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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풍파 애정행각---4라운드###

안지콩 |2004.03.15 11:33
조회 650 |추천 0

퇴근시간도 지나버린 시간…희조는 사무실을 나갈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모두들 가정의 날 어쩌구 하며 일찍 퇴근했지만, 서울에 혼자있는 희조는 갈곳이라곤

 

썰렁한 자신의 소형 아파트 뿐이었다.

 

수정의 전화를 듣게 된 후 희조는 진오에게 사실을 물을 수 도 없었다.

 

그 굳게 다문 입술에서 나올 말이 너무 두렵고, 그의 눈을 볼 용기가 없었다.

 

오늘 만날 사람이 수정이라는, 함께 밤을 보낼거라는 사실을 확인할까 두렵기만 했다.

 

 

 

‘어차피 시작도 아니었어..그래..우리가 뭘했는데? 석달동안 한거라곤 몇번 만나 차마시고 영화보고..

 

그래..그것뿐이었어. 그정도는 친구보다도 못한거잖아.

 

따뜻한 눈으로 날 봐준 적도 없었어. 오히려 남보다 더 서먹하기만 했을뿐이야..그래..그래…’

 

 

 

하지만..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희조의 머릿속은 점점 더 헝클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덜컹!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렷다.

 

희조의 사무실은 서울에서도 조금 외진곳에 있었다. 제작실이 가까이 있을곳을 찾다보니

 

자연히 인적이 드문 공장터 쪽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술취한 행인들이

 

근처에서 행패라도 부릴때면 희조나 경미는 문을 걸어잠그거나 경찰을 부르곤 했다.

 

하지만…희조는 오늘 사무실 입구 문을 잠그는 것을 잊었었다.

 

 

 

“누…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적막이 흐르다…누군가 입구쪽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이게 누구야…희조아냐...이밤에 뭐햇어.응? 나 기다렸나?”

 

 

“과장님…”

 

 

 

어디서 취햇는지 과장은 몸을 비칠거리다 입구에서 미끌어져 부딪힌 것 같았다.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어요? 댁으로 가셔야죠…”

 

 

“움…저..기 제작실에서 인부들이랑 좀 마셨지. 차도 못몰겠고 해서 술좀 깨려고..”

 

 

“제가 택시 불러드릴게요. 사모님 걱정하실텐데요.”

 

 

“아냐..됐어..신경쓰지마..여기 책상서 눈좀 붙이다 가면 돼..그나저나 윤대리는 여기서 뭐해?

 

 다큰 아가씨가 그래서 쓰나….”

 

 

 

과장의 추근거리는 눈빛을 무시하고 희조는 전화를 집어들었다. 왠지모를 두려움에서 였다.

 

콜택시 회사와 연결이 되어 장소를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과장이 뒤에서 수화기를 낚아챘다.

 

 

 

“희조야…괜찮다니까그래…응? 그러지말구 커피한잔 타서 줘..”

 

 

“알겠어요. 그럼 커피 드시고 가시는 거에요.”

 

 

“알어…걱정마…”

 

 

 

커피잔을 과장 옆에 내려놓은 희조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자신의 가방과 핸드폰을

 

챙겼다.

 

 

 

“과장님. 아무래도 제가 먼저 가야겠어요. 쉬다가 가세요.”

 

 

“어..어? 배신하구 먼저 가? 그러지 말구 나랑 얘기나 좀 하다가지그래.”

 

 

“아니에요. 그럼 전…이만…”

 

 

“그러면 쓰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과장은 희조의 옷을 잡아당겼다. 그 힘에 희조는 과장쪽으로 넘어졌고,

 

결국 안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과장님. 놔요. 싫다고 했잖아요. 놔주세요.”

 

 

“그러지말구..희조야…우리 잘좀 해보자..응?너 외롭잖아..나두 외로운 사람이야..”

 

 

 

혀는 꼬부라져 있었지만, 술기운에도 과장은 희조를 꽈악 붙들었고, 버둥거리던 그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가며 몸부림쳤다.

 

과장의 손은 희조의 어깨를 가슴을 허리를 더듬었고, 억지로 그녀를 쓰러뜨리려 했다.

 

 

 

“ 이거 놔요. 놓으란 말야. 안놔 이새끼야..아~~악..”

 

 

“에이..그러지 말구..어..억..’

 

 

 

결국은 해냈다. 희조는 어디선가 본듯한 호신술이 머릿속에 퍼뜩 스치면서

 

무릎으로 과장의 급소를 쳤고, 과장을 그대로 고꾸라 졌다….

