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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걸까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길어질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 드려요.

결혼 16년차, 40대 부부이고 아들 둘 키우고 있습니다.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깊게는 말을 못하겠어요.

5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위기를 한 번 겪었습니다.
어느 날 별거아닌 일로 다퉜다가 이혼을 요구하길래
이상하다 싶어 뒤를 밟아보니 외도 중이었어요.
그 때 상간녀 소송을 하였고 위자료도 받았습니다.
그 위자료는 남편이 대신 내주었구요.
정말 죽고싶을 만큼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고

그 당시에
너무 어렸었던 아이들을 두고 이혼 할 자신이 없어
2년정도 남편과 대화없이
각자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다가
3년 전 즈음부터 사이가 다시 괜찮아져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만족하고 살았습니다.

남편의 평소 모습은
아빠로서의 역할은 잘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아이들이 필요한 것, 원하는 것,
주말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표현해야 맞는 것인지
아내가 무엇을 하건 크게 터치하지 않고
외출해서 몇시에 들어오건
전화 한 통화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평소에 가족끼리 외출해도
손 한 번 잡지 않을 정도로 스킨십이 전혀 없고
가족이라고 말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부부간에 전화통화는
한 달에 한 통화 할까 말까할 정도의 빈도에
급한일로 어차피 전화해도 잘 받지 않아
모든 대화는 거의 문자로 합니다.
문자도 물론 정말 필요한 대화
(급한 생활비, 아이들 교육이나 상의 할 부분,
각자 선약으로 인한 스케줄 상의)만 합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대화를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는 아이들과 있으니
크게 문제없어보이는
평범한 가족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일년에 한 두번은 꼭 해외여행 다니고
국내여행도 시간내어
계절마다 다니며 했었으니깐요.

부부간에 잠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며
정말 겉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는 그런 가족입니다.

남편은 취미생활로 골프를 즐기고 있고
1년에 1~2회 정도는
친구 및 지인들과 해외골프를 가고
주 1회는 친구들과 모임 겸 골프를 치고
월1~2회는 라운딩을 갑니다.

그런데 얼마 전,
거래처 사람들과 라운딩을 간다며 갔는데
알고보니 저에게 거짓말을 한 거였습니다.
진짜 라운딩을 갔는지,
누구와 갔는지 저는 알 길이 없어요.

본인말로는
사실 친구들과 간건데
친구들과 골프를 자주 치다보니
제가 싫어할 것 같아
거래처 사람들과 간다고 거짓말을 했답니다.

그래서 그럼 그걸 증명 할 수 있게
핸드폰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16년동안 살면서
저희는 서로의 핸드폰을 보지 않아요.
저는 보여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데
남편의 입장은
부부간에도 사생활은 존중해줘야 한다며
평소에 핸드폰을 보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편에게 핸드폰을 보여달라고 한 게
16년동안 살면서 두번째입니다.
공교롭게도 첫번째 뒤졌을 때
외도가 들키게 된 거였구요.

어쨋든
끝까지 핸드폰을 보여줄 수 없다는 남편의 말에
이로 인해 가정이 파탄이 나게되어도
핸드폰을 못 보여주겠느냐 물었더니
본인의 자존심이자 본인의 사생활이 있는건데
그걸 자꾸 캐내려고 하는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며
지켜야겠답니다.

그 때부터 냉전이 시작되어
3주정도 냉랭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에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오해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깟 핸드폰 보여줄 수도 있는데
남편에게는 그깟 핸드폰이 아닌가봐요.

그냥 포기하고
저런 사람인 걸 인정하고 살아야 하는건지,
아니면 독한 여자라 소리를 들어서라도
다 캐내야 하는게 맞는 건지
몇 날 몇 일을 고민하다가
결국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 거짓말을 하고 다닌건지,
정말 숨기고 다닌게 이게 전부인건지,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솔직하게 차라리 말을 해달라구요.

남편의 말에 의하면
누구나 비밀은 있는 것이고
그게 부부사이라 하여도
사사건건 알려고 하지 말아라.
내가 너 간섭 안하듯이
너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더군요.
저 간섭해도 티끌만큼 찔릴 거 하나 없습니다.

자꾸 저런식으로만 말하니
저만 정신이상자가 되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나는 어디까지 이해를 하고
모른 척 넘어가줘야 하는 것이냐.

남편이 원하는 것은
내가 지키고 싶은 비밀은 알려고 하지 말 것,
뒤를 밟는다거나 캐묻는다거나 감시하지 말 것,
이것도 웃긴게
저 평소에 감시하거나 캐묻거나
사사건건 물어보지 않아요.
지나가는 말로도 점심 뭐 먹었냐 물어보면
그게 왜 궁금하냐고
되려 화내는 사람인 걸 알기에
말다툼 하고싶지 않아
정말 어쩌다 한 번씩
기분좋아 보일 때에만 묻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보통의 남편이나 가장들은
친구들과 또는 사회생활하다보면
여자들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으니
그 것 가지고 터치하지 말 것.
제가 그런다 하여도 이해할 수 있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아야하나
모른척 넘어가주고 살아야하나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큰 아이가 사춘기가 다가올 때가 되어
조금씩 예민해지고 있어서
고민 사유 중 그 부분이 제일 큽니다.

채 30분도 되지않아 저는 결론이 내려졌어요.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감정이 없다해도
다른 남자들과 하룻 밤을 즐기고 끝내며
아내로서 엄마로서
양심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남편의 그런 행동들을 지켜보며
한낱 복수심에 불타
내 인생이 피폐해져가는 기분을
느끼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제 생각을 얘기하였습니다.
감정상하지 않게 좋게 말하고 싶었어요.
나와 당신은 가치관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내 머리와 가슴에서는
그런 것들이 잘 허용이 되지 않는다.
안맞는다고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의 디테일한 생각을 알고나니
서로 괴로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당신은 당신 하고싶은 거
간섭받지 않고 감시당한다며 생각하고 살 필요없고
나 또한 당신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로 인해
더이상 힘들고 싶지 않으니
이만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다시 생각 해보자 하길래
어차피 당신에게
내가 바라고 달라지길 원하는 부분에서
당신은 그걸 수용하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또 싸움만 번져나갈게 뻔하니
이제 각자의 삶을 존중하기로 하고
좋게 끝내자 하니 알겠다고 하더군요.

이혼하는 것,
혼자 먹고 살아야 하는 것
(5년전 이혼위기가 있었을 때
양육은 남편이 하는걸로 얘기가 끝났었습니다)
걱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한참 예민해지기 시작한 나이에
아직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이대로 두고 나가도 되는 것인지
죄책감이 너무 크네요.
아이들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야 한다는 게
사실 자신도 없습니다.
전업주부로만 살아와서
아이들 케어를 하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도 무너질까 걱정되고
제 자신도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그냥 모른 척 눈감고 참고 살아야 하는 건지
이혼을 해서 나가는게 맞는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게 되어도
앞이 너무 막막하기만 해요.
어떤 상상을 해보아도 피가 마르는 느낌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옳은일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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