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를 지나며
김종원
부산행 새마을호에서 바라본 노근리는
숨죽여 엎드려 있다.
힘 있다고 풀뿌리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친 이들
역사의 갈피갈피를 수놓았어도
또 다시 되풀이되는
등신들의 행진은 언제쯤 멈출 참인가
그날의 발광이 어찌 노근리뿐이랴
산청에서
남원 대강면 강석골에서
그리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어디 어디메였지.
전쟁은 인육의 향연
승냥이떼들의 풀뿌리 짓밟기
소나무들도 치 떨며 기억하지.
이제 일어나 말하라
백두산 천지물아, 개마고원아, 태백산아,
지리산아, 한라산아
부산행 새마을호에서 바라본 노근리는
숨쉬며 엎드려 있다.
또 다른 노근리들을 알기나 하느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