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큰 소리로 웃어대던 추괴 나찰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더니
막개의 시체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막개의 죽음이 통쾌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막개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음..."
막개의 시체를 뒤졌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의 눈 이 다시 흉폭하게 변하며 소리쳤다.
"이런 쳐죽일 놈! 죽어서도 나를 괴롭히는 거냐? 그래 어디 네 놈이 죽어서
편하게 저승에 가게 할 줄 알았느냐? 네 놈의 몸을 갈기 갈기 찢어놓은
다음에 옷을 홀딱 볏겨서 태동로 사대문 거리에 매달아 놓겠다.
크크크...아마 볼만할 거다. 대동국 최고의 검객인 상천제 막개가 모든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진 채로 사대문 거리에 걸린다면 명예를 중시하는
네 놈도 저승에서 통곡을 할 거다. 하하하하"
추괴 나찰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막개의 시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
다. 한없이 패주어도 원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크크크...네 놈 몸을 몇 토막으로 잘라 줄까...흐흐"
추괴 나찰은 막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정말 그의 시체를 토막내서 사거리에 걸어놓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흉폭한 눈빛과 잔인한 웃음은 마치 악귀와 같았다.
추괴 나찰이 막 단도를 꺼내 추괴 나찰의 몸을 자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뒤 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그의 머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 기운을
피하면서 말했다.
"크크... 네 놈이 내 그물에 걸렸구나."
추괴 나찰의 말에 성난 얼굴을 한 치우가 소리쳤다.
"이 괴물같은 놈! 아저씨 몸에서 손을 떼라!"
"지금 네 놈이 나에게 소리칠 입장이 아닐 텐데."
추괴 나찰의 말에 치우는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이런 내가 너무 격분한 나머지 앞 뒤 가리지 않고 뛰어 들었구나. 어떻한다?'
치우는 폭포수 뒤 쪽 길에 숨어 있다 추괴 나찰이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바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동굴 속에서 흘러나오는 추괴 나찰의 잔인한 말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몇 일 같이 있지는 안았지만 상천제 막개는 이제 자신의 사부와 같았다.
자신에게 무공까지 전수 해 주지 않았는가.
그렇게 마음에 추괴 나찰에 대한 화가 치밀자 초개의 죽음마저 생각나 앞 뒤
가리지 않고 동굴로 뛰어 들었던 것 이다. 그런데 이제 안으로 뛰어들고
보니 호랑이 굴인 것이다.
"크크. 후회 해봐야 소용없다. 거지 새끼야. 넌 내 함정에 걸려 든 거야. 난 한 번잡은
고기는 절대 놔주지 않아 그냥 그 자리에서 잡아먹지."
추괴 나찰은 동굴 입구를 막아서며 치우를 정말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쳐다보았다.
치우는 마치 야차 같은 얼굴을 하고 잔인한게 미소 짓는 추괴 나찰을 보고 겁에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은 계속해서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서우냐?"
"......"
"크크크크... 완전히 정신을 놓았구나. 하하하 ... 좋다! 천지환은 어디 있느냐?
천지환만 준다면 생각해봐서 아프지 않게 죽여주마. 하하하하"
추괴 나찰은 겁에 질린 치우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내놔!"
그러나 치우는 뒤쪽으로 피하며 소리쳤다.
"천지환을 달라고? 싫어!"
추괴 나찰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뭐...네가 주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빠르게 치우를 향해 덮쳐 갔다.
어차피 무공도 모르는 거지새끼를 상대하며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추괴 나찰이 빠르게 덮쳐오자 치우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고 녀석 귀엽게 노는구나!"
어느새 추괴 나찰의 갈퀴 같은 손이 치우에게 달려들었다.
"엇!!"
깜짝 놀란 치우가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몸을 살짝 비틀자 추괴 나찰의 손이 허공을
휘젓는 꼴이 되었다.
"헛! 이런!"
