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가볍게는 흑역사부터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고싶은 최악의 기억들이 있겠죠?
저는 그게 결혼식이에요.
비혼에 가까웠는데 지금 남편이라면 결혼해도 흔히 말하는
기혼스트레스들을 안받을 것 같아서 결혼했고 5년째 예상했던대로 무던하게 살고있어요 .
남편도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 안했는데 양가 어른들이 밀어부쳐서 결혼한 케이스에요;
양가 어른들이 모두 기독교입니다.
저와 남편은 그런 기독교 집안에서 기독교가 싫어서 홀로 무교로 살다 만난거구요. 양가 부모님들이 기독교식으로 결혼식 올리면
앞으로 전도는 일절 안한다고 하셨어요. 또 저희가 딩크로 살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문제삼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결혼식 비용도 걱정 말라며 호텔에서 해도 된다고 하시길래 호텔은 부담스럽고 지역에서 밥 제일 맛있는 곳으로 했어요 .
기독교식으로 해봤자 짧은 주례에 기도만 하는 거랬는데 주례가 아니고 완전 예배더라구요;
제가 몸이 안좋아서 오래 서있지 못하는데 30분 정도를 앞에 서서 예배드리고 설교하고 기도하고 ..ㅠㅠ 결혼식 영상보면 하얗게 질려서 굳은얼굴로 식은땀만 흘리고 있어요; 제가 신부인데 웃는 장면이 행진 할 때랑 단체 사진 찍을때만 웃고 있더라고요;
양가 부모님의 손님들이야 대부분 교회사람들이니 예식에 아주 만족하셨다는데 저와 남편 지인들은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좋은 반응은 아니였습니다.
지인들 대부분이 무교거나 다른 종교여서 미리 기독교식이라 안내했기에 크게 말나온건 없었지만...그나마 밥이 맛있어서 다행이였습니다 ...예식 안봐줘도 되니까 밥 천천히 많이 먹으라고 했어요 ㅠㅠ
종교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안와도 된다고 했는데 고맙게도 많이 와줬어요.
지금은 제 결혼식이 대화주제로 나오면 밥 진짜 맛있었다or기독교식은 안가도 될 것 같다 or 너 그날 너무 아파보여서 구급차 불러야하나 했다 이런 이야기만 나와요;;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해보고나니 지인들 결혼식 볼때마다 후회 됩니다.
신부 드레스보며 나도 스드메 따로해서 더 이쁘게 해 볼 걸,
신랑 예복 보고 남편도 잘 어울렸을텐데 더 신경써서 이쁜 걸로 입힐걸, 예식때 주례없는 결혼식 할 걸 ㅠㅠㅠㅠㅠㅠㅠㅠ
돈이 부족한것도 아니였는데 저나 남편이나 결혼식에대해 크게 의미부여 안해서 남의 결혼식처럼 대하다보니 결국 이렇게 후회하게 된 것 같아요.. 밥 맛있는거 말고는 시간내서 와준 친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였던것 같고... 제 팔자 제가 꼰거죠 ...ㅠㅠ
그냥 결혼식 하지말고 지인들 모여서 맛있는 밥 한끼 살 걸
자꾸 후회되고 결혼식날 30분동안 힘들게 서서 지루한 예배 듣던때가 악몽처럼 떠오릅니다ㅠ
결혼전보다 결혼식 갈 일이 더 많아져서 참석할때마다 우울해져요
안가고 싶어요 ...
교회는 근처도 가기 싫고 전도하는 사람들 보면 상종도 하기싫습니다. 그래도 교회는 제가 피하면 되지만 결혼식은 피하기도 힘들고 친구의 결혼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데 갈때마다 우울해지니 걱정이예요. 머리속에서 제 결혼식을 지워버리고싶어요. 이런것도 정신과 상담이 가능한 걸까요ㅠ
양가 어른들도 너무한게 올해 제 동생도 결혼하고 시동생도 결혼식 잡았어요. 동생들은 교회 다녀서 기독교식으로 하냐했더니
제 결혼식때 해보니 너무 길어서 힘들어하는 손님들 있었다고 종교식 안한대요. 우리땐 왜 했냐 했더니 너희가 장남장녀니까 첫스타트로 집안 가풍에 맞게 기독교식했으니 동생들은 다르게 해도 된다네요? ㅋㅋㅋㅋ 기독교 사람들이랑 말 안통하는거 어렸을때부터 겪어와서 더 말은 안했어요. 시동생 결혼식 날 다가오는데 너무 가기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