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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산책 20

바른손 |2009.04.15 09:32
조회 393 |추천 0

명경지수(明鏡止水)에서

 

40*50 카페지기

아이리스에게서 쪽지가 왔다.

‘아내’ 연작시를 쓰다가 받은 쪽지다.

아내의 얼굴이 굴절된다.

물속에서 초롱이던 아내는

돌팔매 파문으로 사라지고

 

아이리스가 뭐냐니까

꽃 이름이란다.

보라색이며 아름답단다.

선의(善意)의 훼방꾼 아이리스

이제 아내를 만나려면

얼마쯤 기다려야할까?

 

절실한 고마움으로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내 마음이 잔잔해질 때

명경지수(明鏡止水)

단풍 숲속 샘물 표면에서

아내는 빙긋이 나타나겠지.

 

 

최기종 시집 <<나무 위의 여자>> 중에서

 

 

 

군말

 

명경지수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물의 상태를 말한다. 달리 말한다면 헛된 욕심이나 잡념이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 상태를 지칭한다.

아내에게 향하는 마음도 이런 명경지수에서 나온다. 일편단심 아내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 이른다. 티끌 하나 없는 순수 그대로의 지향이 나침판처럼 아내를 향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아내 연작시를 썼다. 맑고 고요한 명경지수에서 물고기처럼 아내가 하나씩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이 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를 쓰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아내를 형상화 시키려고 무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띵똥' 하면서 쪽지가 날아 왔다. 40*50 카페의 아이리스가 보낸 것이다. 물론 아이리스는 내가 반가워서 별 뜻도 없이 날려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 때문에 명경지수가 이지러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초롱이던 아내의 얼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리스가 뭐냐니까 꽃 이름이란다. 보라색의 붓꽃이란다. 아이리스는 선의의 훼방꾼이었다. 몇 마디 주고 받고는 곧바로 제 갈 길로 간다. 아이리스가 떠난 그 자리는 허허벌판이 되었다. 바람 부는 그 벌판에서 나 혼자만 서 있었다. 잠깐 흔들렸던 마음 상태를 추스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아내를 만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물론 바람이 자고 물결이 잔잔해 지면 다시 명경지수가 펼쳐지겠지. 그러면 아내는 단풍숲 샘물 표면으로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빙긋이 웃으면서 시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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