 

혹시나 그가 일어나 따라 나올까 희조는 가방을 낚아채 차로 뛰어갔다. 머리 뒷편에선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고, 지금이라도 과장이 쫓아와 자신의 머리채를 움켜쥘것만 같았다.

 

차키를 꽂고 시동을 거는 몇초동안 그녀의 목은 타들어갔고, 손은 떨렸다.

 

그리고…정신없이 어두운 거리를 빠져나갔다.

 

...................................................................................................................................................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미친듯이 차를모는동안 희조는 아이처럼 소리내며 울고 또 울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물조차 말랐는지 더 이상 울 기력도 없었고, 몇십분전의 그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단지 온몸에 돋아오르는 소름만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리고 있엇다.

 

 

 

‘정신차려. 윤희조. 넌 잘해냈어. 그새끼는 더 당해도 싸. 떨지마. 울지도 마. 참아…’

 

 

 

어느샌가 아파트 앞에 도착한 희조는 문득 핸드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음을 느꼈다.

 

 

 

“나에요. 어디에요?”

 

 

“..집..앞이요.”

 

 

“목소리가 왜 그렇지? 무슨일 있어요?”

 

 

“아니…아니에요…신경쓰지..말아요.”

 

 

“야…이거 서운한데..난 신경조차도 윤희조씨를 위해서 쓰면 안되는 겁니까?”

 

 

“제발….신경꺼요..”

 

 

“.................할 말 있어요. 잠깐 봐요.”

 

 

“ 난….없어요. 진오씨도 필요없어….”

 

 

“………………………내가 지금 갈게요. 차에서 기다려요.”

 

 

“오지 말아요.”

 

 

 

진오는 전화를 이미 끊은 뒤였다.

 

희조는 그가 오면 뭐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암담했다. 분명 자신은 수정의 일을 캐물으며 화내야 했다.

 

하지만…지금 희조의 상태는 기절하기 한보 직전이었다.

 

이미 온몸에선 긴장이 풀린탓에 열이 오르고 있었고, 눈조차도 풀려왔다.

 

 

 

‘그래..윤희조…기다리자…잠깐만 기다리면 그가 올거야. 그가 오면 당당하게 쏴붙이고

 

너 따위 필요없다고 하는거야. 이젠 다신 너 믿지 않는다 하는거야. 잠시나마 널 믿을까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고…그렇게 말하는거야…’

 

 

 

얼마후…차창 밖으로 진오가 그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지콩입니다..^^*

다음 단락서부터는....처음 글을 시작했을때로 돌아갑니다. 회상 부분은 여기서 끝이 나지요.

그럼...계속해서 읽어주시길...

 

 

 

자신을 추궁하는 진오의 물음에 희조는 결심과는 달리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에 쇠 추를 단것처럼 무거워 한시간째 앉아만 있었다.

 

이젠 열이 오르고 있는건지, 아님 신경이 마비된건지…알수가 없었다.

 

하지만….진오의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본순간 희조는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러지마…진오씨.. 그러면 안돼…그렇게 나 자꾸 흔들어 놓으면 안돼…”

 

 

“난 윤희조 당신이 날 대하는 진심을 알고싶어. 지난 석달동안 당신은 내가 당신과 왜 만났 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당신은 왜 날 만난거죠. 전혀 아무런 느낌없이, 생각없이 만난겁니까?

 

단지 내가 하자니까 그저 그런겁니까?”

 

 

“그런거 아니었어…정말..아니야..”

 

 

“그럼..왜..왜 나를 가까이 안하려고 하죠? 난 당신 말대로 당신 곁에서 기다렸어요.

 

당신이 돌아볼때까지 기다렸단 말입니다. 나와 만날 때 안절부절 하는 모습, 손이라도 닿을라 치면

 

흠칫 놀라던 모습, 어딘가 모르게 마음문을 닫고 있는 사람…그래도 난 당신 옆에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은…내가 다가가는게 두렵기만 한건가?”

 

 

“진오씨..제발..”

 

 

“신경쓰지 말라구? 그래…좋아…신경 이제 끄도록 하죠..단, 당신의 진심은 분명히 밝혀봐.

 

그 대단한 마음만 알고나면 깨끗이 떨어져 줄게요.”

 

 

“…………나…난….”

 

 

“말해봐요.”

 

 

“…….진심? 그게 뭔데?... 모르겠어요…..”

