 줬으면 한다는것이다. 그리고 당장에 집에 들어오겠다는 대답이었다.
상식밖이었다. 그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다는것을 일찍 알았다면 아마도 난 그를 사랑하는 일따윈 저지르지 않았을것이다.
이제 내 생각은 확고했다. 그를 무참히 짓밟아주자...
저녁에 짐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오기로 했고 만날 약속시간을 정하고 난 퇴근길에 올랐다.
그에게 전화가 온다. 아주 밝은 목소리로..
"퇴근하니? 오빠가 이따가 가서 맛있는 저녁 사줄께...도착하면 전화해"
난 아무렇지도 않은척 전화를 끊고 거울을 봤다.
내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아주 심하게 일그러지고 내 눈빛은 날카로워져있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내내 얼굴이 굳어져서 걱정이 된다. 들켜버릴것 같아서...
좁은 골목들 사이사이 쓰러져가는 집들이 보인다.
정말 후진 동네다. 이런 동네에서 난 못살것 같은데.. 한달가까이 버텼다고 하는 그의 말이 믿기지가 않는다. 멀리서 그의 얼굴이 보인다.
골목 끝에서 짐들을 주섬주섬 들고 초췌한 모습으로 서있는 그가 보인다.
저사람이 진정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태연해야지 싶은 생각에 반갑게 그의 얼굴을 대한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그가 운전석에 앉고 난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예전에 내가 사랑했을때처럼 손을 부여잡고 저녁메뉴를 뭘로 할까 난 무척이나 떠들었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메뉴를 골랐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그가 뒤에서 날 안는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행복하라는 말도 함께...
나의 눈은 또 치켜떠지고 화가 난다.
날 이렇게 만든게 누구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그런말이 생각났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저녁을 먹으면서 얘길 나누고 있었다. 그냥 일상적인 얘기들...
그때 마침 나의 고향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난 기회다 싶어 그 친구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는 영문도 모른채 무척이나 행복해하고 나는 시선을 다른곳에 둔것처럼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이 굳어있다. 시선을 이쪽으로 두려하지 않고 TV 만 뚫어져라 본다.
난 친구와의 전화를 마치 결혼할 사람과 다정하게 통화하는걸로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나를 와락 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나 욕심쟁이 인가봐. 내가 싫다고 해놓고 널 막상 보낼려고 하니까 왜 이렇게 질투심이 생기는거지?"
난 고맙다.
그가 그렇게 느껴주니... 하지만 좀만 더 기다려라...
니가 좀더 비참해지고 서글퍼지게 해줄테니... 이를 갈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일찍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나는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새벽녘, 뒤척이는 그가 느껴진다.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도 들린다.
"미안하다..그런데 어떻게 하니.. 나 왜 이런기분이 드니?"
못들은척 춥다는 핑계로 나도 부시시 일어났다. 그런 나를 그는 꼭 안는다.
예전엔 그의 넓은 가슴이 좋아 매일 안겨있었다.
오랜만에 그때의 기분을 누려보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그래서 아무말 하지 않고 그에게 안겨있었다.
그리고 오늘아침...
난 그와의 동거생활의 첫아침을 맞았다.
그의 품에 안겨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사이에 아무일도 없었던 그때처럼 나에게 말을 건네고 출근준비를 한다.
나는 그런그를 비웃어주면서 그와 함께 출근준비를 했다.
함께 오는 지하철안에서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난 그런 그를 짓밟고 싶었다... 아주 처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