추괴 나찰은 손쉽게 잡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손을 뻗었는데 거지새끼가 쉽게 자신의
손을 빠져나가자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이런....천하의 이 나찰이 이런 우스운 실수를 하다니'
그러나 사실 치우가 쉽게 그의 손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치우는 막개로부터 뇌전심법을 통해 이미 알게 모르게 칠성보를 머리 속에
숙지하고 있었다. 단지 익숙하게 수련하지 못했고 그 자신이 이미 칠성보를
알고 있다 해도 펼치는 방법을 모를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감각기관은
참으로 묘하고 신비스러워서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면 모든 감각기관은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치우는 본능적인 감각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칠성보를 펼치게 된 것이다.
"어디 피할 수 있으면 계속 피해봐라"
추괴 나찰은 그저 우연이라 생각하며 다시 치우를 향해 덮쳐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한 발작 다가 설 때마다 치우가 피하는 각도나 몸놀림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척이나 익숙한 동작이어서 놀라기 시작했다.
"이놈! 그새 상천제 막개에게 무공을 전수 받았느냐?"
치우는 추괴 나찰이 무섭게 덮쳐 오자 그냥 몸이 가는데로 피해 다녔을 뿐이데
무공을 전수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갑자기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아!막개 아저씨가 시행한 이상한 법 때문에 내가 저 악마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인가?'
치우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추괴 나찰의 싸늘한 말이 들려왔다.
"크크크크....잘 되었다. 정말 잘 되었어. 네 놈이 상천제 막개의 전인이란 말이지.
아! 하늘이 그렇게 무심하지는 않구나. 내 손으로 상천제 막개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었는데 그 제자 놈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면..크하하하하....."
추괴 나찰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더욱 흉폭하고 무섭에 눈을 뜨고 치우를 바라보았
다. 그 눈빛에 치우는 마치 영혼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놈! 장난은 이제 그만이다. 저승에서 상천제 막개에게 전해라. 나 추괴 나찰이 지옥까
지 쫒아가서 괴롭혀 주겠노라고."
추괴 나찰은 말을 마치자 빠르게 치우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지금의 몸놀림은 처음과는 비교도되지 않는 빠르기 였다.
"헛!"
치우는 놀라며 좌측으로 빠르게 몸을 틀었지만 집요하게 들어오는 나찰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순간 다가 왔는지 나찰의 거친 손이 치우의 멱살을 잡아틀고 있었다.
광기에 찬 추괴 나찰의 눈 빛과 마주치자 치우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
"놔라! 이 악마같은 놈아!"
"크크. 짖어봐라 이 거지 녀석아 어차피 그 짖음도 얼마 못갈테니."
추괴 나찰의 잔인한 말을 듣자 치우는 갑자기 화가 가슴에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어차피 죽는 목숨.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
"그래. 죽여라! 죽여! 네 놈이 나를 죽이면 영원히 천지환을 찾지 못할 것이다."
"뭐? 천지환은 어디있냐?"
"죽여라!"
추괴 나찰은 치우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천지환은
보이지 않았다.
조그만 거지새끼 하나 죽이는 것이야 어려울 것이 없지만 천지환을 찾지 못한다면
첫째 갈마웅을 볼 면목이 없었다.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첫 번짼는 네 왼팔을 뽑을 것이고, 두 번째
는 네 오른팔을 그리고 차례로 다리와 눈을 파버릴 것이다. 다시 묻는다. 천지환은 어
디 있느냐?"
추괴 나찰의 섬뜩한 말에 치우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저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그의 차가운 눈만 보아도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떻하지. 천지환은 초개와 막개 아저씨의 죽음의 대가인데 이런 놈들에게 내 줄 수는
없다. 차라리...차라리..."
치우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추괴 나찰의 차가운 말소리가 들렸다.
"네놈이 고통을 맛보고 싶은가 보구나. 그럼 왼팔 먼저 잘라 줄까?"
추괴 나찰의 말에 치우는 놀라서 소리쳤다.
"자...잠깐만요! 말할께요. 그런데..."
"시간 끌 생각 말고 빨리 말해"
"저..."
"네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자...잠깐만요! 천지환이 있는 곳을 아저씨에게만 말해야 하는거죠?"
"뭔 소리냐? 당연히 나에게만 말해야지 여기 누가 또 있어 말한다 말이냐?"
