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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찍고 눈탱이 맞은 이야기 (무료촬영 이벤트 아님)

000 |2023.10.04 10:42
조회 2,685 |추천 14
안녕하세요.평소 눈팅이나 열심히 하던 판에 글 쓰는 날이 저에게도 오네요. 저는 결혼도 했고 친정 식구들이랑 겪은 일이니 결시친에 씁니다.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쓸게요.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시간 없는 분들은 제일 밑에 3줄 요약 보세요.
우리 가족은 삼남매임. 다들 결혼도 했고 애도 한둘씩 낳아서 13명 대가족이 되어버림. 다들 바빠서 자주는 못 모임. (두명은 좀 규모있는 자영업자, 한명은 대기업 다님. 그래서 평소에는 연락도 잘 안하고 모일 때만 신나게 놈.)
아빠가 올해 73세 되심. 3년전 칠순 때 코로나 한창이라 잔치는 커녕 가족사진도 못 찍었음. 평소에는 명절에도 다같이 모이기가 힘듬. 세명이 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사는데 세명 사는 곳을 점으로 찍고 선으로 이어보면 거의 정삼각형임. 보통 왕복 5시간~10시간도 걸림. 그러다 이번 연휴가 길고 마침 다같이 모일 수 있게 되어 가족사진을 찍기로 결정.
우리는 세상에 공짜는 없고, 공짜라고 말하는건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임. 그래서 무료이벤트 이런거는 쳐다도 안봄. 정당하게 돈내고 찍으려고 친정 근처 사진관 여러곳 전화를 해봄. 그런데 연휴기간이라 그런지 영업하는 사진관들이 엄청 많지는 않았음.
그 중 전국에 11개 지점이 있는 규모 있는 사진관에 언니가 전화를 했고 명절특가로 액자 하나가 15만원~60만원 정도 한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와서 하자고 함. 우리는 가족 사진 한장 찍고 60만원짜리 액자 하나 하면 되겠다고 생각함. 사실 전화 걸어 물어본 사진관 중에 더 저렴한 곳도 있었지만 비싼만큼 잘 해줄거라고 생각했음.
예약금 10만원 송금 후 문제의 촬영 당일.
오후 1시 촬영이라 여유있게 12시 반쯤 도착. 우리는 헤어랑 메이크업도 좀 하고 옷도 여유있게 고르려고 했는데 여직원이 일찍 왔다고 싫어하는 눈치로 옷도 못 고르게 하고 그냥 앉아있으라고 함. 아무것도 손 못대게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20분 정도 앉아있었음.
한참을 기다리는 중에도 촬영이나 계약 관련해서 그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함!
촬영 시작 전 엄빠만 아주 간단하게 만져주고, 옷도 손대지 말라고, 사이즈만 말하면 자기가 골라준다는데 덩치작은 8살 남자아이한테 170을 주는 등 제대로 해준다는 느낌 전혀 없어서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
우리는 사진 촬영 얼른하고 점심 먹으러 가기로 해서 다들 배가 고팠음. 그래서 촬영 후 밥 먹으러 갈거다, 빨리 찍어달라, 간단히 찍어달라며 여러번 말했음. 더군다나 협착증 환자인 엄마와 디스크 환자인 올케가 서있기도 앉아있기도 좀 힘들어해서 빨리 촬영하고 가고 싶었음.
그런데 포토그래퍼라는 분이 (우리는 이분이 사장인 줄 알았음) 자기도 한장만 딱 찍으면 편하지만 여러번 연습을 해야 잘 나온다며 엄청 여러가지 구도로 여러가지 컨셉으로 장소도 바꿔가며 2시간을 촬영함.
미취학아동 포함 아이들 5명과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2시간 촬영은 정말 힘들었음. 다들 너무 배가 고프고 지쳐서 표정도 안좋고 빨리 끝내고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음. 그래도 열심히 찍어주시니 불평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 했음.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나니 3시가 됨. 그제서야 어디선가 사장이 나옴. (우리는 이분이 사장인 것도 몰랐음) 우리는 일단 밥을 먹고 와서 사진 셀렉하면 안되냐고 다들 너무 배고프고 지쳐한다고 했으나 안된다고 함.
그래서 최대한 빨리 고르려고 했는데 우리한테 말했던 액자 60짜리는 매우 작았음. 그래도 13명이 찍은 가족사진이니 얼굴은 보여야 할거 아님? 그런데 그 정도 크기는 80~100. 오케이,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음. 그런데 원본사진을 안준다 함.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선택한 컷에 한해서만 원본사진을 준다고 함. 그러니 우리가 액자 100만원짜리를 하나 하면 그 액자에 들어간 사진만 원본사진을 준다는 거임. 
