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모
박명숙
덕유산자락 기평마을에 작은고모 살고 있지요
밤이면 황금벌레들 하늘 가득 살림나는 걸
허리를 접고 앉아서 나방처럼 지켜보지요
데룩데룩 이리저리 바쁜 하늘 기어다니며
몸 부딪고 배 뒤집는 별들의 난장을
처마끝 거미줄 사이로 까무룩이 바라보지요
어쩌다 툭, 황금벌레 한 마리 풋감처럼 떨어져서는
섬돌까지 꾸물꾸물 이슬 젖어 기어들 때면
두 날개 파닥거리며 고모 혼자 잠 못 들지요
◆ 시작노트 : 가을 물은 소 발굽에 고인 물도 먹는다 했던가.
가을이 가고 있다. 어두워가는 하늘을 향해 소지를 올리듯 마른
목숨을 사르고 있는 나무들, 잉걸의 한때도 가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따뜻하고 맑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이
어수선한 미망의 땅에 가을 볕살은 그리 오래 은전을 베풀 것
같지는 않다. 이제 바람이 가파르게 날을 세우리라.
빌딩과 빌딩 사이로 자투리 하늘이 처연하게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