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자존감도 바닥쳐서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96년생 30살이에요
사실 젊다면 젊은 나이고 뭐든 할수 있는 나이라고 하시겠지만 대부분 제 주변 친구들은 정규직 회사를 다니고 커리어를 착착 쌓아가고 있어요
결혼한 친구 둘, 애 있는 친구 하나..
그런데 저는 작년 한해를 우울증으로 멍하니 날렸고 올해 들어서 백반집 식당 알바를 시작했어요
초조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사회에 발을 다시 들여놨다는것에
의미를 두고 하루하루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몇몇 손님들의 악의없는 말이 저한테는 가시처럼 날아와 박히는 기분이라 이럴땐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느 식당에 가도 종업원의 나이를 궁금해하거나 물어본적이 한번도 없는데 저에게 몇살이냐, 어려보이는데 벌써 서른이냐, 그 좋은 나이에 왜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냐, 회사에 들어가라 등등
처음엔 웃으면서 네~ 하고 넘기거나
자격증 공부하고 있다고 변명 하기도 했는데 어떤 자격증인지 꼬치꼬치 캐묻는 손님도 있고
목에 사원증 걸고 어려보이는 커플이 와서는 자기들끼리 제 나이 맞추기를 했나봐요
제가 자기들보다 어릴거라 생각했는지 반말로 묻더라구요
서른이라고 얘기하니까 헐~완전 언니네.. 하더라구요
술 취한 아저씨, 아줌마들은 딸같아 그런다며 저에게 알바만 하지말고 빨리 자리 잡을 생각을 해라, 자기계발을 해야한다, 요즘은 50살에도 공부 하는 사람들 많다고 훈계하며
가끔은 우리딸은 어디 대기업 다닌다, 우리딸은 좋은데 시집가서 어디서 신혼집 얻어서 애키운다, 우리딸은 이번에 나를 유럽여행에 보내줬다 등등 저를 붙잡고 본인들 자식 자랑하는 분들도 있었고
며칠전에는 꽤 직격타를 맞았어요ㅎㅎ..
정장 입은 남자분들이 점심때 오셨는데 한분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저도 그분이 꽤 호감상이라 쳐다보다가 몇번 눈이 마주쳤어요
그리고 그분이 저녁시간때 다시 오셔서 저한테 명함을 주고 가셨어요
연애 쉰지도 좀 된 터라 어색하게 연락을 드렸고 그분이 누가봐도 20대같아서 연상이랑 만나보신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있대요
다행이다 싶었는데ㅠㅠ 제가 나이 오픈하기 전에는 이모티콘도 많이 쓰고 주말에도 일하냐고 적극적으로 물어보던 분이 제가 나이 오픈하니까 바로 말투가 변하셨어요
자기는 연상을 만나본적이 있긴한데 자리 잡은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그 말만 여러번 반복하며 말을 돌리길래 제가 먼저 알겠다고 인연이 아닌거 같다고 하니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 하셨어요
저 대학생일거라 생각하고 명함 주신거래요(이분은 27살이었음..)
친구들은 단톡에서 회사 얘기하는데 거기 낄 수도 없고 만나서도 저만 동떨어진 기분이고 식당 알바하는게 죄도 아닌데 내가 왜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하루에 수십번씩 마음이 왔다갔다해요
최근에 들어온 알바생은 19살인데 너무 밝고 명랑하고 저에게 언니언니하며 귀엽게 구는데 꿈도 많고 너무 빛나고 예쁜거에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알바를 하는건 괜찮은데 저는 멍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생계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거라 제 자신이 더 부끄러운게 아닌가 해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 속에서 저만 갈 곳이 없는거 같아요
머리가 자꾸 멍해져서 미래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도 미래에 저는 없을거 같아요
어둡고 깜깜하고 흐려서 미래의 제 모습이 조금도 그려지지 않는데
나약한 말인것도 아는데
어디도 말할곳이 없어요
그나이에 언제까지 알바하고 있을거냐는 말이 돌아오니까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