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좀 사는것같아요
깜장
|2025.02.28 14:44
조회 348 |추천 3
그냥 간만에 회사에 팀장님도 부장님도 부재중이고 ^^바쁜일도 마무리됐길래, 시간 남은 김에 넋두리삼아 써봅니다
스물다섯 철없는 나이에 혼전 임신으로 결혼을 하고똑같이 철부지인 남편과 3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했습니다.
이혼 사유는 뭐, 이런저런게 있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인간이 바람이 났던 것 같네요.이혼 요구를 먼저 한 것도 전남편이었으니까요...
교양없던 시댁도 싫었고, 독박육아에 회사까지 다니면서도 남편 대출빚까지 갚아주던 차였습니다.아이는 제가 데려왔고, 전남편은 곧 개인 회생을 한다며 양육비는 5년 뒤부터 줄 수 있다했네요.결론적으로 이혼 8년차인 지금까지도 한 번도 못받았지만요 ^^...
친정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부모님과 생활을 합치고, 친정 엄마가 아이를 케어해주는 동안 저는 일을 다녔어요.악착같이 벌어서 졸업 못 한 대학교도 야간으로나마 졸업했습니다.일을 두세탕씩 뛰어가면서 울면서 공부했네요.공부하던 시절이 편하다는 부모님 얘기는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기회라는게 생기긴 했네요.연봉도 많이 올렸고, 직장에서 좋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결혼도 연애도 없다고 생각했는데,친척들 모여서 재혼 얘기 꺼낼 때 마다 애 듣는데서 그런말 하지 말라고 절대 안 한다고 못을 단단히 박아뒀는데이혼 7년만에 만난 사람이 어찌나 괜찮은지, 우리 아이한테 가장 먼저 허락받고 함께 데이트도 몇 번 했네요.
부모님이 이번엔 어떤 사람이냐고 너무 걱정을 많이 하셔서 처음 인사드리러 갔던 자리에서일사천리로 결혼얘기가 나왔고, 연애 3개월만에 결혼 준비를 시작해서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많이도 우셨습니다.내 딸 인생 망했다고 술만 드시면 넋두리를 늘어두던 아버지가 결혼식장에서 엉엉 우시더라고요.결혼식 모든 장면중에 아버지가 우시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또렷하게 남네요.같이 식장에 손잡고 들어갈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으셨으면서 참...
두 번째 결혼을 하고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행복합니다.아이도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남편도 아이에게 서스럼없이 장난도 치고,이제 사춘기가 시작되어 까칠한 아이에게 조언도 많이 해줍니다.같이 저녁을 차려먹고, 설거지거리가 보이면 내가 먼저 하겠다고 소소하게 쟁탈전도 벌여보고,
네 뭐 같이 살아보니까 서로 부딪힐 일은 당연지사 많지만 조율하며 살아가고 있네요.
최근에는 둘째가 생겼습니다.이제 겨우 성별이나 구분가는 작은 아기지만, 첫째도 너무너무 좋아하고, 남편은 말 할 것도 없네요.집 앞 산책만 나가도 넘어지면 큰일이라고 둘이 양 옆에 찰싹 붙어서 세 식구가 함께 나갔다오곤 합니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10년이 참 힘들었네요.그동안 참 힘들었습니다.누굴 탓하겠어요. 철 없고 어리석었던 제 탓이죠.다만, 그 와중에도 아이를 제가 키우기로 했던 사실만큼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다녔는데, 이제 정말 행복에 겨워서 사네요.
자랑도 맞긴 한데, 다들 지금 힘든 그 순간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다들 알겠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 그랬었지 할 수 있게 되잖아요.
아무튼 퇴근하고싶은데 시간이 너무 안 가네요 ^^;다들 좋은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