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사랑하다
천서봉
夏.
햇볕 속에서 달콤한 복숭아들이 얼굴을 붉혔다. 두꺼운 종이로
겉포장을 해도, 詩集은 금방 티가 났다. 시는 뭣 땀시 쓴댜- 단골
백반 집 아주머니 말 근처에서 몇 번의 사랑이 지나갔다. 거짓말하
던 서정들, 건너 과일가게엔 복숭아들이 허불허불 웃고 있었다. 일
식이었다.
秋.
위통처럼 걸린 장마전선에 며칠을 집에서 뒹굴었다. 수음만으로
도 천장은 배가 불러왔지만 방생한 물고기들은 바다로 가지 못했
다. 숨이 막혔다. 기도와 식도 사이에서, 홈통과 지붕 사이에서, 은
밀한 내통이 울컥거렸다. 매직아이처럼 벽지는 지도를 밀어 올리고
가을의 나무들이 또륵또륵 목구멍 가득 血吐를 내달았다.
冬.
애인은 브래지어 없이 나를 만나러 나왔다. 그녀와 헤어져야겠다
는 생각을 처음 했다. 광장에 모인 비둘기들은 지나치게 살이 올라
있었다. 통통한 연민들이 땅 위를 서성거렸고 다만 모든 상징이 눈
처럼 지루했다. 조형벽은 더러워져 가는 내 영혼을 닮아 있었다. 돌
아오는 길 근처 공사장에서 비계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내를 보았
다. 같이 무너져버리고 싶다고 내게, 사랑니가 말했다.
秋.
香 자만 갉아먹은 책벌레를 잡아 냄새 맡아보았다. 먼 곳에서 돌
아와 바람은 내 황홀한 슬픔에 대해 물었지만 어떤 추억도 향초의
무덤 쪽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벌레의 부드러운 다리들이 허공을
엮는 것 보다가 향기가 지워진 책들을 불살라 주었다. 빈 마당의 상
처를 낙엽이 다 덮지 못했다. 돌아다닐 행간이 사라진 다음에야 벌
레를 축복했다.
夏.
꽃 속에서 죽은 적이 있다. 단물에 젖은 날개가 훈장 같았다.
- 젊은 평론가가 뽑은『 2006 젊은시 』(문학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