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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랑도 하고 살아야 하나봅니다

ㅇㅇ |2026.06.01 20:36
조회 118 |추천 2
어릴 때 부터 주변에 유독 잘난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저 평범했는데 원치 않게 비교를 당할 때도 있고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 그냥 하는 말에도 자랑하는건가 싶어 괜한 질투나 자격지심을 느낀 적도 있었어요.
그런 영향인지 사람들을 만날 때 제가 하는 말이 혹시나 자랑하는 투로 들릴까봐 늘 조심했어요. 제 나름은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거든요.

20년지기 친구 중에 저보다 10년 정도 일찍 결혼한 친구가 있는데 결혼 전에도 그렇고 결혼 후에도 늘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어요. 프리랜서라 수입이 일정치 않고 모은 돈도 없어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직장인이고 솔로라 월급으로 딱히 부족함이 없었지만 친구 앞에서는 나도 박봉이고 돈 모으기 힘든건 마찬가지다, 다들 비슷할거다 이런 식으로 맞장구 쳐주고 돈 얘기는 일절 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오바한 것 같은데 이 친구 만날 때는 명품도 안가지고 나갔네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친구가 저한테 돈으로 훈수를 두더라구요. 제가 출근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하루에 두세잔씩 마시는데 커피를 왜 그렇게 많이 마시냐, 차라리 커피 머신을 내려마시라고 하길래 아침에 커피 내릴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그러니까 니가 돈을 못모은거다, 커피값 아꼈으면 차를 샀겠다 이런식으로 제 기준 사치가 아닌데 뭘할 때마다 그 돈 아껴라, 너 나중애 어떻게 하려고 하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러다 제가 결혼을 하게 됐는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돈은 얼마나 모았냐 신혼집이랑 혼수는 어떻게 할거냐 이것저것 묻더라구요. 신혼집은 양가 도움받고 저희도 보태서 마련했고 저도 직장 생활을 오래 해서 혼수 하고 남을 정도의 돈은 있었는데 그냥저냥 마련했다고 했더니 약간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친구는 제가 진짜 모은 돈이 없다고 생각했었나봐요. 예를들어 반지 어디서 했냐길래 백화점에서 맞췄다 했더니 “명품 반지 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다 같은 커플링 끼는건데 그게 의미가 있어?너 모은 돈 많아?” 이런식으로 자꾸 삐딱하게 말하는게 느껴지니까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제가 결혼 전에 연애가 진짜 안풀렸었어요. 그 때마다 친구가 연애 훈수도 정말 많이 뒀는데 이 친구는 결혼 전에 모태 솔로였거든요. 제가 결혼이 늦어지니까 이제 완전히 본인이 인생 선배인 것처럼 굴었지만 그래도 나보다 결혼을 먼저 했으니 그러려니 했었어요.
매번 저한테 제대로된 남자를 만나라, 남친 생기면 나한테 허락을 받아라 이러더니 막상 제가 정말 괜찮은 사람 만나서 결혼한다니까 이번에도 좀 당황하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자꾸 너 옛날에 만났던 남자들 진짜 별로였잖아 이러면서 과거 얘기를 하고 어쩌다 저렇게 착한 남자를 만났어? 이러는데 그 뉘앙스도 왠지 모르게 잘됐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묘하게 비꼬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는 친구가 매번 돈 없다면서 여행 다니고 대출 받아 외제차 사고 그럴 때 속으론 이해가 안되도 한 번도 돈 아껴라 이런 말 한 적 없고 제가 여유 있을 때도 티낸 적 없고 친구 위로해준답시고 오히려 없는 척 했고 모태 솔로였으면서 저한테 연애 훈수 둘 때도 진짜 저 위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게 잘못이었을까요. 본인보다 제가 못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훈수를 두더니 결혼하면서 제 형편이 나아보이니 자꾸 비꼬듯이 말하는게 너무 씁쓸하네요.
배려한답시고 괜히 저를 낮추지 말고 자랑하고 싶을 땐하고 그럴걸 그랬나봐요.

다른 이슈도 없었는데 제가 결혼하면서 갑자기 변한 친구의 태도에 현타도 오고 친구란게 뭘까 생각하게 되네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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