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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연인★(7)

땅콩버터 |2004.04.26 17:48
조회 940 |추천 0

시준과 통화가 끝나자 마자 인진은 령후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허둥지둥 약속장소로 향하는 모습이라니....습관이란 무서웠다. 항상 시준과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또는 자신보다 먼저 시준이 기다릴까봐 미리 앞서 약속장소에 나갔던 인진이였다.

 

인진은 종로거리를 여기저기 그냥 걸어다녔다. 한번도 인진을 기다려 본적 없는 시준에게 자기도 늦을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딱 한시간...

 

시준이 항상 인진과의 만남에서 늦었던 시간만큼 돌아다닌 후에야 인진은 생과일 집으로 향했다.

그자리에 시준이 있었다.

이별을 고하던 그자리.... 그곳...그 장소....

 

인진의 입장에선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였다. 인진은 그날일을 떠올리자 그날 처럼 마음이 떨렸다.

 

"왔어?!"

 

시준에 말에 인진은 조용히 시준의 앞자리에 앉았다. 거의 한달만에 보는 시준이였지만 시준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당당했고 여전히 멋있었다. 인진은 자신만 그동안 아파한거 같았다.

 

"키위쥬스 두개!"

 

주문을 받으러 온 아르바이트 생에게 시준은 역시나 인진의 의견따위는 물어보지 않은채 키위쥬스를 시켰다. 사실 인진은 키위쥬스가 싫었다. 집에선 키위는 입에도 대지않던 인진이였지만 항상 키위쥬스를 시켜주는 시준때문에 할수없이 먹었었다.

그당시 인진으로써는 시준을 닮고 싶었다. 모든 연인들이 그렇겠지만......

 

"아까 그사람 누구야?!"

 

시준은 키위쥬스가 나오자 마자 한모금 벌컥 마신후 꺼낸 첫 마디였다.

 

"누구?!"

 

분명 박대리를 두고 하는 말임을 뻔히 알면서 인진은 다시 되물었다.

 

"누구라고 했니?!...알면서 되묻는거 알아!"

 

인진은 앞에 놓인 키위쥬스잔을 잡았다. 시원한 감촉...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질투하는거니?!"

 

인진의 물음에 시준은 어이없다는듯 피식 웃었다. 그런 시준의 모습을 인진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왜 말이 안되는데?!"

 

"난 그런 감정 따윈 키우지않아! 쓸데 없잖아?!"

 

혹시나 설마 하며 기대했던 인진은 맥이 탁 풀렸다. 기대했던 자신의 잘못이였다. 역시나 시준은 당당했고, 인진앞에서 그는 항상 위였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사랑을 더많이 하는 쪽이약자라고 했던가?!

 

그말에 인진은 지금까지 충실했다. 그녀는 항상 시준에게 약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시준에게 휘둘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너랑 사귀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게 뭔줄 아니?..."

 

뜬금 없이 말하는 인진을 시준이 바라보았다. 아무 대답없이 인진을 바라보는 시준을 보며 인진은 말을 이어갔다.

 

"따지는거... 왜 드라마 같은 곳에 보면 그러잖아. 서로 연인끼리 자존심 싸움하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짜증도 내보고 울어도 보고... 그런거...."

 

"에너지 낭비야. 어느한쪽이 져주면되는것을..."

 

"에너지 낭비라... 그래...내가 항상 너한테 맞춰줘서 넌 그걸 이해 못할꺼야. 참는다는거...포기한다는거..말야...."

 

"............."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시준이 말하면 인진이 따라왔고, 설령 그게 하기 싫은 일이라해도 시준이 '싫어?' 라고 한마디만 하면 군소리 없이 따라왔던 인진이였다. 그런 인진이 소리지르며 따지는게 하고 싶었다라....아이러니 했다.

 

"난 너에게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킨적 없어!"

 

"그래..넌 그런적 없어...다만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런거지..."

 

인진은 앞에 놓은 키위쥬스를 한모금 빨았다. 목이 탔다.

 

"꼭 청문회 하는 기분이군..."

