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차 30대 여성이구요, 애 없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기는 편인데 남편은 술을 안 좋아하고 잘 못먹기도 해서 남편이랑 둘이보다는 가끔 나가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하는 편입니다.
주량은 기본 소주 2병, 컨디션 좋을 때는 3병까지 마셔도 멀쩡하고 다른 주종과 섞어 마셔도 별 문제 없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저녁에 술자리 나가면 2차, 3차까지 갔다가 밤12시는 무조건 넘겨서 귀가할 정도로 술자리 체력도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느낀건데 드물게 남편이랑 둘이 술자리를 가지면 '평소보다 빨리 취하네?'라는 느낌을 받았으나 그 날 컨디션 문제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서는 제가 남편이랑도 둘이 술한잔 하고 싶어서 같이 먹자고 졸라서 최근 여러 번 술자리를 같이 가졌는데, 그때마다 평소보다 너무 빨리 취해서 신기하고 이상합니다.
보통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처음 소주 1병까지는 살짝 취기 오르는 정도이지 취했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아무렇지 않은데, 남편이랑 먹으면 소주 1병 정도면 조금 어지러울 정도로 취기가 오르고, 거기서 몇잔 더 들어가면 급 피곤이 몰려오고 속도 안 좋아지는 거 같으면서 '더이상 술 못 먹겠다, 집에 가야겠다' 상태가 됩니다.
다른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기분 좋아서 주량 넘겨 마시다가 저도 모르게 과음한 적은 있어도, 취기를 너무 느끼고 피곤하고 속 안좋고 컨디션 저하돼서 저 스스로 '더 못 마시겠다' 느낀 적은 전혀 없어서 제 자신이 너무 신기합니다. 술자리 체력은 자신 있는 제가 피곤을 심하게 느끼는 것도 신기하구요. 남편이랑 마시면 매번 이러더라구요.
술 마시는 환경이 다른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제가 원래 술 마실땐 안주를 잘 안 먹는 편인데 남편이랑 마실땐 남편이 챙겨줘서 훨씬 더 잘 먹고 있고, 지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술한잔 할때보다는 남편과의 술자리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단조로워서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길래 일부러 늦추고 천천히 먹고 대화도 의식적으로 더 많이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똑같더라구요.
결국 다른 요소로 빨리 취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둘이 술 마실 땐 제가 너무 빨리 취해서 결국 남편이랑 주량이 비슷해져서(그래도 여전히 제가 조금은 더 셈) 둘 다 헤롱거리면서 '와 죽겠다 피곤해 죽겠다 집에가서 드러눕자' 이러면서 술자리를 끝냅니다.
비슷한 맥락인 거 같아서 덧붙이는 얘긴데, 저는 과음해서 술에 좀 취해도 겉으로 티가 안 나는 편이라 같이 마시는 사람들은 제가 별로 취한지도 모릅니다. 취해 있는데 겉으로는 멀쩡해보이고, 그렇게 멀쩡하게 집까지는 잘 가는거죠.
제가 지인들이랑 술자리를 갖고 과음한 날 그렇게 남들은 저 취한지 모르고, 멀쩡하게 집에 도착했는데 집 도착 후에는 갑자기 술기운이 엄청나게 확 오르면서 무슨 취객처럼 비틀거리며 쓰러져 자거나, 갑자기 토할 거 같아서 변기 붙잡을 때도 드물게 있었습니다. 남들 앞에 있을땐 멀쩡한데 집 도착해서 남편이랑만 둘이 있게 되면 갑자기 술기운이 오르는거죠.
이 부분도 평소에 신기하다 생각했으나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해요 정말.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제가 남들이랑 술 마실 때는 어떤 친한 친구랑 마시든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기본적인 긴장감을 갖고 마셔서 술이 덜 취하는데, 남편이랑 마실 때는 그런 긴장감이 아예 없이 너무 편해서 그러는건가? 하는 로맨틱한 결론을 떠올려보긴 했습니다만 -_-
아니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주량과 컨디션 차이가 크게 날 수가 있는건가?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건가? '살짝 빨리 취하네' 정도도 아니고, 새벽까지 멀쩡하게 노는 술자리 체력 만렙인 사람이, 남편이랑 술먹으면 소주 1병에 넉다운 되고 초저녁에 어지럽고 속안좋고 피곤해서 집에 가버리게 될 정도로 차이가 나는게 가능한건가? 싶어요.
어제도 남편이랑 술한잔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제 자신이 너무 신기해서, 혹시나 비슷한 분 있나 싶어 글 남겨 봅니다.
친구들한테 얘기 해보자니, '술 완전 센 ××이가 그렇다고? 말도 안돼'이러면서 얘기가 길어질 거 같아.. 일단 익명으로 여기다 올리는거예요. 나름 절실한 마음으로 ㅜㅜ
아 참고로, 이런 식으로 소주1병에 만취하고 집에와서 일찍 잔 다음날은 숙취 전혀 없고 전날 술 마신 것 같지도 않고 쌩쌩합니다. 심적으로는 만취했지만 결국 제 실제 주량의 반도 안 먹은 상태는 맞았다는 거죠. 신체적인 주량은 소주 2~3병 이상이 맞는데, 남편이랑만 마시면 너무 빨리 취합니다.
또 덧붙이자면, 남편이 함께 있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이렇지 않아요. 남편이랑 단 둘이 마실때만 그렇습니다.
정말 제 자신이 너무너무 신기하고 왜 이런가 싶습니다. ^^;;
저같은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