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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가 먹은 3월의 구내식당 메뉴

Nitro |2024.04.07 11:35
조회 25,701 |추천 44

 

날치알생야채비빔밥, 어묵무국, 비엔나소세지철판볶음, 포기김치, 요구르트.


날치알을 듬뿍 넣은 비빔밥은 맛있습니다. 여기에 비엔나소세지 볶음을 곁들여 먹으면 꿀맛이지요.


훈제오리나 통삼겹구이같은 특A급 밥도둑은 아니더라도 A급 정도는 됩니다 ㅎㅎ


 

함박스테이크, 계란후라이, 잡곡밥, 돼지순두부찌개, 콩자반, 도토리묵야채무침, 포기김치.


돼지순두부찌개에 돼지고기 함량이 너무 낮은 게 언제나 불만입니다.


좀 저렴한 부위를 쓰더라도 돼지반, 두부반의 비율을 보여주면 좋을텐데요.


 

소고기철판당면불고기, 잡곡밥, 우거지콩나물된장국, 도라지오이생채, 상추쌈, 포기김치, 제철과일.


뭐, 그냥저냥 무난한 한 끼. 직접 쌈을 싸서 먹는다는 게 손맛이 있어서 좋습니다.


 

닭볶음탕이 메뉴로 나온 날인데.. 영 땡기지가 않아서 탈출합니다.


왠지 짬밥 째고 PX로 도망치던 옛날 생각이 나네요.


소고기 국밥을 뜨끈하게 한 뚝배기 해치웁니다. 역시 해장국의 가성비를 따라갈만한 메뉴는 찾기 어렵지요.


 

다음날은 주말이라 이틀 연속 외식.


쌀국수 전문점에서 먹은 팟타이(볶음국수)입니다. 뭐, 그냥 그래요.


이 집은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가끔 쌀국수나 볶음국수 생각날 때 한번씩 찾게 됩니다. 다른 대안이 없거든요 ㅎㅎ


 

토마토라구파스타, 잡곡밥, 콩나물맑은국, 두부계란구이, 토마토양상추샐러드, 수제오이피클.


밥은 빼고 파스타와 샐러드 조합으로 먹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재밌는건 가끔 제가 먹는 것과 똑같이 밥과 국 빼고 먹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는 거.


 

순살깐풍기, 잡곡밥, 황태콩나물해장국, 어묵파프리카굴소스볶음, 얼갈이숙주무침, 포기김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였다"라는 문장에 잘 어울릴법한, 딱 평균 수준의 밥.


그런데 사람의 삶이라는 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희망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무미건조하게 살면서 기억에 남지 않는 과거의 일상 속의 나는 죽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 속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렇게 멍때리며 시간을 보낸 그 당시의 나는 죽은거나 다름없는 거죠.


만약 이 밥을 "평범한 구내식당 밥이네"라고 생각하며 무미건조하게 씹어 삼키면 이 소중한 한 끼는 그냥 사라져버리는 셈입니다.


맛을 생각하며 먹고, 사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면 그제서야 온전히 내 삶의 일부로 남게 되지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남들보다 훨씬 더 충만한 삶을, 더 오랜 세월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겁니다.


최소한 먹는 것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풍족한 인생을 살아보려는 발버둥입니다. ㅎㅎ


 

왕새우튀김, 잡곡밥, 김치감자수제비, 멸치호두볶음, 부추오이생채, 포기김치.


배식대에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수제비를 두 그릇 놓고 먹는 사람이 눈에 보입니다.


"국을 두 그릇 가져와도 되는 거였어?!"


밥과 수제비를 함께 먹는 건 탄수화물이 너무 지나쳐서 거부감이 들고, 수제비만 먹으면 양이 적어서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문제가 해결됩니다.


수제비 두 그릇을 껴안다시피 하며 먹고 있으니 제 인생 최고의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슈호프는 두 개의 국그릇 앞에 자리를 잡는다. 엄숙한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한쪽 국그릇 속의 건더기를 수저로 확인하고, 다른 하나의 국그릇도 확인한다. 왠만큼은 들어있다. 생선도 걸려든다. (중략) 그는 먹기 시작했다. 우선 한쪽 국그릇의 국물만을 단숨에 들이킨다. 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을 따라 온몸으로 퍼지자, 오장육부가 곡물을 반기며 요동을 친다. 살 것 같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두 개의 국그릇에서 뜨끈한 국물만을 마셔버리고, 그는 한쪽 국그릇의 건더기를 다른쪽 그릇으로 옮겼다. 옮겨붓고 나서, 그릇을 손으로 털고 다시 스푼으로 훑어낸다. 이제야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한쪽 그릇이 마음에 걸려서, 연신 옆눈으로 흘끔흘끔 감시할 필요도 없고 한손으로 국그릇을 감싸안을 필요도 없다.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중에서 


다만 소설에도 나왔듯 국그릇 두 개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 훔쳐가려는 사람이 없더라도 - 상당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곱배기로 먹는 사람들을 위한 커다란 국그릇이 절실합니다.


