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1살에 결혼을 했었어요.
중학교 3학년때, 유학을 와서 외롭게 살면서 만난 남편...
처음에는 한없이 성실하고 착하다고 생각했었고, 더없이 든든했어요.
하지만, 한번도 저에게 고운 소리 한번 해 주시지 않았던 시집 어른들, 돈 못벌어오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더 미워하셔서 저희 부모님께서 결혼식 비용, 집 장만에, 남편 사업 자금까지 도와주셨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저희 부모님께 의지하는 듯한 남편에게 조금씩 실망하게 되고,
돈만 밝히시는 시부모님들에게 절망하게 되고...
남편이 사업 실패후, 2년 반을 그냥 놀면서 카드로 도박까지 한 것을 알게 되면서 정말 모질게 이혼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양반 가문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친정 아버님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었어요.
이혼을 처음 결심했던건 22살...
아직 애인들도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22살의 이혼녀가 된다는게 두려웠었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아가면서 학부를 졸업했었어요.
그리고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3년에 걸친 별거를 하면서, 남편은 끝없이 이혼을 요구해왔지만
전, 이혼녀라는 딱지가 두려웠어요.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도... 노력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얼마전 이혼서류를 떼어다가 직접 내밀었어요.
이혼 해 주겠다고...
그러자 그 사람...
빈손으로는 이혼해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위자료를 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부인의 역활을 하지 못해왔다며, 이제 의사가 될텐데 이대로 물러 날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저희 집에서 도와준 것으로 모자른 거냐고 했죠...
어떻게 사람이 되서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냐고 물었죠...
전, 더이상 한푼도 우리집 돈이 가는거 용납 할 수 없다고, 그럼 법정에 가서 해결하자고 했고,
저희 친정에서는 하나 있는 딸이 어린 나이에 (전 지금 만 28이에요) 법정에 가서 재판해가면서 상처 받는거 원하지 않는다면서 정 이혼을 해야 겠으면 돈을 조금 주는 한이 있더라도 좋게 끝내라며,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더 무서워질수 있는거니까 (지금 그 사람은 도박빚에 힘들어 하고 있어요) 조심하라면서, 아직 아이가 없는거에 감사하고, 인생경험 했다고 생각하라고 하시던군요...
우여곡절 끝에, 저희는 합의이혼서류를 접수시켰어요. 이곳 법 절차상 90일을 기다려야 한대요...
그리고...원하거나 계획했던건 아니였지만, 전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어요.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한국 사람이였고,
그 사람도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였고, 그 사람 옛날 여자 친구랑도 잘 알던 사이였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제 학교 한국사람들 누구도 제가 결혼을 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기때문에,
(전 제가 언제 이혼을 하게 될지도 몰랐고, 또 누군가에게 별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한국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기 싫어서 숨기고 있었어요)
사귈수 없다고 말해야 했어요.
다시는 만날수 없다고 얘기 했어요...
왜냐고 묻는 그에게, 결혼이라도 했었냐고 묻는 그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어요.
저희 부모님들이 저에게 부탁하신 한가지가 있다면, 이혼을 하고 나면 "그래서 이혼녀"라는 소리 듣지 않게, 만사에 언행을 조심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셨던 거였어요.
그래서, 저도 이혼녀가 총각을 사귄다는거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고...
시집 식구들한테 모욕적인 말을 듣고 산 건, 한번으로 족하다고...
힘들어 보이는 길,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 괜찮다면서 위로해 주더군요.
자기는 괜찮다고...
이혼 수속 끝날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우리는 그렇게 힘들게 시작했어요.
하지만...
며칠이 되지 않아, 옛날 여자 친구가 저랑 채팅을 하면서 그의 안부를 물어 왔어요.
그 여자는 졸업하고 한국에 갔거든요...
헤어진게 후회된다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랑 그 사람이랑 만난다는 걸 모르고, 저에게 말을 한 거 였어요.
조그마한 가게를 하시면서 딸 학비때문에 고생하시는 저희 부모님과 달리,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집에 막내딸인 그 아이... 그리고... 중요한 건... 저 같은 과거가 그 아이에게는 없다는 사실에,
그 아이와 이별하고 힘들어 했던 그 사람 모습이 떠올라,
전, 후회된다면 솔직히 얘기 하라고 했어요.
그 사람에게도, 후회된다면... 나랑 시작한 게 힘드면... 후회된다면, 그 여자에게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얼마뒤 그 여자랑 통화를 하면서, 다시 사귀자는 그 여자의 말에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세상에는 비밀이 없듯이...
그 여자친구가 저인걸 알게 되면서, 화가 많이 났었나 봐요.
그 뒤로도, 서로 메일을 주고 받고... 메신저로 만나고...
난, 괜찮다고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지만...
저도 여자인데...
싫었고, 마음 아팠고... 서운했지만 그렇다고 말 할 수 없는 제 위치가 한없이 초라해서 서러웠지만,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며칠전 그 사람 생일날에는, 전화해서는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며... 어떻게 자기에게 잘 해 보라고 했으면서 오빠랑 사귈 수 있냐며 화를 냈다더군요.
저랑 있을때였는데... 다른 곳에 가서 전화를 받아서 전 내용을 듣지 못했었거든요...
사실 ...저희 처음 만나고 시작했었을때...그 여자애 알게 되면, 마음 아프니까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고 사귀자는 말에 제가 많이 서운해했었어요...
그 사람 말에도 수긍이 갔지만... 날 부끄러워 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벌써 후회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그만 만나자는 말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날도 전화를 끝고 나더니, 괜히 사람들이 알게 되서 그 여자 마음만 아프게 했다면서
저를 원망하는 거 같아 보였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여기를 떠날 생각이였다면서...
(이제 한달뒤면 다른 주로 가게 되거든요, 그 사람... 박사 끝나고 취직해서요...
전 이제 1년이 남았구요.)
그 사람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좀 더 당당히 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이 사람에게 더 알맞는 사람이 제가 아닌 그여자애일거 같다는 생각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헤어져야 겠죠...
보내줘야 겠죠...
다 끝난 사람이라고 말 하고 있지만, 그 여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힘드네요.
제가 이혼녀가 아니였다면... 좀 더 당당히 요구 할 수 도 있었겠죠...
어제, 제가 나에 대한 확신이 있냐고 물으니까...
"이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에 대한 확신은 없지....."라고 하던군요...
나에 대한 감정... 그것의 확신이 있냐는 질문이였는데...
그래도, 가슴이 내려 앉더군요.
이 관계... 결국은 제가 상처 받을거 같아서 두려워요.
이 사람이 왜 나를 만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