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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사랑이야기-9

쓰니 |2024.06.20 11:09
조회 165 |추천 1

그 후 약 십년의 시간이 흘러 작년이 되었다.

십 년 전과는 다르게, 타인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복학 후에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어찌어찌 졸업을 했고,

어찌어찌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하게 일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십 년 전의 사건들은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끊임없는 우울증과 불면증이 나를 붙잡았다.

정신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약을 먹는다고 우울한 감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기분이 들뜨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 감정을 앗아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 멍하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다.

하지만 그런 상태일지라도 위태로웠던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너는 지금 뛸 수 없어. 그렇다고 주저앉으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춰서 쉬어보자. 곧 걸을 수 있을거야.

라는 의미로 나의 감정을 모두 앗아가는 느낌이랄까.

또 일주일에 5시간도 자지 못하던 나는 수면제를 처방받고 그나마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깊은 좌절감은 나 스스로를 할퀴게했다.

지금 내 몸에는 자해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옳은 행동이 아님을 알지만, 견딜 수 없이 괴롭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생각날 때면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서 생기는 아픔으로라도 나를 괴롭히는 슬픔을 외면했다.

그래서 우울함이 심할수록, 상처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후회, 반성, 미련, 죄책감, 증오, 슬픔, 절망.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오는데, 그것을 극복할 건강한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오한.

하루도 빠짐없이 꾸게 되는 꿈.

떠나보낸 생명들과 나를 향했던 감정 없는 너의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찾아오는 공황.

 

하지만 이 모든 걸 잘 포장해서 들키지 않고 평범한 척 섞여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너를 잊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어느 날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어떤 날은 사무치게 그리웠다.

시간은 추억을 미화시킨다고 했었나.

너가 준 상처가 미화되거나 합리화되진 않았지만, 그때 너의 감정이 조금씩 알 것도 같았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 어렸고, 너가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너무 의지를 해서 너는 나에게 의지할 수 없었을테고, 그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가 너무 못된 방법으로 분출이 되었겠지.

너가 선택한 너를 지키는 방법은 외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증오하고 혐오만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 상처가 아물지 못했으니까.

 

십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를 몇 번 찾은 적이 있다.

너는 전역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전화가 왔었다. 너무 미안하다고, 정말 죄스럽다고.

하지만 그땐 내가 널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내가 너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노래방에 함께 있던 너의 여자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온갖 못된 말을 퍼부으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안가 그 연애는 끝이 났지만 이내 넌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 연애는 장기연애가 되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다시 널 찾은 날, 전 여자친구와 현 여자친구에게 나와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고 했다. 그러니 널 떠나도 좋다는 말과 함께. 그럼에도 받아줬기에 연애를 시작했다고. 그 후 너는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았다.

 

너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그 차이가 나를 다시 바닥까지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너의 sns에서 굳이 연애글을 다 보았다.

소득 없이 나만 갉아먹을 뿐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나와 행복했던 날들처럼 너가 다른 사람과 행복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나와했던 커플 옷을 그 사람과도 맞췄다.

나와는 가본 적 없는 놀이공원을 가서 예쁜 회전목마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자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다정하게 거울을 보며 일상을 찍었다.

나를 보며 웃는 미소가 예뻤던 너는 다른 이를 보며 너무 예쁘게 웃고 있었고,

다른 이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내가 없는 너의 연애사는 그렇게 5년이 넘게 이어졌다.

너를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무너지고의 반복이었다.

 

염치없지만, 나도 연애를 안했던건 아니다.

반년 정도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스킨쉽을 극도로 싫어해서인지 결국은 두 번 다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이 들켜서 끝이 났다.

 

약 십년의 시간동안 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은 어땠을까.

너가 모르는 나의 시간은 참 재미없었는데.

 

그 긴 시간이 어떻게 서로를 이끌어 우리는 어떤 30대가 되었을까.

 

정말 몰랐다.

그것을 확인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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