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집을 비웠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왠지 궁금하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우편함을 열어보았다.
핸드폰 요금 영수증과 단골 미용실에서 보낸 광고성 안부 엽서 한장.....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소포 하나가 들어있다.
내 주먹 두 개 크기의 작은 상자엔 언듯 보아서는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작은 글씨로 내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다.
멀리 캐나다에서 보내온 내 친구의 소식이었다.
이번 달엔 일이 많지 않아 거의 파트타임 정도로만 일을 했다는 그녀는 나의 오랜 외국인 친구이다.
한국말을 거의 못하지만 나보다 더 동양적인 심성을 가진 여자로서
내가 한동안 심각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던 시절, 한결같은 인내심과 우정으로 수많은 편지와 이 메일들을 보내준 고마운 친구이다.
물론 지금은 전처럼 내 고통이 주제가 되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 대한 깊은 염려와 사랑을 담아 나의 안녕을 체크하곤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소포를 열었을 때, 안에는 마치 말린 녹차처럼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진 차가, 한 장의 편지와 함께 들어있었다.
나에게 주려고 바닐라 티를 사러가는 동안 햇빛이 너무 좋더라는 이런저런 일상적인 내용의 짧은 편지였지만 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 친구의 말처럼, 사랑은 떠나가 버렸지만 우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음이... 그리고 그토록 좋은 사람이 내 친구라는 사실이..
편지 말미에 그녀는 바닐라 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다.
p.s: I like this tea with a bit of milk added to it
오늘 저녁 나는 친구의 말처럼 우유를 조금 넣어 바닐라 티를 만들었다. 입 안 가득 은은한 바닐라 향기가 퍼진다. 눈을 감고 내 지난 일들을 생각해 본다.
꿈처럼.. 안개처럼.. 바람처럼.. 어느 날의 소나기처럼... 내 가슴에 퍼붓고 지나간 사랑의 기억이
여전히 아리게 가슴을 적셔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