 

 

“그런식으로 피하지마. 이건 내 얘기가 아니잖아. 당신 마음속에 있는…”

 

 

 

그녀는 더이상 달아날 곳이 없었다. 이미 자신의 머릿속은 의지를 벗어난지 오래였고,

 

눈앞의 그는 구름에 가려진것처럼 뿌옇게 보이고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그녀에게

 

진오의 추궁은 채찍처럼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희조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과 처절함이 뒤섞여 커졌다.

 

 

“ 내 마음속? 그게 그렇게 당신에게 중요했었나요? 그러는 진오씨의 진심을 대체

 

  어디있었지? 내가 울부짖으며 여기 집앞까지 오는동안 난 누구에게도 손을 뻗을수 없었어.

 

  그 시간에 당신은 어디잇었어? 말해..봐..”

 

 

“이봐요. 윤희조씨! 무슨소리야. 울부짖다니..”

 

 

 

희조는 자신의 눈앞이 조금씩 하얘 것을 느꼈다. 진오의 외침이 들리는듯 햇지만…

 

그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그럴수가 없었다. 그리고…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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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조가 눈을 떳을 때 그곳은 자신의 아파트였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기억나는건 진오의 눈물과

 

자신을 부르던 나즈막한 목소리였다.

 

 

 

“깼어요?”

 

 

“내가…어떻게…무슨 일이죠?”

 

 

“……..정신을 잃었어요. 당신…내 앞에서….”

 

 

“아….근데 어떻게…”

 

 

“병원 응급실로 갈까 하다가 비번인 의사친구놈한테 전화했어요.. 열 많았어요. 헛소리도 많이 했고…

 

다행히 열은 많이 내렸구…며칠 쉬면 나을거랍니다.”

 

 

“회…사..는요?”

 

 

“…………………..”

 

 

“진오…씨..”

 

 

“왜 말 안했어요? 왜 날 안불렀냐구…”

 

 

“………………..그..건..”

 

 

“아까 정팀장님 전화왔었어요. 며칠 쉬고 나오라구. 그새끼는….사라졌어요…”

 

 

“과장..이…?”

 

 

“그래요..사무실도 엉망이고 안그래도 이전부터 짐작도 가고 해서 정팀장이 이리저리 묻고 다녔는데,

 

 과장이 뭐에 찔렸는지 대충 둘러대며 피하다가 , 어제부터 사라졌답니다.”

 

 

“아…..”

 

 

“정팀장이나 내 예상이 맞는겁니까?  맞는거라면.......당신처럼 날 바보로 느껴지게 하는 여자는

 

처음이에요. 날 이렇게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다니…세상에....”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어쩔수 없던 일이었어요….”

 

 

“당신은 열에 쓰러져있고, 난 아무것도 할수가 없고..…”

 

 

“진오씨…”

 

 

“그자식이 만일  사라지지 않았다면, 난 아마 지금쯤 전과자가 되어 있겠지.”

 

 

“…………..네?”

 

 

 

진오는 희조의 침대 옆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희조의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긴 손가락의 이미지처럼 그의 손은 섬세했다.

 

열에 들떠 발개진 희조의 볼을, 흐트러진 머리칼을, 부르튼 입술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따듯한 사람이었나….날 정말 사랑했던건가….이게 정말 이사람의 진심인가……

 

희조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면…그래서 날 사랑 않는거라면…내 잘못이죠. 하지만, 나에게 확인 받지도

 

않은채 혼자 믿지 못하고, 혼자 도망치는 건 비겁합니다.”

 

 

“…미안..해요..”

 

 

“ 그 미안하단 소리도 하지 말아요. 후..우…. …대체 내 심장을 얼마나 더 조여댈겁니까.”

 

 

“확신을 할수 없었어요. 아무것도….”

 

 

“다 나아요…빨리….난 안떠납니다...윤희조씨..당신이 나에대해 가진 편견, 오해…이런것들 다 버리고,

 

나만 보게 할겁니다. 그래서…날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할겁니다…”

 

 

“…………”

 

 

“겁나면 당신은 그대로 그자리에 있어요. 내가 당신에게 갈 겁니다...당신은 그자리에서

 

 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요…”

 

 

 

진오의 얼굴이 조용히 희조의 얼굴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싫었다면, 정말 싫었다면 그녀는 얼굴을 돌릴수도 있었다. 하지만…아니었다…

 

그의 따듯한 입술이 가만히 희조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의 입술에 생긴 상처들을 어루만지듯 그의 입술은 조용히 희조의 입술을 쓰다듬었고…

 

희조는 아주 편안히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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