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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시댁에 멘붕털린 사람 여기 또 있어요

ㅇㅇ |2023.05.10 12:44
조회 14,605 |추천 100
저 그 기분 너무 잘 알아요. 시댁 식구들 보고 현타오는 기분... 
인생이 원래 그런 줄 알았어요. 
엄마가 발작하면서 소리지르면 그걸 끝까지 견뎌야 되고, 말대꾸 하면 한시간 두시간 씩 늘어나는 분노의 폭발을 서서 버텨야 되고. 아빠랑 엄마는 사소한 걸로 맨날 싸우고, 싸움 패턴도 맨날 똑같고.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엄마는 나나 아빠의 탓을 하면서 화를 주체 못하고 소리지르면서 난동을 부리고, 아빠는 십분 이십분 그 괴성을 견디다가 같이 폭발해서 미친듯이 싸우고. 
싸움이 끝날 때 쯤이면 엄마는 갑자기 너 때문에 싸운다고 모든게 다 너 때문이라고 제 탓을 하고, 제가 반박하면 더 야단맞고. 쳐 맞다가 반격이라도 하면 아빠는 어른한테 대든다고 옆에서 갑자기 껴들어서 더 때리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어요. 집에 컴퓨터가 고장났으면 엄마는 저를 불러서 '네가 건드려서 컴퓨터가 고장났다' 라면서 제 탓을 했죠. 하지만 저는 주로 학교 컴퓨터를 썼지 집에 것은 쓰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컴퓨터를 안 썼다' 라고 반박하는 순간 엄마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그럼 내 잘못이란 거냐?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냐?" 라면서 엄마는 못된 년, 엄마가 그런 소리도 못하게 하는 무서운 년, 옛날부터 재수가 없던 년, 뭔년 뭔년 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그릇을 집어던져 깨트리고 분노를 폭발시키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엄마가 집어던진 둥근 그릇이 깨지는 소리, 방울토마토가 사방에 터지면서 굴러다니던 것이 생각나요.
사실 엄마한테 누가 컴퓨터를 고장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겠죠. 컴퓨터가 고장났고, 자신은 짜증이 났고, 그래서 화풀이 할 만만한 상대가 필요했던 것 뿐이었어요. 만만하고, 마음껏 때려도 되고 소리질러도 되고 걷어차도 되고. 그런 쓰레기통이요.어렸던 저는 그걸 몰라서 무척 억울했는데 이제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해서 야단을 맞는게 아니라, 엄마가 기분이 나빠지면 샌드백처럼 야단맞고 쳐 맞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쳐맞을지 알 수가 없어서 불안에 떨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원래 이렇게 흘러가고, 다 이렇게 부모님이 패는 것을 견디며 사는 줄 알았어요. 왜냐면 미성년자들은 돈이 없으니까. 돈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면서 돈값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빠는 맨날 제가 돈이 없어서 남의 집(부모님 집)에 공짜로 얹혀 살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뭐라고 하든 복종해야 한다고 했어요. 너는 돈도 없는 군식구인데 자기들이 거두어 먹여살려 주고 있는 거니까, 대들고 싶으면 돈을 마련해 오라고. 돈도 없는게 덤비지 말라면서요. 

그래서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고 나서  친정하고 연 끊은지 3년 째 입니다. 이제는 자기들 집에 얹혀 사는 군식구도 아니고 경제력도 있으니까 인연을 이어갈 이유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거죠. 
놀랍게도 친정 부모님 모두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엄마는 약사이고 아빠는 고위공무원이거든요. 집도 강남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부러워했죠. 강남 사는 외동딸이라서 사랑 많이 받겠다고요. 그 때마다 저는 '나는 하나라서 귀한게 아니라 없는사람 취급되거든ㅋㅋ' 라고 대답했어요. 웃으면서 농담처럼 대꾸했지만 사실 진심이 섞인 대답이었습니다. 
엄마는 밖에서는 완벽하고 헌신적인 어머니를 연기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그 스트레스를 저한테 다 풀었습니다. 
아마 스스로도 굳건히 그렇게 믿고 계실 겁니다. 나는 완벽하고 헌신적인 엄마인데, 배은망덕한 딸이 나한테 협조를 안 해주니 어쩔 수 없이 팰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딸이 못생겨서, 공부를 못 해서, 말을 안 들어서, 엉덩이에 흉측한 점이 있어서. 현명하고 올바른 내가 때려서 계도할 수 밖에 없다고요.