"지금 말하면 저기 예쁜 누나도 같이 듣는데요."
"뭐?"
치우의 말에 깜짝 놀란 추괴 나찰이 뒤로 몸을 돌리려는 찰라 묵직한 기운이
그의 등쪽 대혈을 노리고 들어왔다.
추괴 나찰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리며 뒤쪽을 쳐다보았다.
동굴 입구에 언제 왔는지 백선녀 여사랑이 미소지으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저 여우같은 계집이 언제 여기까지 왔지? 내가 너무 천지환에 몰두해 있어 적이 지척
에 와 있는것도 몰랐구나'
추괴 나찰은 등쪽에 식은 땀으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까딱 잘 못했다면 자신
은 지금 저승길에서 막개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백선녀 여사랑은 치우와 추괴 나찰을 쳐다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추대협 께서는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흥! 당신은 알 필요 없소."
"어뭐. 섭섭하네요. 우린 서로 협력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여기까지 같이 왔는
데....추대협 혼자서 어린아이와 여기서 놀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언제 네 년과 협상을 했냐? 단지 막개를 찾기 위해 같이 왔을 뿐이지. 이제
막개도 죽었으니 더욱 상관 없는 것 아니냐."
"호호호....정말 그렇게 되나요? 저는 아직까지 협상이 유효한지 알았지요. 그럼 저도
이렇게 보고만 있으면 안되겠네요."
"무슨 헛소리냐?"
추괴 나찰의 말에 백선녀 여사랑은 대답하지 않고 치우를 보며 말했다.
"귀여운 아가야. 이 누나에게 천지환을 주겠니?"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추괴 나찰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뭔 수작이냐? 저 놈은 내가 잡은 것이다. 네 년은 자격이 없어!"
추괴 나찰의 말에 백선녀 여사랑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무슨 소리인가요? 방금 협상이 깨졌다고 했으니 이제는 서로 찾이하는 사람
이 임자지 누가 먼저 잡고 발견하고가 무슨 소용이죠?"
"뭐야? 네년이 끝까지 해 보겠다는 거냐?"
추괴 나찰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백선녀 여사랑은 치우를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때? 누나에게 주면 여기서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게 해줄게"
치우는 아름다운 백선녀의 달콤한 말을 듣자 심장이 울렁거렸다.
'정말 저 여자 말을 들으면 이 곳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천지환을 저 여자에게 주면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데'
치우는 고민되었다. 그러나 이내 결심이 선 듯이 백선녀 여사랑을 향해 말했다.
"저기 예쁜 누님 정말 저를 여기서 나가게 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럼! 천지환만 주면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마"
"좋아요. 천지환을 예쁜 누님께 드릴께요. 대신 저 못생긴 악마 같은 놈을
죽여주세요."
치우의 말에 추괴 나찰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뭐야? 이 거지새끼가 죽고 싶구나. 누구 마음대로 여기서 나가! 모두 죽여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추괴 나찰의 손에 붉은 적사철이 뽑혀져 나왔다.
치우는 추괴 나찰의 무서운 기운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다가 왔는지 백선녀 여사랑은 치우의 앞을 막으며 검을 뽑아들었는데
하얀 백검이었다.
"어린 아이 괴롭히지 말고 저와 한번 놀아보죠"
"그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자!"
추괴 나찰은 소리치며 붉은 적사철을 백선녀 여사랑을 향해 쏟아 들어갔다.
붉은 빛이 어두운 동굴에 수를 놓으며 백선녀 여사랑의 몸을 휘감아 들어갔다.
"흥!"
붉게 덮쳐오는 기운을 가볍게 옆으로 피하며 백선녀 여사랑은 백검을 좌로
베어들어 갔다. 순간 백검의 하얀 기운과 적사철의 붉은 기운이 충돌하며 동굴에
이상한 음향이퍼졌다.
"차차장!"
백검과의 부딪힌 적사철을 통해 짜릿한 기운이 전해 오자 추괴 나찰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쓸만하구나!"
"호호. 그래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순간 백선녀 여사랑은 추괴 나찰의 우측으로 파고들며 검을 그었다.