 

시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이 상황을 즐기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즐거운듯.....그

표정이 꼭 넌 어짜피 나한테로 돌아올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여자친구랑은 잘 되가??"

 

인진의 말에 창밖을 바라보던 시준이 인진으로 시선을 바꾸었다.

 

"그런 질문 우습잖아...쿡..."

 

키득거릴 여유가 있는걸까?

도저히 인진의 상식으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나올것 같지 않은데 시준은 항상 인진의 상식밖에 서있었다.

 

"난 너가 좀더 진지해지길 바래..."

 

"너가 나한테 뭔가를 바란다고 말한거...처음인거 같다. "

 

"처음인거 같은게 아니라 처음이야..."

 

"그래! 처음이야."

 

여전히 입꼬리에 알수없는 의미의 미소를 달랑 달랑 달고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개구장이 소년마냥 시준은 이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몸단 인진의 반응을 즐기면서 말이다.

 

"너가 좀더 진지해 질때 다시 이야기를 하는게 좋겠어. "

 

인진은 가방을 챙겨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런 인진을 의아하게 시준이 쳐다보았다. 인진은 잠깐 시준이 자신을 잡아주길 바랬지만 이내 생각을 고쳤다. 시준은 그럴사람이 아니니깐....

 

인진의 뒷 모습이 가게를 나갈때 까지 시준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키위쥬스만을 바라보았다. 딸랑거리는 문종소리를 들으며 그때서야 시준은 인진이 나간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준이 바란건 이게아니였다. 인진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다.

 

"또 이따위야..."

 

괜히 인진앞에만 서면 삐딱하게 나가는 자신이였다. 하긴...항상 자신을 받아주는 인진이여서 더 그렇게 나가는건지도 몰랐다.

 

롯데월드에서 인진과 그렇게 헤어진 령후는 어설픈 미소를 인진이 타고간 택시가 안보일때까지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씁쓸했다.

 

"첫 데이트부터 바람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예전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고 바로 나가버린 일은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아니 상당히 불쾌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자신과 인진은 아무사이도 아니였고 자신이 인진에게 화낼 입장은 더더욱 아니였다.

 

령후는 그자리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딱히 갈데가 없었다. 그때 령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저 서경이예요."

 

령후는 서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돌한듯한 표정이 그러했고, 화려한 옷차림도 그러했다. 령후는 단아하고 청초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서경처럼 누군가의 시선을 바라는양의 옷차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서경이 령후와 만나기로 정한 장소역시 서경과 비슷했다.

 

화려하길 바라는 서경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진한 빨강색 간판의 술집을 보며 령후는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요?!"

 

들어오는 령후를 봤는지 바에 앉아있던 서경은 자신의 옆자리 의자를 살며시 빼주며 말했다.

 

화려한 빨간색 원피스...령후는 인상이 찌푸려 졌다.

 

"술 무엇으로 할래요?! 령후씨 안오셔서 전 먼저 먹고 있었어요"

 

"전 진토닉으로 주세요."

 

"주말인데 뭐하셨어요?!"

 

"데이트 했어요!"

 

데이트 했다는 령후의 말에 서경은 인상이 약간 찌푸려 졌다.

 

"누구랑요?!"

 

"그렇게 꼬치 꼬치 캐묻는거 실례아닌가요?!"

 

령후의 말에 서경은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그냥 관심이 많아서 그런것 뿐이니깐 너무 기분나빠하진 말아요!"

 

서경은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령후씨는 제가 령후씨 좋아하는 거 아시죠?!"

 

".........."

 

"제가 워낙 숨기는게 서투른 스타일이라서요! 령후씨는 제가 어떠세요?!"

 

서경의 말에 령후는 진토닉을 한모금 마셨다.

 

"전 솔직히 서경씨 같은 스타일 별로예요..."

 

령후의 말에 서경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 서경은 이제까지 자기가 목표로 삼은 남자는 모두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어렸을때 뚱뚱해서 놀림받았던 서경은 독한 마음을 먹고 살을뺐다.

뚱뚱하다고 자신을 싫어하던 남자들은 살빠진 서경에게 온갖 아부를 해댔다.