 

후라이드 치킨, 잡곡밥, 콩나물맑은국, 우엉채어묵볶음, 브로콜리초회, 포기김치


닭을 토막쳐서 만드는 후라이드 치킨. 옛날에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닭튀김과 비슷한 맛입니다 ㅎㅎ


언제 먹어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메뉴.


 

철판돼지파채불고기, 잡곡밥, 어묵무국, 연근통마늘조림, 청상추쌈, 포기김치, 계절과일.


불고기는 밥 위에 넉넉하게 담아서 불고기 덮밥으로 먹으니 따로 반찬칸에 담아 먹을때보다 더 맛있습니다.


밥 한 숟갈, 불고기, 김치를 조금씩 상추에 얹어 쌈싸먹어도 맛있구요.


 

통살새우까스, 잡곡밥, 근대콩나물국, 두부쑥갓무침, 미니새송이볶음, 포기김치.


통살새우까스는 1인당 두 개인데 반찬통 리필하기 직전에 남은 거 다 몰아주는 바람에 세 개 득템.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왠지 운이 좋다는 기분이 듭니다.


 

열무나물비빔밥, 계란후라이, 건새우아욱콩나물된장국, 어묵매콤떡볶이, 담근열무김치.


담근열무김치라는 작명센스가 '이건 주방에서 직접 만들었어!'를 필사적으로 어필합니다. ㅎㅎ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날치알 비빔밥이 더 좋다는게 문제.


 

수제등심탕수육, 잡곡밥, 꼬치어묵우동, 메추리알장조림, 느타리버섯피망무침, 포기김치.


꼬치어묵우동이 나왔길래 과감하게 밥은 생략하고 탕수육을 듬뿍 담았습니다.


그 덕에 반찬칸이 하나 비어서 오늘은 부먹이 아니라 찍먹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먹찍먹 논란이야 오래된 논쟁거리이지만, 저는 중국집 주방에서 나온 걸 바로 먹는 '볶먹'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찍먹을 선호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찍먹이라기보다는 한 번에 두세개씩 소스에 던져놓고 하나씩 건져먹는 쪽이지만요.


 

수제등심돈까스, 잡곡밥, 콩나물김치국, 김자반, 토마토양상추샐러드, 포기김치, 양송이스프.


영 안어울리는 콩나물김치국을 빼고 양송이스프를 넣는게 이젠 일상이 되었습니다. 경양식 메뉴 구성과 비슷해서인지 궁합이 좋습니다.


어지간하면 돈까스도 저렇게 잘게 썰지말고, 통 돈까스까진 언감생심이라도, 최소한 길쭉길쭉하게라도 썰어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닭감자조림, 잡곡밥, 황태미역국, 현미연두부, 도라지오이생채, 포기김치.


닭감자조림은 맛은 있는데 뼈 발라내기가 고역입니다. 닭뼈 잘못 씹었다가 이빨 나가는 경우도 많아서 더 조심스럽지요.


일본식 돼지고기 감자조림으로 만들어주면 점수가 급상승할텐데, 재료 단가 문제인지 돼지고기는 통삼겹으로 나오는 것만 봤네요.


말 타면 견마잡히고 싶다더니 (요즘으로 치면 차 타면 기사 쓰고 싶다는 뜻) 구내식당 메뉴가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개인 커스텀 메뉴는 늘어만 가고, 전에는 맛있게 먹었던 메뉴도 왠지 아쉬운 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좀 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는 향상심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악마의 말마따나 괜히 식탁의 쾌락에 사로잡혀 까탈스럽게 구는 건 아닌지 항상 조심하는 중입니다.


“그 노인네가 실제로 원하는 건 그저 잘 우려낸 홍차 한 잔, 제대로 익힌 달걀 하나, 또는 적절하게 구운 빵 한조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제대로’ 해내는 하인이나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제대로’라는 주문 뒤에는 자기가 옛날에 느껴 봤다고 생각하는 그 입맛, 재현이 거의 불가능한 그 입맛을 채우려는 물릴 줄 모르는 욕구가 숨어 있다. 노인네는 그 옛날을 “좋은 하인들을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묘사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감각이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고 다른 것에서 얻는 즐거움도 많아서 식탁의 쾌락에 이 정도까지 매달리지 않았던 시절’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 

- C.S.루이스 지음.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중에서

추천수44
반대수22
베플ㅇㅇ|2024.04.10 14:12
불만이시라니 저희 구내식당이랑 바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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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ㅇㅇ|2024.04.10 21:59
내가 저기 영양사라면 개싫을듯ㅠㅠ 평가오지게하네 그것도 남들다보는데서 공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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