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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노인

럽이 |2006.11.16 14:11
조회 23 |추천 0

열쇠 노인

백우선

세상 한 구석
냉랭한 눈빛의 알루미늄 틀 속에서
열쇠를 깎고 자물쇠를 푼다

주렁주렁 걸린 열쇠로도
전란이 닫아버린 한쪽 눈을 아직 열지 못하고
몸의 길을 환히 열지 못하고
식구들의 막힌 길을 찰칵찰칵 열어 젖히지 못하고

자물쇠의 맺힌 가슴 녹여내는 그 손끝으로
한 평짜리 노점이나 열고
식은 도시락이나 열고
차들에 휙휙 날리는 자전거길이나
열고 간다

한 생의 온몸이 열쇠가 되어
세상의 어두운 자물쇠 구멍으로
비빗비빗 비집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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