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경기도 안양에 사는 20살 여대생이구요,
빠른 90년생이라 대학교 1학년을 마치구 잠시 휴학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공개된 게시판에 글을 올려본 적도,
온라인 상에 개재된 기사나 글에 리플을 달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책임감과 존재감 제로인 비겁한 누리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반드시 이야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과 저희 엄마가 다니시는 직장이 같은 방향이라
매일 아침 일찍 함께 출근을 하곤 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항상 내리던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그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번화한 사거리라서
많은 직장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 줄을 길게 서있습니다.
아무튼, 그 시간에 유동인구가 항상 많습니다.
엄마와 인사를 하고 아르바이트 장소로 가려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몸에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면서 쓰러져계셨습니다.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도 힘에 부쳐서 혼자 일어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엄마와 제가 부축해서 일어나는 걸 도와드렸습니다.
솔직히 그 때까지도 술 취한 노숙자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뒤돌아서 가려는데 아무래도 맘에 걸려
다시 뒤를 돌아봤더니 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계시더라구요.
이상한 예감이 든 엄마와 전 황급히 다가가 그 아저씨를 부축하고 말을 시켰습니다.
어디 아프신건지, 가족은 어디있는지, 전화번호는 뭔지 등등...
말을 알아듣고 얘기를 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지만 말이 안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선 술 냄새라곤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아 이거 정말 큰일나겠구나 싶어서 엄마가 아저씨를 부축하는 동안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왜소하고 체구가 작으신 40대 남성분이라지만,
정신을 반쯤 놓고 축 늘어진 남자를 엄마와 제가 안고 있기에
너무 벅찼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했지만,
바로 옆에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이 광경을 멀뚱이 구경만 할 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걸 책임감 분산이라고 하는 건가요...그저 참담한 기분만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나가는 아저씨 한 분이 도움을 주셔서
쓰러진 아저씨를 편한 자세로 두고 팔을 주물러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자꾸 정신을 잃어가시는데,
앰뷸런스 빨리 오지도 않고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게도 10분이나 지나서야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그제서야 한시름 놓고 엄마도 저도 도움을 주신 아저씨도 각자 일을 하러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경찰서에서 왔다면서
상황설명을 부탁해서 그 때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기에 알려주었습니다.
혹시 그 아저씨가 범죄에 피해자는 아닐까,
걱정도 되고 겁도 나고, 여러 생각에 심란했습니다.
근데 한두시간 뒤에 또 다른 경찰분들이 오셔서
또 상황설명을 부탁하시며, 제 안색을 살피며 하는 말씀이
그 분이 병원에 옮겨진지 얼마 안되서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지병이 있으셨는데 빨리 병원에 이송되지 못해서 돌아가셨다고,
가족들에게 상황 설명을 해줘야해서 목격자 협조가 필요하다고
그러시더군요.
또 상황설명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말 너무나 심란하더군요.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아저씨를 병원에 이송하고 난 뒤
그 주변사람 중 하나가 말하길 그 돌아가신 아저씨가
저희가 버스에서 내려서 그 광경을 목격하기 전부터
계속 쓰러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쓰러져서는 경련을 일으켰다구.
근데 술 취한 사람인 줄 알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엄마는 그 아저씨가 돌아가신 걸 알고 분노하시면서
너무나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제가 솜씨가 없어서 제대로 설명을 못했지만,
정말 잊을 수 없었던건 아저씨가 쓰러져 계신 광경을
남 일보듯이...
드라마를 보기위해 봐야하는 의례적이고 따분한 광고보듯이
무심하게, 구경하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이었습니다.
세상에 그것만큼 날카롭고 잔인하고 두려운 눈빛들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사실과, 또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해둔
그 수많은 사람들......그 두가지가 오늘 하루내내 저를 괴롭혔습니다.
오늘의 날씨처럼 제 마음상태도 그랬습니다.
요즘 경제사정도 안 좋습니다.
해가 갈수록 사람들이 삭막해지고,
황금만능주의에, 외모지상주의가 판치고,
많은 사람들이 껍데기와 허울뿐인 존재에만 매달려서 자꾸 불행해지고,
점점 마음 둘 곳이 없어진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하루하루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꿈과 희망과 사랑을 마음 속에 가지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세상에 따뜻한 솜이불같은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마음 둘 곳이 없어지는 건가요?
주의를 둘러보고 비틀거리는 사람,
부축해줄 마음 속 여유조차, 관심조차 없는건가요...?
하다못해 가서 말이라도 한 마디 걸어볼 수도 있는거였잖아요.
오늘 아침 사거리 정류장 앞에 길게 늘어서 계셨던 분들,
저보다 일찍 발견하신 분 중에 한 분이라도 말이라도 걸어봤으면,
그랬으면 그 아저씨가 술 드신게 아니라
죽을지도 모르는 건 줄 알고 그 아저씨 살릴수도 있는거였잖아요!!!!!!!
길가에 쓰러진 남자가, 혹은 여자가,
나의 부모님, 동생, 언니, 오빠, 친구라고 여겨준다면...절대 그러지 못할텐데...
살기 좋은 세상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있습니다...
아직은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믿고 싶네요.
길고 두서없는 글, 전하고싶었던 진심이 다 담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