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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노인

누렁이 |2006.11.16 15:14
조회 14 |추천 0

자전거 타는 노인

김희업


천변을 끼고 여대 앞으로
낡은 자전거 한 대가 노인을 모시고 간다
굳은살이 자전거를 움켜쥐지만
줏대 없이 흔들리는 노인의 성기
억지로 균형 잡으려는 자전거와 노인 사이에
심한 갈등은 몸싸움이 된다
뒤통수를 긁적이는 척 노인이 바라보던 후면경이
여대생의 긴 다리를 반만 보여주었다
노인의 중심이 흔들리는 틈을 타서
안경 닮은 바퀴가 한눈 팔기 시작한다
노인의 근육이 무서운 속도로 엿가락처럼 풀어지고
노인 대신 페달을 밟는 바람의 발
후면경이 여대생의 짧은 치마를
뒤집어 보이기도전에 노인은
과일의 껍질처럼 무릎의 일부가 뜯겨져 나갔다
노인의 동공 속에서 벗어난 여대생의 실루엣
느리게 끊기는 공기의 속도와
땀방울의 질량만큼 노인의 연륜이 읽힌다
지난날 방황하며 흔들리던 자전거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던 노인
발아되지 않는 슬픈 씨앗 몸에 간직하고
노인은 두고 온 유적지로 자전거의 고삐를 당긴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노인은 어김없이 수의를 입고 있다
수의 입은 노인이 주검을 비껴 달리며
주검의 그물을 생생生生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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