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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재회

쓰니 |2023.06.09 06:47
조회 1,051 |추천 0
20살에 잠시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동갑내기 친구가 저에게 별로 챙겨주는 것도 잘 해주는 것도 없어서 흐지부지 한달만에 헤어지게 되었죠.
연락이 뜸하길래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니 그냥 알았다고만 했었죠.
그리고 25살에 군대 다녀 온 그 친구가 우연히 마주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남자 친구가 있냐고.. 그 때는 한참 괜찮은 남자친구가 생겨서 기분이 좋을 때 였고 보란듯이 있다고 해 줬죠.
그리고 나서 별로 볼 일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서른쯤에 각자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고 살게 되는데 동문 밴드모임에서 다시 만납니다.
다들 안부를 묻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서로 나누게 되었죠.

음악을 전공한 동문들은 그 친구와 저처럼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른길을 가거나 보통 여자친구들은 가정에 충실하고 있었죠.
거기서는 그 친구와 저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반갑게 근황을 물어보며 다른 친구들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40대 중반이 되어서 아이들의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미국에 사는 그 친구와 좀 더 연락하게 되면서 조언을 받고 현지 학교도 추천받게 되었죠.
그러나 학교는 진행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장기간의
아이들 영어 연수는 포기하고 방학 몇달만 가게 되었죠.
물론 영어 뿐 아니라 친구가 감독하는 지역의 백인 음악 단체에서도 피아니스트로 같이 몇달을 일하게 되는 기회를 얻어서
적극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을 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딱히 갈 곳이 없고 차도 렌트가 어려워 친구네 집에 있기로 하고 한달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쯤 부터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친구가 먼저 고백을 하길래 우리는 말도 안되는 관계라며
재차 안된다고 했었죠.
각자의 가정에 소홀하지 말고 상처주지 말자고요.

그래서 이후에 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전보다 통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서로의 진심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십수년 전의 일에도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저는 몇달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 친구에게 우리는 아무런 스킨쉽이 없이 마음만 나누었다고 해도 이건 불륜이니 이제는 완벽하게 부인하게 돌아가라고 권고했죠.
부인을 대 하기도 어색하고 민망했고 친구의 혼란에 더 부추겨 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강력하게 연락을 며칠 끊었더니 집에서 부인앞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난겁니다.

그리고 끝내는 아내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했다죠.
어떤 결과도 생각하지 않고 사실 대로 얘기했더니 충격을 받은 아내는 그래도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그동안 본인이 남편에게 소홀했다며 오히려 돌아보며 더 굳건해져 갔다네요.

그런 남편을 이해 할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요?
당신 만나기 전에 사랑했던 여자인데 우린 시간이 지나고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불렀다.. 이렇게 감정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다.

저희 애들에게도 미국에 있는 동안 그 친구가 많이 살피고 잘 해 줬으며 저를 볼때 설레어하는 눈빛이 한편으로 참 슬펐습니다. 같이 작업을 하는 것도 코드가 잘 맞고 전화로 대화해도 재미 있었죠.
하지만 각자의 가정이 있기에 감정을 참고 또 참으며 결국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왔죠.
그 친구는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제게 처철한 편지를 주며
언제가 만날것을 희망하자고 했죠.

처음엔 가끔 카톡으로 서로의 근황을 가끔 묻다가 차단도 해 보고 모든 sns 도 끊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죠.

그 친구가 얘기했습니다.
왜 그 때 자기에게 사랑했다고 하지 않았냐고..
이렇게 타이밍이 안맞았다니 너무 슬프다고..

사람 인연이 참 묘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 중년이 되어도 추억은 유효하다는 걸
또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걸 느꼈어요.

어쨌든 제 신조가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안된다는 게 확실하기에 절대 더이상의 진전은 없이 추억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각자 가정의 행복을 응원하면서 80세에 감정이 없어지면 만나자고 농담을 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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