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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연인★(5)

땅콩버터 |2004.04.25 19:25
조회 848 |추천 0

시준은 인진의 전부였다. 그는 인진이 사귄 첫 남자였고 모든 사람들이 처음이란 단어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것 처럼..... 어쩌면 인진은 사랑이란 감정보다 자신의 처음이여서 시준을 더 붙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인진은 냉장고 구석에 언제 사다놓은지 알수 없는 와인 한병을 꺼냈다.

 

술을 못하는 인진이였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술이 필요 했다.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었고 그게 술의 힘이든 무엇이든 오늘 같은 날엔 그랬다.

 

목으로 타들어가는 알싸한 느낌....

 

첫 단추부터 잘못이였을까?....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너 술마신거야?"

 

생각하느라 정신 팔려 진선이 들어온 줄도 몰랐다. 진선은 인진의 손에 들어있는 술병을 빼앗으며 말했다.

 

 

"미친거아냐??! 왜 갑자기 술이야?!!"

 

 

빼앗은 술병의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집어넣으며 진선은 말했다. 진선의 그 말 한마디가 왜 이렇게 안도가 될까??.........흡사 우는 아이 달래면 더 서럽게 우는 것 처럼.. 진선이 오자 인진은 한꺼번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너 우는 거야??"

 

"........나........잘못 생각했었나봐.... 이제 시준이 놓아줄래...... "

 

"잘 생각했어....."

 

진선은 인진의 어깨를 두들기며 안아주었다.

 

그날 이후 인진은 더 말이 없어졌다. 어딘가 나사하나가 빠진듯 멍한 인진을 바라보며 진선은 자신이 어떻게 해줄수 없음에 안타깝기만 했다.

 

 

"주인진씨! 정신 어디다 팔아먹고 다니는거야?! 이걸 일이라고 한거예요?! 입있으면 말좀 해봐요!"

 

"..............."

 

"다시 하세요!"

 

 

그날 이후 인진은 온통 세상이 꼬여버린것만 같았다. 회사일은 매일 실수투성이여서 혼나기 태반이였고, 정신은 어디론가 가버린것 처럼 항상 멍했다. 그냥 습관적으로 밥먹고 세수하고 일하고 자고 하는 생활.....인진은 많이 지쳐있었다.

 

 

'기분 꿀꿀할땐 먹어야 되요^^* 일끝나고 시끌벅적한 삼겹살 집에서.. 어때요?'

 

 

자리로 돌아온 인진은 책상위에 포스트잇 붙여져 있는 커피를 바라보았다.

블랙과 우유를 섞은 커피....

인진은 항상 커피를 그렇게 먹었다. 사실 인진은 그냥 블랙이 좋았다. 하지만 커피 하나 조차도 인진은 시준의 입맛을 따라갔다. 블랙커피와 우유를 섞어 놓아야지만 커피를 입에 대는 시준 덕분에 커피숍에서 까지도 인진은 항상 우유와 블랙 커피 두개를 시켜었다.

 

습관이란....

 

인진은 피식 웃음이 났다.

 

 

"다음부턴 그냥 블랙주세요!"

 

"블랙 커피도 마셔요?!"

 

"네....."

 

지글 지글 타오르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박대리는 의외라는 듯이 인진을 보았다.

 

"전 항상 우유 커피만 드시길래....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거 휴계실에서 타느라 저 손덴적도 많다구요"

 

 

박대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문자 온거 같네요"

 

박대리의 표정이 피식 웃음 짓던 인진은 박대리의 눈짓의 끝에 깜박이고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오늘 갑자기 김치찌게가 먹고 싶네...밥먹자! 싫음 말고'

 

시준이였다. 그날 이후 처음 온 시준의 문자였다. 인진은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애써 잊은 시준을 더이상 떠올리기도 싫었거니와 시준의 문자하나에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이 또다시 미워질려하는 인진이였다.

 

모질어 질 필요가 있었다.

 

시준은 2-3초 간격으로 핸드폰을 들어다 놨다 했다. 연락이 올때도 됐는데 아직 인진에게선 답장이 오질 않았다. 항상 시준의 연락에 바로 바로 답해주던 인진이였는데....

시준은 할수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내가 듣고 싶은건 당신 목소리가 아니라고!"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리에 시준은 신경질 적으로 플립을 닫았다.

이상했다. 자신이 원하면 항상 그곳에 있던 인진이였다.

하지만 없다라.....

 

시준은 문뜩 몇일전 영화관에 인진 혼자 두고 온것이 생각났다.

새로 생긴 여자친구와 헤어지려 했던 시준은 매달리는 그녀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나던 차였고 그때 마침 헤어져 준다고 마지막으로 술한잔 하자던 그녀의 말에 이번 아님 못헤어지 겠다 싶어 부득이 하게 인진을 두고 나가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인진에게 할수도있었지만.. 항상 그런 소소한 것들은 말하지 않던 시준이였기에 그리고 그런 시준을 잘 아는 인진이였기에 굳이 이야기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약간 불안한 기분이 드는 시준이였다.

 

그시각.....

 

인진은 박대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에선 항상 일률적인 태도로 모든 사람을 대하던 인진이여서  사람들과 친한듯 하면서도 그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 있었고, 인진역시 그들과 소소한 사랑얘기라든지 회사얘기를 술한잔씩 하며 한다는건 탐탁치 않아 했기에 회사에서완 조금 다른 박대리가 조금은 관심이 끌리는게 사실이였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KGB를 박대리는 인진에게 권했다.

약간 머뭇거리는 인진을 보며 박대리가 말했다.

 

 

"이거 약한거니깐 마셔도 될꺼예요. 음료수 같거든요."

 

박대리의 말에 인진이 한모금 마셨다.

 

"진짜네요?!"

 

"근데 내 이름은 알아요? "

 

"네??!"

 

"난 항상 인진씨이름을 부르는데 인진씨는 항상 저를 박대리라고만 부르잖아요."

 

".........."

 

"령후예요. 박령후..."

 

"령후라...이름 멋지네요..."

 

인진은 박령후라는 이름을 조용히 따라 읊조렸다. 령후...멋있는 이름이였다. 령후..령후.....

 

"어머?! 박대리님 아니세요?

 

호들갑스러운 하이톤의 말투... 인진은 뒤돌아 보지않고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서경임을 알았다.

 

서경이 인진에게 퇴근후 만남을 제안한건 1주일이 지난 후였다.

 

 

"난 돌려서는 말 못해요! 그건 인진씨도 알죠?!"

 

"네...."

 

"단도직입적으로 인진씨 박대리님 한테 관심있어요?!"

 

"............."

 

"난 관심 있어요. 인진씨가 알아두셨으면해요!!"

 

인진은 바로 앞에 놓여져 있는 키위쥬스 잔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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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좋은 주말에 방구석에 뒹굴대고 있는 땅콩버터입니다

좀더 길게 올리고 싶었지만-ㅁ-)^ 힘드네요~ 그래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깐 조매만 기다려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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