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라진 시간의 흔적
사진 속 그녀는 꿈에서 본 모습과 똑같았다.
긴 머리, 창백한 얼굴, 그리고 공허하면서도 간절한 눈빛.
하지만 사진이 찍힌 시점을 알 수 없었다.
흑백으로 바랜 사진이라 정확한 연도를 확인할 수도 없었고, 뒷면에도 아무런 메모가 없었다.
태윤은 손가락으로 사진을 천천히 훑었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이상한 감각이 올라왔다.
익숙함.
"……왜 이게 익숙하지?"
태윤은 사진 속 그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바로 꿈속에서 자신이 늘 마주했던 그 버스 정류장이었다.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사진 속 그녀는…
단순한 꿈의 존재가 아닐지도 몰랐다.
---
2. 다시 꿈속으로
태윤은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찾지 마."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태윤은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했다.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 달랐다.
그녀는 처음으로 태윤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기억해?"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태윤은 입술을 떼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넌… 약속을 했었어."
"……어떤 약속?"
겨우 목소리를 짜내 묻자,
그녀는 더욱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날 잊지 말라고."
그 순간,
눈앞이 흔들렸다.
비가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기억해 내야 해."
그녀가 더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마치 힘이 닿지 않는 듯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리고, 꿈이 깨졌다.
---
3. 현실 속 단서
새벽 4시 15분.
태윤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가 말했다.
"넌 약속을 했었어."
대체 무슨 약속을 했다는 거지?
침대에서 일어나자,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책상 위에는 아까 봤던 사진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사진 한쪽 모서리에 찍힌 작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2019.07.08"
7월 8일.
바로 그해 여름.
잃어버린 시간의 첫 번째 흔적이었다.
---
4. 남겨진 흔적을 따라
태윤은 빠르게 노트북을 켜고, 2019년 7월 8일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색창에 날짜를 입력해도 아무런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메일함을 열었을 때 하나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보낸 사람: 없음
제목: 잊지 마
날짜: 2019년 7월 8일
손가락이 떨렸다.
심호흡을 한 뒤 메일을 클릭했다.
내용은 단 한 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네가 약속했어."
메일의 첨부 파일에는 한 개의 오디오 파일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윤아, 제발. 나를 잊으면 안 돼."
"우리, 약속했잖아."
그 목소리는… 꿈속의 그녀였다.
---
5부: 사라진 목소리 (다음 화 예고)
잃어버린 여름,
사라진 기억,
그리고 꿈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태윤은 이제 더 이상 이 일이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를 찾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