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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띄우는 편지

누렁이 |2006.11.16 15:36
조회 21 |추천 0

이 가을에 띄우는 편지

정성수

그대, 잠못 이뤄 서성이는 가을밤에는
댓돌 아래 귀뚜리의 노랫소리 들으시라.
이제- 달궈진 여름밤도 식어 버리고
저물어 가는 소돔의 도시에는 그대의
잃어버린 한 쪽 귀걸이 같은 초승달 하나
하늘 한 귀퉁이에 걸리어 있다.
천지간에 낙엽으로 내리는 핏기 잃은 달빛이
잠의 뿌리까지 흔들 때
온몸을 태워 노래하는 영혼의 순례자, 귀뚜리여.
떠나거라. 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얼어붙은 방울을 울리면서
그대의 시린 마음을 칼바람으로 난도질하기 전에
한바탕 목청을 뽑아 놓고서.
그대, 불면의 창가에서 고독을 깨물어도
지상의 축제는 서럽도록 끝났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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