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도박과 여자에 빠져서 가정에 소홀했던 아빠
그런 아빠와 매일같이 싸우면서도
두 딸들에겐 최선을 다했던 엄마...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저는 어릴적기억이 거의 없어요
중학생정도까지 내가 몇학년때 몇반이었는지
저를 예뻐하셨던 선생님이 언제 담임선생님이셨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않는데
나중에 의사선생님이 그땨의 기억이 좋지 않아서
잊고싶어서 그러는 자기보호본능 같은거라셨어요..
근데 저는 나쁜기억은 너무 생생해요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좋을텐데 나쁜것들만 기억나고
좋은것들은 다 잊었어요
유치원다니던 나이에 아빠가 도박하던 하우스에
아빠를 잡으러 갈때
차마 저와 동생만 집에 둘수없어서
어린 동생을 업고 제 손을 잡고 찾아가던 엄마 모습은 기억이 생생해요
아빠가 바람핀 아줌마의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서
아빠와의 관계를 끝내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 아줌마가 남편의 팔을 칼로 찔렀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을 부르거나 병원에 가지않고
피를 흘리면서 저희집으로 찾아온 그 아줌마의 남편모습도
생생해요
아빠때문에 매일같이 집전화로 걸려오는 협박전화나
말없이 끊는 전화들이 너무 많아서
발신번호표시가 안되던 때라 전화국?에 따로 신청하면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을때 끊은 뒤 무슨 번호로 전화하면
어디서 걸려온 전화인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었던것도
생생해요
엄마랑 아빠랑 심하게 싸우던 날 보통은 동생과 함께
이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렸을텐데 슬퍼하는 동생을
다독여주고 처음으로 말려보겠다고 방에서 나갔다가
아빠가 엄마 목을 조르는 모습에 몰래 경찰에 신고했던 기억도
생생해요
엄마아빠가 싸우다가 엄마가 아빠에게
니가 ㅇㅇ이(저) 지우라고 돈줬을때 그돈으로 보약사먹은거
후회한다고 말하는걸 들었을때 기억이 생생해요
엄마아빠가 또 싸우던 날
엄마아빠에게 내가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내가 아니었으면 엄마아빠가 결혼하지 않았을텐데
다 나때문이라며 울던 기억도 생생해요
견딜수없이 힘들어서 엄마아빠를 앉혀놓고
제발 이혼하면 안되겠냐고
우리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데 대체 왜 같이 있어야하냐고
울면서 빌던 11살의 내가 생생해요...
그래서 엄마아빠는 이혼하셨고
그 후에는 행복할줄알았는데
엄마는 보상을 바라는듯이 저에게 많은걸 바라셨어요
공부도 운동도 다 잘해야했고
많은걸 버겁도록 시키셨는데
저는 그 기대를 실망시킬수 없어서
그저 다 따르는 착한 딸이었어요.
엄마아빠가 헤어지면 행복할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몇년을 꾹꾹 참으며 버텼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혼자 신경정신과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우울증이라고 하셨어요. 이 어린나이에 너무 마음이 아프시다며
노래하는걸 좋아한다는 제 말에
가슴이 너무 답답하면 혼자 노래방이라도 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노래라도 부르라고
약을 먹는다고 무조건 다 낫는게 아니라고
약도 잘 챙겨먹으면서 너무 화가나거나하면 어디든 표출하라던
의사선생님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몰래 먹던 우울증약을 엄마에게 들켰을때
처음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에게 화를 냈어요
그때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엄마가
너무 징그럽고 싫어서 책상밑으로 기어들어가
오열하며 엄마에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달라고
잠깐이라도 날 좀 그냥 두라며 소리지르던 그날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 뒤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제가 성인이 되어서 가출하며 가족들과 연을 끊기까지의
기억은 없어요.
아니 평생 그랬듯이 나쁜기억만 머릿속에 가슴속에 가득해요.
그렇게 연끊고 지낸지 십년도 훨씬 더 되었네요.
공황장애와 심한 우울증으로 약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시절 약을 먹으면 약을 먹어서 힘들었어요
입원치료 권유를 계속 받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제가 강해지더라구요
스스로를 돌보며 바르게 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이만큼 나이를 먹고
지난 기억들은 저 깊은곳에 묻어두고 지금의 나를
사랑해주며 행복하게 지낼수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요즘 자꾸만 꽁꽁 숨겨두었던 아픈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서 시도때도없이 눈물이나고 너무 힘이들어요...
저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데... 엄마아빠가 그런 사람들인데
연을 끊은건 난데 이렇게 힘들때 내편이 되어줄 부모가 없다는게 너무 서글프고 힘들어요... 엄마가 보고싶어요..
이런 내가 너무 싫어요
아직도 강해지지 못했나봐요 그런척만하고 살았나봐요...
누구에게 기대질 못하는 성격이라
이런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는데
처음 이렇게 글로라도 써봐요...
그래서 그런지 쓰는 내내 눈물을 멈출수가 없네요
저는 언제쯤 단단해지고 강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