제가 평생 이런 교육을 받고 컸기 때문에 결혼 하고 나서도 한동안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신랑이 시어머니와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며 말대꾸하며 대들자 저는 "어머님이 요번에 이사갈 때 돈 보태주셨으니까 말대답하면 안되는거 아니야? 인생은 원래 돈이 오가는 그런 거잖아." 라고 했었죠.
부모 자식 관계도 철저히 돈을 오가는 갑을관계, 돈이 없는 쪽은 맞아도 되고 찍 소리도 못 하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저는 20대 때에도 신세계 강남점 한 복판에서 싸대기를 맞으면서 자랐거든요)

하지만 시부모님을 보면 볼 수록,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울수록 제가 받았던 교육은 학대이고 제 부모는 성격장애자 였으며, 저는 학대당하며 자랐다는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깨달은 겁니다. 

저는 엄마가 벗으라 하면 마루 한복판에서 벗고 서 있었어요. 엄마는 제 엉덩이에 점이 있는데 이게 무척 흉측하다면서 못생겼다, 보기 흉하다, 남자랑 관계할 때 남자가 토하겠다 라면서 폭언을 쏟아부었죠. 기분이 나빠지실 때 마다 그러도록 지시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제가 거울을 잘 못 봅니다. 심리상담 할 때 선생님이 제게 '스스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르고, 자기자신에 대한 인식이나 자아가 무척 약하다'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제 아이의 점 하나하나 다 이쁘고 귀여운데, 엄마는 제가 흉측하고 혐오스러웠나 봅니다. 

사실을 깨닫고 나서 현타가 세게 왔어요.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닐 정도였죠. 그냥 인생이 원래 이런 줄 알았을땐 그냥 그러고 살았는데,이게 잘못된 걸 알고 나니까 뭔가 우루루 다 무너지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가장 큰 계기가 시댁, 그리고 제 아이였죠. 
친정엄마는 자기에게 복종하지 않는 제가 괘씸해서 전혀 연락이 없으시고 (이제 저는 자기 집에 빌붙어 사는 군식구도 아니고 식비를 축내지도 않은데 왜 계속 복종하길 바라시는지 모르겠습니다)친정아빠는 이제 와서 한번씩 보자고 가~~끔 5달에 한 번씩 전화가 오는데 귀찮고 만나고 싶지도 않고, 만나봤자 좋은 기억도 안 떠올라요. 두번에 한 번은 그냥 씹어버리는데 가끔 만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왜 굳이 만나야 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우리가 그런 사이던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을 정도로 친한 사이야?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 그냥 난 너네집에서 밥 얻어먹고 넌 그 생존을 댓가로 나를 마음대로 쓰던 그런 관계 아니야?' 이런 기분이네요.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소중한 시부모님과 신랑의 관계를 보면완전히 비틀려 버린 제 가족관계에 멘붕이 살짝 털리곤 합니다. 
시어머니가 "아들이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내가 해줘야지 별 수 있니" 라고 하시면어떻게 돈도 안 받았고 댓가를 받은 것도 아닌데 자식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 수 있는지 의아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 기분이 비정상 적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조금 비참하지요. 
저도 그 글쓴이가 무슨 기분을 느꼈다는 건지 알아요.
추천수100
반대수1
베플ㅈㄴㄱㄷ|2023.05.10 16:47
내가 다 속상하고 아파요 ㅠ 상처 잘 아물고 행복만 가득 하시길!
베플ㅇㅇ|2023.05.11 01:16
주작이라는 뜻이 아니고 쓰니 필력 너무 좋네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술술 읽혀요. 쓰니 그동안 사람같지 않은 부모밑에서 고생많았어요 이제라도 편히 살면서 애정으로 뭉친 예쁜 가정 잘 가꿔나가시길 바래요
베플딩크|2023.05.11 10:26
시댁보고 현타온 1인 추가요 저는 주폭에 가정 안돌보고 경제력없는 아빠밑에서 컸는데 시아버지가 완전 선비에요.. 남편이 대들어도 아휴 나는 저렇게 대들면 머리채를 잡히든 뺨따구를 맞든 할텐데 해도 아버님이 목소리 낮추고 차근히 얘기하자고 어른처럼 감싸주시네요. 충격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모복,초년운은 없었지만 부모복보다 좋은 남편복으로 좋은 시댁까지 얻은거라 생각하며 살아요.
베플남자ㅇㅇ|2023.05.11 09:06
댓글 달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쓴님 정말 잘 자라셨구요. 앞으로 당신에겐 행복만 가득할 겁니다. 행복하세요. 이 말씀 드리려고 로그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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