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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2009.05.03 01:16
조회 312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보잘 것 없는 어린앤데요.

 

여러분의 시간이 필요해서, 글을 올려요.

 

반응이 있을지 없을지조차도 모르겠지만.

 

 

저한텐 큰아버지가 계세요.

 

술 좋아하시고 담배 좋아하시고 풍채 좋으시고.

 

참 많이 재밌고 호탕하신 분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참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 분인데.

 

 

큰아버지랑 아버지랑은 사이가 많이 안 좋으셨어요.

 

큰아버지께서 큰어머니와 이혼하시고,

 

할머니께 땅을 팔라 권유해서 돈을 얻어가시곤,

 

잘은 모르지만 다 날리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께서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참 많이 각별하셔서,

 

할머니 논밭을 다 팔아버리게 만든 큰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예전 언젠지 기억 못할 만큼 까마득한 날에,

 

두분이서 크게 싸우셨어요.

 

그걸 말리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시고

 

아버지께서는 소리지르면서 할머니를 막 부축하셨는데,

 

큰아버지께서는 할머니를 신경쓰시지 않으시고 계속 아버지를 몰아 붙이시더라구요.

 

'엄마 쓰러졌잖아, 미친 놈아!'

 

그 때 아버지가 큰아버지께 처음으로 반말을 하며 소리지르시고 우시고.

 

그 뒤로 두분은 거의 남남이셨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얼마전에 암에 걸리셨어요.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요.

 

큰아버지께서는 혼자 남으신 아픈 할머니를 모실 여건이 되지 않으셔서

 

저희 가족이 모시기로 했어요.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 하나 늘은 입에 부쩍 늘어버린 생활비.

 

아버지께서 한숨쉬시는 날이 점점 많아지시고, 눈물 짓는 날이 점점 늘어만가고.

 

그런데 큰아버지는 연락이 없으시고.

 

글쎄요, 참 많이 미웠어요.

 

아버지를 힘들게 만드는 건 다 큰아버지라고 생각했어요.

 

옅은 술냄새도 싫었고, 뭉글뭉글 솟아오르는 담배연기도 싫었어요.

 

저한테 말을 걸어오시는 그 목소리도 싫었어요.

 

넘쳐 흐르는 자신감도 싫었고요,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신 것도 싫었어요.

 

정말 제가 너무 나빴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술과 담배는 큰아버지께서 유일하게 허용된 삶의 낙이었고,

 

말을 걸어오시는 건 절 참 예뻐해 주시던 거였고,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나쁜 짓 한번 안하시던 분이었는데.

 

하, 정말 제가 왜 그랬을까요.

 

큰아버지께서 연락이 계속 되지 않던 날이었어요.

 

엄마께서 절 부르시더니, 말씀하셨어요.

 

'큰아버지 폐암이야, 폐암 4기라서 많아봤자 6개월이래.'

 

참 이상하죠. 왜 그 때 눈물이 그렇게 났을까요.

 

정말 큰아버지 미워했었는데, 왜 그렇게 소리내면서 엉엉 울었을까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그렇게 울지 않았었는데.

 

왜 큰아버지가 얼마 사시지 못하고

 

하늘길 따라 올라가셔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서럽게 울었을까요.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버릇 없이 굴었을까요.

 

정말 심장을 누가 쥐어짜는 것 같아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아, 지금도 막 눈물이 흘러서 주체를 못하겠어요.

 

 

그래서, 그래서요.

 

부탁드릴 게 하나 있어요.

 

정말 바보같은 부탁인데요. 진짜 어이없는 부탁이라는 거 아는데요.

 

저희 큰아버지, 기도 좀 해주시겠어요?

 

참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살아온 우리 큰아버지.

 

버릇없는 저한테도 참 많이 웃어주셨던 우리 큰아버지요.

 

나으시라고, 기도 좀 해주시겠어요?

 

기적을 같이 만들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정말, 제가 너무 많이 못되게 굴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안될 것 같아요.

 

세상에 앞으로 혼자 남겨질 우리 친척 오빠, 언니가 너무 안 되서,

 

정말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책에서 읽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기도는 기적을 낳는대요.

 

어이 없는 이야기라는 거 알고 있어요. 정말 절절하게 머리론 알고 있는데.

 

매달리고 싶어요. 정말, 이런거에라도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제발, 단 1초만이라도 우리 큰아버지 위해서 기도 좀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큰아버지,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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