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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울면서 사과하네요

쓰니 |2022.12.28 20:27
조회 33,605 |추천 82
전 십대 청소년입니다. 엄마랑 일이 있었는데 조언 듣고 싶어서 글 써봐요.
상처되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많이 맞기도 맞았어요. 등교준비할 때 맞아서 학교가서 하루종일 울고 집어던진 물건에 맞고 주먹으로 배랑 얼굴도 맞아보고...
어릴 때는 평범하게 등짝이나 손바닥 같은 데를 때리다가 어느 순간 때리는 부분이 달라졌어요. 머리채도 잡히고 주먹으로 막 두들겨 맞은 일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한두번도 아니고 꽤 흔하게 맞았어요.
근데 올해 들어서는 더 자주 싸우거나 맞고 욕설도 들으면서 진짜 반년정도 매일 울고 자살시도도 해보고 그냥 내일 세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진짜 너무 싫고 좋았던 감정이 싹 사라지면서 맞을 때마다 저도 막 악담을 퍼부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엄마가 너무 혐오스러웠고 끔찍했어요. 맞을 때 전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감이 너무 비참했고 그럴 때마다 죽고 싶은 충동이 계속 들었던 거 같아요.
아빠한테도 몇 번 말해 봤는데 그냥 방관하시다가 나중엔 귀찮아하는 거 같아서 말하기가 꺼려졌어요.
무엇보다 보수적인 분이라 그런지 훈육하다 보면 좀 때릴 수도 있지 다 니 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거에도 상처 많이 받았어요.
엄마는 아빠한테 맨날 제 험담만 하시고...그래서 그냥 될 대로 되라 자포자기 심정이 됐던 거 같네요.
그러다가 최근에 상담도 받고 좀 쉬고 그러면서 요즘은 꽤 괜찮아졌어요.
근데 아직도 엄마랑 한 공간에 있으면 무섭고 엄마랑 관련된 화제로만 이야기하면 눈물이 나고 문 쾅 여는 소리,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네요...

그래서 성인되면 바로 독립해서 집 나가자, 그때까지만 버티자 다짐하면서 버티는 중이었어요.

아무튼 엄마랑은 형식적인 인사만 하는 안 좋은 사이인데 최근에 갑자기 저한테 제가 생각나서 샀다고 간식도 주고 어투도 묘하게 친절해지고...그래서 전 저한테 잘해준다고 득 될 것도 없는데 왜 이러나 생각했어요.

사실 불안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엄마랑 관계가 개선될 거 같아서 좋았던 거 같아요. 동시에 조금 잘해준다고 이렇게 마음이 금방금방 바뀌는 제가 너무 싫었어요.

근데 오늘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방에 들어가자고 하더니 그동안 자기가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잘못한 게 이제야 눈에 보인다면서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사과하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졌어요. 사과 받아주고 싶긴 한데 엄마한테 그렇게 상처도 많이 받고 그렇게 아팠는데 다시 가깝게 지낼 엄두는 도저히 안 납니다.

사과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까요?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미처 생각 못한 부분도 많을 거 같네요. 조금만 상냥한 댓글 부탁드려요.
추천수82
반대수5
베플ㅇㅇㅇ|2023.01.01 11:23
사과한 것은 온전히 부모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사과를 받아줄지 말지는 온전히 쓰니의 몫이구요. 정말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다 하더라고 사과를 받는 주체가 쓰니임을 절대 잊지마세요. 그 사과가 진심이라고 자연스럽게 믿어지기 전까지는 안믿고 경계하셔도 죄짓는거 절대 아니니 죄책감 갖지마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쓰니의 잘못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반대로 그런 부모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 자책하지 마시고 쓰니 스스로가 이토록 고운 마음결을 갖고 계신것에 자긍심을 가질 일입니다. 부모의 태도에 따라서 행동과 마음을 결정하지 마시고 내마음과 상황에 더 집중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부모가 나는 사과했는데 너는 왜 끝까지 등지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 또다른 이름의 폭력과 강요임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부모가 진심어린 말로 사과하는것에서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쓰니는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완벽한 별도의 개체입니다. 부모에게서 상처받았다고 쓰니의 생명이 가치없는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절대로절대로 생을 스스로 포기하지마세요. 볕뜰날이 반드시옵니다. 장담해요. 반드시와요!! 쓰니 응원할게요. 그리고 작은 글로나마 위로합니다(토닥토닥)
베플|2023.01.01 11:12
본인이 약자가 되었을 때, 자녀가 성인이 되어 곧 경제력을 갖추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하는 사과가 진짜 사과일까요? 본인 마음편하게 착취하고자함인지 진심인지 어찌 구분하나요? 사과를 안하는것보단 나을지몰라도, 이 이후가 더 중요함. 내가 사과했는데도 왜 마음을 안여냐 너무한다 어쩐다 하면 그길로 연 끊어도 돼요. 지금도 그냥 일년에 두번정도 생사확인 하면 충분한 관계입니다. 수십년동안 당한거, 특히 유년기 성장기에 새겨진거는 영원합니다 악어의 눈물에 죄책감같은거 느끼지 마세요.
베플ㅇㅇ|2023.01.01 10:48
미안해 우리 부모가 그런 부모가 아니라 난 절때 이해 못하겠다. 그 어느 부모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라 생각해. 그저 부모의 그늘 아래서 사랑을 원하고 그 존재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데 절때 이해해줄 수 없어. 사과는 받되 용서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마. 그리고 성인되면 독립해서 네 인생을 살아. 나이가 먹고 세월이 흐르고 그때 다시 돌아볼 기회가 왔을때 결정해도 늦지 않아. 네 마음의 상처를 준 부모에게 기다림도 필요하지 않겠니? 니가 끝끝내 용서하지 않는다 해도 그건 분명 너의 행복을 위한 길일거야. 나가서 독립하고 1년에 한두번 연락만 하고 살아. 니 인생에 가장 중요한건 부모님도 아니고 부모님과 너의 관계도 아니고 너 자신이란다. 니 인생의 행복을 찾아 살다가 스스로 진짜 선택이 가능해질때 화해를 하든 정말 돌아서든 해도 괜찮아. 이젠 니가 너 스스로를 돌봐줘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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