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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사랑이야기-10

쓰니 |2024.06.21 09:23
조회 118 |추천 0

  안녕

이 두 글자가 내가 보낸 문자였다.

 

네 시간쯤 지나서였을까, 문자 알림이 떴다.

  안녕, 잘 지냈어?

이 여섯 글자가 너가 보낸 답장이었다.

 

그 긴 시간을 잘 참아왔는데, 그 날 갑자기 너를 찾은 뚜렷한 계기는 없었다.

그저 그 시기에 너가 계속 생각이 났다.

십년도 더 전에, 우리가 사랑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십년도 더 전에, 우리가 저질렀던 죄들도 생각났다.

하지만 십년도 더 전에, 너가 내게 준 상처는 생각나지 않았다.

 

복합적인 감정 중 그리움이 컸던 것이었을까.

너에게 문자가 온 순간, 20살 너 문자를 받고 심장이 내려앉던 내가 반복되었다.

다시 한번 더, 심장이 땅에 떨어져도 팔딱팔딱 뛰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답장을 했다.

잠시 후 너에게도 답장이 왔다.

 

점차 우리는 답장 주기가 짧아졌고 그동안 묻지 못했던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다.

 

너는 대학 졸업 후 평범한 회사에 취직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렇다고 했다.

너는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나 또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너의 직장과 나의 직장 사이 거리는 약 4시간 정도였다.

아쉬움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

일주일 뒤 연휴에 나를 만나러 갈테니 만나줄 수 있겠냐고 너는 물었다.

안도감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과 함께 그러겠다고 했다.

 

그 때의 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약 십년 만에 만나는 너였다.

내 모든 것이 온통 너로 가득할 정도로 많이 사랑했었고

그 모든 것이 다 무너질 정도로 좌절하고 미워했었다.

하지만 그 감정 중 어떠한 것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너가 연민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불쌍하게 보이지 말아야지 수도 없이 다짐했다.

 

또한 긴 시간으로 인해 내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십년이 넘는 시간이 만든 나는

너를 조이고 지치게 했던 내가 아닌, 조금 더 어른스러운 모습이길.

 

혹, 누군가는 나를 향해 비난을 할지도, 멍청하다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십년이 넘는 시간은 내 아픔도 무뎌지게 했지만, 원망도 무뎌지게 했다.

남아있는 원망의 크기보다 남아있는 슬픔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일주일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어색한 발걸음 끝에 서있던 너의 어색한 모습.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너는

여전히 웃는 모습이 예뻤다.

목소리는 똑같았고, 머리는 적당히 길러 가르마를 탔으며, 여전히 청바지를 좋아하는 듯했다.

 

함께 밥을 먹었고, 술을 가볍게 마셨다.

어색함이 점차 풀리며 우리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했다.

너는 나에게 끊임없이 속죄했다.

과거에 무책임했던 행동들, 나에게 줬던 상처, 해서는 안될 범죄

모두 사과하며 몇 번이고 미안하다 말했다.

나는 과거 정말 많이 힘들었고, 혼자였으며 아직도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하고픈 얘기가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으며,

서로가 없었던 십여 년의 시간 끝에 마주보며 앉아있는 서로가 되기까지 지나온 많은 것을 나누었다.

우리는 대략 10시간 가량을 함께 얘기했다.

 

헤어지기 전에 너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한번 더 만나줄 수 있겠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우리는 첫사랑을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30대가 아니라

첫사랑을 시작하던 갓 20살의 아이들이었다.

 

온갖 생각, 걱정을 하던 것이 너를 보자마자 다 없어졌고

그저 내 눈앞에 있는 웃는 모습이 예쁘고 노래를 잘 부르는 너가 좋은 20살의 내가 되었다.

 

다시 한번 더, 첫사랑이 내 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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