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젊게 사는 우리 엄마는 경험 해 보지 않은 체험단이 없을 정도로 경력이 대단하다. 언제부터 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딸인 나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그야말로 체험단 광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늘 아무 체험단이나 신청하는 건 결코 아니다. 실제 인터넷에서,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나, 꼭 써보고 싶었던 제품이 있으면 작은 수첩에 늘 꼼꼼히 적어 놓으신다. 그리고 하고 싶은 체험단이 생기면 그 때부터 열심히 그 제품에 대해 사전 조사가 시작된다. ![]()
사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던 15살 때 즈음에는 그런 엄마가 부끄럽기도 했다. 얼마 하지도 않는 간장 이나 삼겹살 소스 같은 체험단을 할 때면 ‘그냥 저런 건 슈퍼에서 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체험단 활동은 우리 집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한 번도 이사간 적이 없고, 복도 식으로 총 10가구가 살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체험단이 시작되면 그 물건들을 실제 우리 층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다. 위에서 얘기 한 것처럼 한때 간장 체험단을 할 때는 직접 간장을 선물하기도 하고, 그 간장으로 만든 음식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이야기를 들었다. 늘 나는 그런 엄마가 이해 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체험단 베테랑이 된 엄마는 꾸준히 무선 그릴, 커피, 아토피 약, 유기농 콩, 바퀴벌레 약 등등.. 정말 수 많은 체험단 활동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가 고등학교에 막 올라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밤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의도치 않게도 거실에서 엄마가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걸 듣게 됐다. 그런데 문득 엄마가 이런 말을 하시는 거다.
‘너 내가 체험단 하는 게 뭐 때문인지 알아? 뭐 남들은 공짜니까.. 그리고 재미로 한번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정말 내가 살면서 체험단 이거 하면서 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 사실 내가 대학도 안 나오고 배운 것도 없어서 결혼하고 집에만 있어서 삶에 낙이라곤 없었는데.. 이거 할 땐 나도 잘 하는 게 있구나 이 생각이 든다? 뭐 아줌마라 그런지 몰라도 콩이든 김치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물건을 자랑하고 떠드는 거엔 자신 있거든.. 보람도 있고… ‘
순간 나는 울컥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늘 부끄러워하기만 하던 엄마의 체험단 활동이.. 단지 장난 삼아 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진짜 삶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일이라는 사실에서 였다. 공짜 좋아하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에겐 삶의 작은 이유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부터 나는 인터넷에서 좋은 체험단 모집이 있으면 엄마에게 추천도 해 주고, 덩달아 나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실 엄마와 관계가 멀어지기 쉬운 나이지만 엄마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 이후에 체험단 뿐 아니라 댄스 교실도 같이 다니고 있는 우리 모자다^^ 사실 며칠 전에는 소녀시대 GEE안무까지 완벽 마스터를 했다는..![]()
엊그제 화요일에는 우연히 친구 싸이에서 생리대 체험단 모집 글을 보고 엄마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엄마는 어떤 생리대냐고 하더니 ‘소녀시대 윤아가 쓰는 생리대라는데?’라는 내 말을 듣고는 바로 좋아하면서 자기가 다 알아보겠다고 나섰다. 역시 우리엄마의 열정은 알아줘야 한다. 그리곤 역시 그냥 신청하는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 하나 하나 제품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고, 블로그며 카페며 모든 글을 섭렵하고 나에게 차근차근 생리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거다. 정말 이렇게 엄마처럼 체험단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 서핑을 하시더니 나를 불러놓고 장장 1시간 동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우리한테 좋을 거 같어 진이야, 우리 맨날 댄스교실 갈 때 생리하면 빠졌었잖아. 땀 때문에 더 냄새 심하게 날까 봐, 근데 이거 그렇게 냄새 잡아주는 게 확실하다더라. 신청해서 꼭 덕 좀 보자 우리? 응?????’![]()
난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가끔 나이가 들면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하게 된다. 남들이야 우리 엄마를 보고 그냥 평범한 주부네, 체험단 광이네 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돈 걱정 없겠다, 부럽다 라고 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런 것들 보다 나는 엄마가 적어도 다른 40대 주부들이 아닌 소녀의 마음으로 늘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진, 열정을 가진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누구보다 엄마의 삶을 닮고 싶다.
우리엄마의 체험단 인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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