하얀 괴적이 퍼지며 추괴 나찰의 몸을 두동강 낼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적사철이 백검의 괴적을 막아내며 오히려 역공격을 해오는 것이었다.
짧은 순간에 백선녀 여사랑의 백검과 추괴 나찰의 적사철의 공격이 겹치며 동굴
안의 공기가 싸늘해 졌다.
"제법이군! 그러나 이것으로 놀이는 끝났다."
추괴 나찰은 소리치며 적사철을 강하게 회전시키며 공격해 들어갔다.
붉은 회오리가 쳐지며 백선녀 여사랑을 뒤쪽으로 밀어냈다.
붉고 강한 적사철의 공격에 백선녀 여사랑은 물러서며 소리쳤다.
"쾌(快)!!"
붉은 기운에 밀리던 백선녀 여사랑은 백검을 가슴으로 끌어 올리며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틀어 백검을 붉은 회오리에 내리쳤다.
순백색의 아름다운 기운이 강하게 퍼졌다.
"펑!!"
동굴이 진동할 정도로 강한 충격음이 전해지며 두 사람 다 뒤로 물러섰다.
"크...대단한 공격이었다."
추괴 나찰은 적사철을 든 자신의 손이 얼얼해 오는 것을 느끼며 백선녀 여사랑을
다시보게 되었다.
나이는 자신 보다도 한참 어려 보이는 여인에게서 어떻게 저런 파괴적인 힘이
나오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백선여 여사랑도 추괴 나찰의 공격을 쉽게 볼 수는 없었다. 그녀 또한 적사철과의
충격에 팔목이 시큰거리고 아팠기 때문이었다.
추괴 나찰이 비릿한 웃음 지으며 말했다.
"네 검법이 특이하구나! 무슨 검법이지?"
"글세. 알아 맞춰 보시지요?"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추괴 나찰은 아랫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결코, 네년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어디 당신 마음대로 해보세요"
또다시 동굴에 붉은 빛과 하얀 기운이 맞붙기 시작했다.
치우는 추괴 나찰과 백선녀 여사랑이 싸우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갔다.
예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그들의 빠른 움직임이 얼핏 보인다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들의 현란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뭔지 모르게 가슴이 뜨겁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들의 싸움을 구경만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추괴 나찰과 백선녀 여사랑의 싸움이 더욱 격렬해 질수록 치우도 위험해 졌다.
좁은 동굴에서 그들의 공격하나 하나는 모두 위험해서 잘못하다가는 치우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치우는 그들의 싸움권안에서 피하여 동굴 입구로 조금씩 자리를 옮겼다.
지금이야 말로 그들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치우가 동굴 입구 쪽으로 바짝 다가섰을 때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그의 등쪽으로
스며 들어왔다. 깜짝 놀란 치우는 바닥에 업드려 피했다.
"쾅!!"
무엇인가 강한 힘이 동굴 벽을 세차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만 늦게 피했었다면 치우는 저 동굴의 벽처럼 가루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치우는 자신의 등줄기에 식은 땀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공격이 들어온 방향을 살폈다.
그때 백선녀 여사랑과 싸움에 몰두하고 있던 추괴 나찰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지녀석아, 함부로 움직이지마라. 조금만 더 움직이면 다음에는 네 녀석 목을
따주겠다. 알았느냐?"
백선녀 여사랑과의 치열한 싸움 중에도 추괴 나찰은 치우에게서 시선을 떼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백선녀 여사랑은 추괴 나찰의 말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흥! 아직 여유가 있나 보군요. 저와 싸우면서 다른 데까지 신경을 쓰시다니....꼬마야
이 누나가 못생긴 괴물을 처리할 때 까지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네 년이 끝까지 죽음을 차초하는구나."
"그럼. 어디 죽여 보시죠? 이제는 다른데 신경쓸 여유를 드리지 않고 해 보죠."
백선녀 여사랑은 말을 마치자 바로 백검을 회전시키며 빠르게 공격해 들어갔다.
이번 공격은 처음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검의 속도와 힘에 있었서 훨씬 강하고 치명적이 공격이 잠재되어었다.
