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습니다.”
나오기가 주한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몸을 의탁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자가 있을까요?”
“딱 한 사람 있습니다.”
밤.
그들은 누군가에게 이미 포위되어 있었다. 미토가 주한에게 물었다.
“어쩌죠? 뚫고 나갈까요?”
“희생자 없이… 가능할까요?”
“희생자 없이는… 하지만 한 사람은 지킬 수 있을지도…”
나오기가 말했다.
“저들은 아직… 우리의 정체를 알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만약 돌연변이라면… 나오기씨가 협상을 하고 인간이라면 마리오테가 협상을 하도록 하죠…”
그렇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커다란 빛이 그들의 시야를 가렸다. 갑작스러운 그 빛에 주한 일행은 시야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수 많은 총구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대령님 치고는 너무 방심하셨군요.”
그것은 낮이 익은 목소리였다.
다음날.
기석이 리더로 있는 인간들의 마을에 주한과 그 일행은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유채의 비밀은 더 이상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다른 마을이나 M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러한 사실일 마을 밖을 퍼지는 것은 철저히 경계하고 있었다.
밤.
히로가 유채를 막사 밖의 숲으로 불러냈다.
“어쩐 일이죠?”
“지금 와서 당신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쉽게 깨져버릴 연합이었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난 연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이 있을 뿐입니다.”
“뭐죠?”
히로는 잠시 망설였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당신은 어떻게 활용할 생각이죠?”
“…”
“알고 싶습니다.”
“봉인할 겁니다.”
“봉인…?”
히로는 그녀의 결심이 의심스러운지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그게 가능할까요?”
“…”
그러나 유채는 말이 없었다.
“자신 있습니까?”
그는 조급하게 재차 물어왔다.
“만약… 당신이 자신이 없다면…”
“없다면…?”
“…”
한참 망설이던 히로는… 결국, 아직 무엇인가 결심이 서지 못한 듯… 아무 말 없이 곧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주한과 그 일행은 기석에 의해 어디인가 안내되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죠?”
“가보면 압니다. 박사님.”
한시간 정도 가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큰 호수가 있는 밀림지역 이었다.
“여긴…”
기석이 그곳에 온 주한, 유채, 히로, 미토, 나오기, 주련, 마리오태에게 말했다.
“제가 여러분을 모두 부른 것은… 제가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유채의 물음에 답을 주지 않고 기석은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물속 깊은 곳에서 발견하지 말아야 할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이…이건…”
그날 밤.
유채는 기석을 찾았다.
“왜… 보여주는 거죠? 이건… 도리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요?”
“어떤 대답을 원하죠?”
“솔직한 대답 이예요.”
기석은 깊은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첫째, 저는 전함 ‘Neo Earth호’와 ‘인공태양’을 이 전쟁에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역시… 그렇군요…”
“둘째, 당신들 모두. 그러니까 돌연변이에게도 공개한 것은 내가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
유채는 기석에게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기석이 되물었다.
“이제 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군요.”
“전…”
망설이고 있는 유채에게 기석이 말했다.
“전쟁에서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을 낼 뿐입니다. 만약, 박사님이 마음을 정해준다면 우리는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전… 이미 봉인했어요.”
“당신이 죽기 전 까지는… 그것은 봉인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니까요.”
“그만 가서 자야겠어요…”
유채는 급히 기석의 막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를 히로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깊은 밤.
그녀는 짐을 싸고 있었다.
“주한씨… 나… 할 말 있어…”
주한은 침묵했다. 그는 이미 그녀가 어떻게 할 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그리고 주한은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떠날 건가…?”
“그래…”
“꼭 그래야만 하는 거야?”
“미안해…”
유채는 침묵했다.
“M에게 갈 건가?”
“… 응 …”
“역시 협상의 대상은… ‘Neo Earth호’와 ‘인공태양’인가?”
“아니… 그건 아냐…”
“그럼…”
“그냥… 만나야 할 것 같아… 그뿐 이야…”
“말려도 소용 없겠지…?”
“미안해…”
“몸 조심해… 우리 아이를 위해서…”
“그래… 조심 할께…”
주한은 떠나려 일어서는 유채를 안으며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말을 했다.
“사랑해…”
밀림.
마을을 빠져 나온지도 벌써 여러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불안했다. 이미 누군가가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어딜 가는 거죠?”
그녀는 소스라 치게 놀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히로 였다.
“히… 히로씨… 놀랐잖아요.”
“왜 놀라죠?”
“…”
그녀는 이미 그에게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자신이 미웠다. 이렇게 동료에게 마저 살기를 느끼는 자신이 싫고 미워졌다.
“어디 가죠?”
“M에게 가요.”
“우리 모두를 팔아먹을 생각입니까?”
“그를 만나야 하기 때문 이예요. 그뿐 이예요.”
“외죠?”
“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열쇠를 그가 쥐고 있으니까…”
“당신이 봉인을 풀면… 그 열쇠는 우리가 쥐게 되요.”
“아뇨… 절대적으로 강한 두 세련을 만들고… 결국, 모두 멸망하고 말 거예요.”
“이런… 그런 건 상관 없어요. 아무튼 나는 가만히 앉아서 멸망하는 쪽을 싫거든요.”
“히로 씨…”
히로는 유채의 손을 꽉 잡았다.
“절대로 보내줄 수 없어요.”
“이봐요…”
“나와 같이 돌연변이 막사로 갑시다.”
“뭐… 라고요.”
히로는 이미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불안과 공포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난 인간도 M도 믿지 못하겠어. 알아!”
“날… 날 믿어줘요.”
“이봐요. 정유채씨… 없는 믿음을 강요하지 말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져서는 안된 다는 거야! 알아!”
히로는 서서히 칼을 뽑아 들었다.
“미안해… 당신에게 다른 감정은 없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방법 뿐이야…”
그는 유채를 위협했다. 곧 그의 칼이 그녀의 심장을 도려낼 찰나였다. 그러나 그때 미토가 나타났다.
“그만둬! 히로”
“이건… 또 뭐야?”
“미토… 씨…”
미토는 히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뭐야… 인간 계집애 때문에 날 죽이기라고 하겠다는 거야? 어디 할 테면 해봐”
결국, 미토의 등장은 히로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히로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칼로 유채의 심장을 도려내려 달려들고 있었다.
‘꽝’
외마디 총성…
유채는 떨며 주저 않았다. 그리고 히로는 점액질의 피를 쏟으며 쓰려졌다.
“젠장…”
히로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미토가 미처 감지 못한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는 떨고 있는 유채에게 말 했다.
“이녀석에 대한 속죄는 제 몫이니… 당신이 질 필요는 없습니다. 가요. 어서! 당신이 선택한 길을…전 당신을 믿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세요. 당신이 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저도…이 친구도.. 기뻐할 겁니다.”
미토는 히로의 시신을 들쳐 업고 그 자리를 떠나고 유채는 그렇게 주저 앉아서 한없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