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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연락하고 싶어요

기억도 안날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가 저를 키웠어요

제 기억마저 열심히 버텼다로 미화 됐지만
아빠랑 살면서 참 힘들었어요

초6 말에 아빠가 엄마를 보여줬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모르는 아줌마가 아침을 차려놨더라구요

어색하게 먹고 추운 날씨를 뚫고 등교했어요
그날 기분이 묘했는데 잊지 못할 정도로 생생해요

하교 후에 집에 왔는데도 그 아줌마가 있어서 또 어색하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았어요

고기 구워 먹을 준비를 끝내고 아빠가 불러 밥을 먹는데
대뜸 아빠가 엄마라고 하더군요

그 말 듣자마자 바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가 친구에게 "나 엄마 만났다!!!"라고 문자를 보내고 한참을 좋아했어요

그리고는 엄마가 집에 자주 왔어요

걸어서 25분 거리의 학교를 다녔는데 아빠는 한번도 태워준 적이 없었어요
근데 엄마는 차로 데려다 주고 편의점에서 따뜻한 코코아도 사주더라구요
아빠는 군것질 할까 용돈도 안주는데
엄마는 차에 현금 있나 한참 찾아보더니 4만원 남짓 쥐어주셨어요
학교 끝나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좋았어요

중학교 입학 전 방학에 엄마 집에 가서 지내라는 아빠 말에
그날 바로 신나게 짐 싸고
친구들에게 방학때 잠깐 어디가서 못놀거 같다고 문자를 돌렸어요ㅋㅋㅋㅋ

원래 뭘 기대하고 바라고 들떠있는 성격이 아닌데...
그땐 이제야 세상이 내 편이구나 싶어 설쳤네요ㅋㅋㅋ...

초등학교 졸업 선물을 준다길래 대뜸 패딩을 사달라 했어요
고모가 준 겨울 야상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어서 친구들 패딩이 엄청 부러웠거든요
사준다해서 아빠랑 아웃도어 매장에 갔는데 초록 체크가 있는 패딩이 제일 예뻐 보였는데
누가 봐도 이월 세일 상품인 유광 검정 패딩을 사라고 아빠가 강요하더라구요
마지 못해 그걸로 하겠다하고 아빠는 대리 뛰러가고
저는 집에 와서 한참을 울었어요ㅋㅋㅋ
엄마한테 패딩 엄청 맘에 안든다고 하니...
왜 라고 물으셔서
상황 설명을 다 하니
당장 오시겠다 하는거에요
제가 사는 곳에서 2시간 거리에 살고 계셨는데
그날 저녁에 바로 오셔서 문 닫기 전에 교환하러 갔아요

근데 그 잠깐의 사이...

아빠 연락을 무시하고 둘이 몰래 갔다왔는데...
집에 도착해서 아빠를 만나니 엄청 화내셨어요

엄마가 방에 들어가라해서 들어갔는데
한참 싸우시더니 엄마가 가고...
그 뒤에 다시는 엄마를 못 만났어요...

방학때 같이 지낼 생각에 짐도 다 싸놨는데 중학교 졸업때까지 못풀었어요ㅋㅋㅋㅋㅋ

엄마가 딸 옷 한번 사준적이 없어서
이 사이즈가 나한테 맞는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제가 이 초록 체크가 좋아! 라는 말에 교환한거라
다음날 학교에 입고 가보니
패딩이 왤케 크냐고 친구들한테 한참 놀림 받았어요

전 그 뒤로 패딩을 안 입었어요
고1때 친구가 보세 롱패딩을 생일 선물로 사줬을때까지요...ㅋㅋㅋㅋ

다 잊고 살다가 3년 전 제 생일날
뭐 신청할게 있어 서류 준비 중에 엄마 초본을 떼니 주소가 나오더라구요
세대주?의 아내로 기재되어 있었어요
재혼을 하셨나봐요

근데 애써 궁금해도 덮어두었던 것들이 미칠듯이 신경 쓰여서
정확히 한달 뒤 무작정 찾아갔아요

집에 안계셔서 배송 된 택배에 적힌 번호로
'집 앞 카페에 있겠습니다. 시간되시면 와주세요!' 남기고
막차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다 자취방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는 진짜 묻어두고 살고 있어요

근데 오늘 정확히는 어제ㅎㅎ
일을 하는데 다정한 모녀가 계산을 하는데
어머님은 내가 사줄때 사라고 하니
제 또래 따님분이 그럼 엄마가 사조! 하며 웃는데
너무 애뜻한 상황에 화기애애 했지만

밥시간에 화장실가서 엉엉 울었네요
이게 뭐라고 부러운지... 왜 갑자기 부러웠는지...

혼자서도 잘 살지만
사람은 혼사서는 못사는거 같아요

옛날에 엄마가 결시친 글을 종종 보시던게 생각나
가끔 들어오는데
오늘은 속마음도 털고 갑니다~
추천수4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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