우리는 2시간 동안 30개가 넘는 구도로 사진을 찍었음. 그 원본을 다 받기 위해서는 구도당 15만원~18만원을 내고 앨범에 넣어야 하는데 다 하려면 앨범값이 500이 넘어감.
원본만 팔면 안되냐 50만원 드리겠다 제안함. 안된다고 함.
그래서 딱 필요한 컷만 고르려고 했는데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음. 누구든 배고픈 상태로 애들 데리고 2시간 촬영하고 나면 제정신이 아닐거임. 그런데 부모님과 애들이 지치고 배고파하는 상황에서 뭐 따지고 어쩌고 할 겨를도 없었고 대충 고르고 170만원 결제하고 나옴 (10만원은 선금이었고, 당일 결제 160만원)
우리 삼남매 그간 다들 결혼하며 웨딩촬영, 아이 키우며 성장앨범, 좀 큰 후에 주니어 촬영까지 사진관 처음인 사람들 아님. 더군다나 언니네는 시댁과, 올케네는 친정과 가족사진을 최근 1~2년 사이에 찍어본 경험들이 있었음.
다같이 밥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함.
참고로 우리집 식구들은 진상력이 1도 없고 다들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하는 사람들임. 그래서 해외여행 가서 호구 당해도 저 사람들 도와준셈 치자 하고, 음식점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사장님한테 조용히 말해서 음식 교환 정도나 함. 큰소리 내거나 따지는 사람이 없음. 다들 이번 가족사진 촬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면서도 좋은 추억이다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음.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함. 2시간 촬영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음. 우리는 다같이 찍은 가족사진 한장만 원했을 뿐임. 그런데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 사진 다 찍어놓고 우리는 돈을 170을 내고도 우리가 찍은 사진을 다 받지도 못 함. 애들 성장 앨범은 만삭, 뉴본, 50일, 100일, 돌까지 5번을 가서 사진 찍고 액자도 여러개, 앨범도 좋은거 해서 그 정도 가격임. 그런데 하루 2시간 촬영에 170? 오케이, 그런데 원본을 안준다고?
언니한테 전화를 해봄. 언니는 그 촬영일 이후로 괜히 자기가 예약해서 자기가 잘못해서 이리된 것 같다고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함. 더 화가 남.
사진관에 전화를 했음. 170을 냈는데 원본을 안주는건 아닌 것 같다, 미리 고지도 안하지 않으셨냐, 사진관의 대답은 여길 선택한건 고객님 아니냐, 책임도 고객님이 지는거다였음. 전화로 물어봤을 때 안알려주지 않았냐, 원본을 안준다는걸 어떻게 예상하냐고 하자 선택하지 않은 컷의 원본은 당연히 안주는거라고 함. 아그런가? 원본을 안주는게 당연한건가? 주변에 물어보기 시작함. 맘까페에도 올려서 물어봄. 그런데 맘까페에서 나와 같은 피해 사례자들이 댓글을 달고 쪽지를 보내기 시작함. 제일 심한 사람은 400만원 내고도 원본을 못 받았다고 했고, 그 사람이 찍은 사진관도 전국에 체인이 있는 유명한 곳이었음.
아, 혹시 체인이면 본사에 문의해라 하는 사람 있을 것 같음.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는 본사가 따로 없음. 홈페이지 들어가면 주식회사 0000는 플랫폼 제공 사업자이며, 상품 제공 당사자가 아닙니다.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0000 지점에 있습니다. 당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점 정보 공개 목적으로 하며, 촬영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고 쓰여있음. 한마디로 우리가 생각하는 프랜차이즈도 아님.
우리는 이미 당했고 환불을 받거나 원본을 받을거라는 기대는 더이상 하지 않음. 다만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씀. 다들 규모 있는 곳이라고 믿지 말고, 꼼꼼하게 문의하고, 계약서를 꼭 쓰고 촬영을 하기 바람. 참고로 우리는 사진촬영 전에도, 결제를 다 한 지금도 계약서는 구경도 못 해 봄. 혹시 계약서 안쓴 것도 불법이 아닐까 싶기도 함.
세줄 요약
1. 가족사진 촬영하러 감. 미리 계약사항에 대한 고지 전혀 없었음.2. 2시간 동안 촬영. 미취학 아동 포함 모두가 배고파하고 지쳐해서 빨리 찍고 싶다고 했으나 계속 찍음.3. 원본은 구매컷만 제공. 30개가 넘는 구도를 찍어놓고, 구매한 컷 8개만 줌. 170을 쓰고도 원본을 다 못 받음
추천수14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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