그때부터 였을까? 서경은 모든 남자들이 우습게 보였다. 자신이 단도직입적으로 한 말에 싫다고 말한사람은 령후가 처음이다.

 

"그럼 령후씨 스타일은 어떤건데요?!"

 

"인진씨요!"

 

딱 부러지게 '인진씨'라고 말하는 령후.... 서경은 재미있어지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서경을 본 령후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밝은 색 옷만 주로 입고 화장도 빨간색 계통으로 화려하게 했던 서경이였는데..처음 령후는 서경을 보고 그녀가 누군지 몰랐다.

 

단발머리였던 서경은 긴 생머리로 바뀌어 있었고 , 붉은색 계열의 화장은 인진과 비슷한 핑크계열로 바뀌어 있었다. 옷도 인진과 비슷한 무채색 계열의 정장...

 

피식 웃음이 나오는 령후였다.

 

'저 어때요?! 괜찮아요?!'

 

서경의 메신저를 받은 령후는 서경의 주변에 서성이는 김대리와 최대리를 보며 답장을 했다.

 

'예쁘네요...'

 

서경은 령후에게서 예쁘네요라는 답장 하나에 어제의 힘든일이 다 지워지는듯 했다. 사실 어제 령후와 헤어지고 난후 서경은 바로 미용실로 향했다.

긴 생머리는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항상 강해보이고 싶었던 서경은 성격탓인지 단발만을 고집했고, 단시간 내에 긴 생머리로 변하게 할수는 없는 법이기에 미용실에서 무려 5시간 넘게 머리를 붙였다.

 

항상 붉은색 계열로만 사던 화장품도 몽땅 다시 새로 샀다.

 

아침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서경은 말했다.

 

"박령후씨!! 당신은 내꺼야!!!"

 

12시가 넘은 시각...

오늘도 진선은 늦을듯 싶었다. 요즘 시준의 일 때문에 같이 사는 진선과 얘기를 나눠본지가 언제인지...하나밖에 없는 친구에게 넘 소홀한거 같았다.

 

덜컥

 

"진선이니?!"

 

인진은 문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진선은 취해서 발걸음 조차 비틀거리고 있었다.

 

"어이! 친구...인진이구나!!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한잔했다!!"

 

비틀거리던 진선은 발이 꼬여 거실 바닥에 넘어지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 벙글이였다.

간신히 진선을 쇼파위에 앉혀놓고 꿀물을 탔다.

 

진선은 꿀물을 원샷하며 인진에게 말했다.

 

"친구!!!"

 

"왜 ...말해..."

 

"친구!!"

 

"응!"

 

"그냥 불러봤다..."

 

진선은 피식 웃으면서 인진을 쇼파위에 끌어 앉히곤 자신의 머리를 인진 무릎위에 올려놨다.

 

"인진아... "

 

"왜?!"

 

인진은 진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령후선배 괜찮은 사람인거 알지?!"

 

"알아..."

 

"근데 왜 안사귀는거야?!"

 

"........."

 

"시준이 때문이니?!"

 

"그럴지도...."

 

"아직도 못잊는거야?!"

 

진선의 말에 인진은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진선의 머리카락만 매만지고 있었다.

 

"있지..진선아... 나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은 시준의 문자 하나에 놀라 가슴이 떨릴때가 있어...이젠 내가 놔줘야지 하면서도...자꾸 시준에게 기대하려고 해...."

 

"난 너가 힘들지 않았음 해...."

 

진선은 애써 몸을 세워 방에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여러말 하지 않아도 굳이 말을 이리저리 늘어놓지않아도 진선의 마음이 와닿는 인진이였다. 오랜 시간 같이 한 친구사이일수록 말이 없어진다더니...그런것 같아 마음이 뿌듯한 인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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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인터넷 창 열어놓고 소설쓰기에 여념이 없는 땅콩버터 입니다.

 

밖엔 비가 내리네요... ㅋㅋㅋ

 

오늘 저녁은 짬뽕~ 얼큰한 짬뽕 국물에 밥먹고~!~~ 또다시 올리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올릴테니깐 리플 달아주시는거 ^^* 아시죠?!~

 

무진장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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