백검의 공격은 마치 수십개의 검이 불어난 것 같은 모습으로 추괴 나찰을 덮쳐 갔다.
순식간에 수 십 초의 공격을 받게 되자 추괴 나찰은 놀라며 뒤로 밀렸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선수를 빼앗긴다면 상당히 위험했다.
그 또한 이제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괴 나찰은 소리치며 공격의 형태를 바꾸었다.
"적염칠사(赤炎七沙)!"
순간 적사철이 피처럼 더욱 붉게 변하여 강한 열기를 일으키며 백선녀 여사랑을
향해 쏟아져 들어갔는데 모두 치명적인 일곱군대의 대혈을 노린것이엇다.
뜨거운 열기에 놀란 백선녀 여사랑이 하얀 잔상을 남기며 보법을 밟았다.
그러나 동시에 들어오는 일곱가닥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기는 역부적인 것 같았다.
"엇!"
놀람의 찬 소리가 백선녀 여사랑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느새 다가온 적사철의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하얀 왼쪽 옷깃을 태웠기 때문이었다.
불이 붙자 바로 껐기에 망정이지 잘못 했으면 옷이 불에 모두 타 버릴 뻔했다.
그러나 한 번 헛점을 보이자 추괴 나찰의 공격은 무섭게 돌변하기 시작했다.
고수들의 대결에서 가장 경계해야하며 노려야한는 것이 바로 상대방의 헛점이며
심리교란이다. 그런데 지금 백선녀 여사랑은 추괴 나찰의 공격에 의해 헛점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헛점을 바보가 아닌 이상 추괴 나찰이 놓칠 리가 없었다.
"죽어랏!"
추괴 나찰은 차갑게 외치며 거침없이 공격해 들어갔다.
그의 공격은 백선녀 여사랑을 계속해서 뒤로 밀리게 만들었다.
한번의 실수로 인해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 또한 쉽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적사철이 거세게 가슴을 향해 들어오자 몸을 우측으로 틀며 백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며 몸을 회전시켰다.
순식간에 공격의 형태를 바꾼 것이다.
추괴 나찰은 갑작스런 백검의 기운에 놀라며 뒤로 빠졌다.
잠깐의 공백이 생기자 이것은 백선녀 여사랑에는 천금과 같은 기회가 되었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백검을 추괴 나찰의 몸 쪽으로 바짝 붙여가며 공격해 들어갔다.
이 공격은 단순한 것 같았으나 추괴 나찰이 뒤로 밀리며 적사철로 튕겨내려 하자 갑자기
백검이 수 십개로 불어나며 그의 주요 혈도를 노리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헛! 이것은?"
추괴 나찰은 놀라며 자신의 모든 기를 끌어 올려 적사철에 주입하여 백검의
괴적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백검의 집요한 공격은 쉽게 제압되지 않고 그의
행로를 막으며 접근 해왔다.
추괴 나찰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몸이 오싹해 지는 것을 느꼈다.
백선녀 여사랑의 공격은 자신이 처음 보는 검법이었다.
검법의 특이함이 그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했다.
좌측을 조여오는 백검을 향해 적사철로 막으려 들면 어느새 그 공격은
사라지고 우측으로 차가운 기운이 몰아쳐 왔다.
백검의 괴적은 쉽게 짐작할 수 없었고 그 공격의 방향을 감지한다해도 그 것이
실인지 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어느새 추괴 나찰은 굴 안쪽으로 계속 밀리며 온 몸이 땀으로 젖어갔다.
추괴 나찰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백선녀 여사랑은 차갑게 말했다.
"흥! 네 놈이 얼마나 버티나 볼까? 이 천수검법(千手劍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될 거다."
백선녀 여사랑의 말에 추괴 나찰은 놀라며 외쳤다.
"천수검법! 그렇다면 넌?"
"그래. 천선삼협(天仙三俠)의 제자다."
"어떻게 그들이 아직도...."
놀람에 찬 추괴 나찰의 말은 끝맺을 수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백선녀 여사랑의 백검이 무섭게 그를 옥죄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천선삼협(天仙三俠)은 50년 전에 이미 그 자취가 사라진 인물들이었다.
