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아래서
인디고
머잖아 맵찬 계절이 찾아오리란 것을
나뭇잎은 알고 있었다
나무가 견딜 수 있는 힘의 분량을
나무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인가
나뭇잎은 죽음을 예감한 노승처럼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입가에 벌겋게 핏물이 번졌다
그리고는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내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낭떠러지로
겁 없이 몸을 던졌다
떨어진 나뭇잎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잔가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종일 새파란 하늘로 포릉포릉 퉁겨져 올랐다
저렇게 나뭇잎이
나무의 길이 된 것 같이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도
누군가의 희생이 마련한 길이었구나
툭! 하고 내 남루의 어깨 위에
마침표를 찍는 나뭇잎, 나뭇잎 하나
부끄러운 나를 일깨운다
시리디시린 말씀 한 사발 정수리에 쏟아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