모두 세 명으로 천화(天花) 이설, 천유(天有) 박진, 천개(天開) 태군으로 이들의
무공은 하늘과 논할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무공도 무공이지만 독특한 기행 때문에 유명하기도 했다.
그들의 별호에 협(俠)가 붙긴 했으나 협보다는 괴(怪)자가 더욱 어울리는 이름이다.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면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그냥 보고
지나지 않는 협행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천화 이설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으나 그녀의 변덕은 무척이나 심했다.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녀의 잔인한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적이라도 마음에 들면 봄날의 바람처럼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천유 박진도 천화 이설에 견줄 정도의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천화 이설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부드럽고 자상한 여인이었다.
천선삼협중 가장 의협심이 강하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무공은 그녀의 그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잔인하고 독했다.
천선삼협 중 유일한 남자인 천개 태군은 잘 알려진 것이 없다.
그는 항상 자신의 모습을 잘 들어내지 않고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그가 정말
천선삼협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가끔 그 모습을 들어 낼 마다 생김새가 모두 틀렸다.
톡특한 역용술을 이용하여 모습을 자유자재로 마꿀 수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
천선삼협 중 가장 뛰어난 고수이며 무서운 인물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
또한 소문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의 독특한 행동과 기행이 동대륙에 알려진 것은 60여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동대륙에는 이상한 사건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문의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어 가는가 하면 대동국에서 유명한
무예가인 태랑가(太浪家)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일은 동대륙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 북청의 소화문, 남청의 북태파,
항산파 등 쟁쟁한 가문들이 알수 없는 집단에 의해 무너져 버렸다.
그때 신명(神命)이라는 이상한 집단이 나타나더니 공백 상태에 있는 동대륙을
차이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악행은 실로 말할 수 없었다.
부녀자와 아이를 가지리지 않았으며 관원들까지 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까지 빠질 수 있는 일이었다.
대동국 및 북청과 남청의 관료들은 서로 모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 문제는 국가간의 충돌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해결 할 수도 없었다.
또한 신명이라는 집단이 유령처럼 움직여 그 실체를 파악 할 수도 없어 군대를 동원하기도
무척이나 껄끄러웠다.
설사 군대를 동원한다해도 무공을 익힌 집단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때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두 명의 여인과 한 남자가 신명이란 집과 대적하기 시작했다.
신명이라는 알 수 없는 거대 집단과 대결하는 이들은 단 세 명에 불과 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어떻게 신명의 위치를 알았는지 그들의 주 근거지인 신림(神林)을 공격하여 신명의
수뇌부들을 모두 몰살한 것이다.
수뇌부들이 몰살당하자 신명은 뿔뿔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그들이 하늘에서 내려보낸 신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천선삼협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그 일 이후 한동안 천선삼협은 이상하고 독특한 기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의 모습이 동대륙에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그들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이 들 정도로 그들은 사라지고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그 후예라는 여인이 여기 있는 것이다.
추괴 나찰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백선녀 여사랑의 매서운 공격만은 느낄 수 있었
다. 사라졌던 천선삼협의 그 천수검이라는 것을.
백선녀 여사랑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 것 같나요?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앞으로 더욱 무서울 거예요."
그녀는 말을 하자 바로 검법의 형태를 바꾸었는데 수천 가닥의 검기가 펼쳐져
그물처럼 추괴 나찰을 감싸며 들어왔다.
앞과 뒤 그리고 위까지 모두 공격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무척이나 무서운 공격이었다.
'이런! 무섭게 조여 들어오는 구나!'
추괴 나찰은 정신없이 들어오는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적사철을 강하게 내리쳤다.
파파팟!!
기괴한 소리가 들리며 백검의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적사철이 막아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적사철의 붉은 기운이 증폭되어 백검의 하얀 그물을 찢어버리려 했으니 오히려
방탄력에 의해 추괴 나찰은 뒤로 밀렸다.
"젠장!"
추괴 나찰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최고 절기를 펼치기 위해 기를 모으며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