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이 점점 대세가 됨에 따라
MSN에서 네이트온으로 서식지를 옮겨온 한 스물 세 살 학생입니다.
네이트온의 특징은,
하단부에
[뉴스온]
[오늘의톡]
[왜떴을까]
[핫블로그]
[리얼동영상]
등으로 분류된 자극적인 제목들이 몇 초 간격으로 올라온다는 건데요,
가끔 할 일 없이 '이제 뭐하지'하면서 모니터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클릭하게 되더라구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
같은 이야기를 보고서도 느낀 바가 서로 다른 리플들을 비교하는 재미,
그중에서도 베플의 우월성은 어떤 것인가 분석하는 재미,
심심풀이로 적당한 많은 요소를 두루 갖췄더라구요 ㅋㅋㅋ
하루는 학교 후배랑 같이 귀가를 하면서
대중교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2006년 어느 봄의-_-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다시금 분노로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고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톡에 올리고 말겠노라고 다짐을 했죠 ㅋㅋㅋ (언젯적 얘기를 ㅋㅋㅋ)
그 봄날의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촌스럽게 서울에만 거주중인데요,
집안이 다 서울인데다 또 저희 집이 큰집이라
명절 같은 날에도 지방에 내려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답니다ㅠㅠ
그래서 수련회다, 수학여행이다, 그러면
늘 잠만 자고 온 기억이지만 신나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 (뭥미ㅋㅋㅋㅋ)
음, 곁길로 샜군요.
아무튼 그러한 저는 최근에 부천으로 이사를 간 작은고모댁에 갔다오는 길이었습니다.
고모는 당시 웨이브프론트라는 라식 비슷한 수술을 하셨는데
그 후유증이 너무 커서 우울증까지 오셨어요...
병원측에서 하는 말이 앞뒤가 너무 안 맞아서
소송을 걸까 생각하시던 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평범한 주부 입장에 소송은 아무래도 무리라서...
병원 홈페이지에 작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글이라도 먼저 올려보고자 하셨더랬죠.
그래서 나름 대학생이고 또 글을 쓴다는 제가 고모를 도와서
방대한 글을 밤새워 써드리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거의 논문 수준으로, 여러번의 퇴고를 거치는 과정은
다음날 저의 컨디션에 무리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모는 만족스럽다고 무척 기뻐해주셨지만요.
그 시간.
저는 밤새 복잡한 머리를 식히며
의정부 행 지하철 1호선의 어느 차량에 앉아서,
집에서부터 읽으려고 가져온 책들과 (차마 읽진 못하고)
고모가 집으로 보내는 몇 가지 짐들에 둘러싸여,
다행히 가장 왼쪽 좌석이었기에 무거운 머리는 철봉에 기댄 채
얼른 목적하는 역에 다다르기를,
반쯤은 졸면서,
소박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가 평화로이 앉아서 졸고 있는 바로 그 옆 문을 통해
어떤 시끄러운-_-커플이 침입하는 것이었습니다-_-^
여자분이 워낙 수다스러운 하이톤이셔서 평화로운 졸음은 힘들어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똘레랑스가 넘치기 때문에 뭐 거기까지는 용납할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
사실 평소에는 저도 수다스러운 하이톤이라서
그런 거 가지고 뭐라할 처지는 아니거든요 ㅋㅋㅋ
아무튼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라도 지친 머리는 좀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기에,
저는 열심히 가는 잠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써보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_-!
제 옆에 있는 철봉에 올려둔 왼쪽 팔에 뭔가 매우 불쾌한 느낌이...
그 커플녀가 제가 앉아있는 좌석을 등지고 섰는데,
그놈의 엉덩이를.... 방정맞게 제 팔에 계속 부딪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위 상해....)
신나게 뭐라고 뭐라고 떠들면서 제 팔에다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분 드럽게.
일단 팔을 내리고 잠시 천천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오... (그래도 엉덩이는 계속... 닿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이 여자,
이번엔 후드티를 입었는지 그 모자가 또 제 머리에 걸리적거리는 겁니다-ㅅ-
그때 제 머릿속 상황 ㅋㅋㅋㅋㅋ
- 이 삐리리리ㅃ$#%$^$^$를 어째야 하지
- 그래도 여잔데 나이도 꽤 있어보이는데 차마 <엉덩이로 좀 치지 마세요> 할 순 없는데 어쩌지
- 아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뇌에 포도당이 부족한 느낌이야 ㅅㅂ
- 몸에 있던 기란 기는 다 빠져나간 기분인데 이거 어쩔?
- 그게 문제가 아니야 쟤는 남친이 있어(...)
그렇지만, 머릿속에 난무하는
그런 잡소리는 다 무시하고 일단 말을 했습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저기요, 좀 치지 말아주실래요'
엉덩이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좀더 부드럽고 정중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제가 듣기에도 너무 피죽도 못 먹은듯한 목소리로 신경질적으로 말한 것 같았다, 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커플녀는 남친한테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여전히 (남친은 좀 표정이 지겨워보였습니다 ㅋㅋㅋㅋ)
엉덩이로 제 팔에-_- 박자맞춰가며 떠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비위상하게)
'저기요, 좀 치지 말라구요'
확 짜증이 나버린 저는 아까보다는 좀더 강하게 말했습니다.
커플녀, 그제야 뒤돌아 봅니다.
근데 눈을 있는 대로 험악하게 뜨고는,,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있어?!!!!!!!!!!!!!" (반사ㅋㅋㅋㅋ)
이러는 겁니다....;;;;;;;
곁눈으로 보이는 남자친구는 이런 일이 흔한지 급 민망 모드 ㄱㄱ
1호선 그 차량의 승객들은 조용히 그리고 일제히 이쪽을 바라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똑바로 쳐다보면서
'모자로 자꾸 제 머리 치시잖아요. 좀 조심 좀 해주세요' (특히 그 궁둥짝도 좀 단속하라고-ㅅ-)
라고 했습니다.
확 열이 올랐지만 차마 엉덩이 얘기는 꺼낼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놈의 구역질나는 엉덩이였지만.
그런데 이렇게까지 신사적으로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개념없는 여성분은
"니가 다른 자리 앉으면 되잖아 별 또라이 다봤네!!!!!!!!!!!!!!!!!" (이건 도대체 무슨 개념...;)
... 지금 앉아서 쉴 기운도 없는데 이걸 한 대 칠 수도 없고
옆에 좀 믿음직해보이진 않지만 남자친구까지 있고....남자친구까지 있고....남자친구까지있고....
그때 제 머릿속 상황...
- 이 삐리리리ㅃ$#%$^$^$를 어째야 하지
- 그래도 여잔데 나이도 꽤 있어보이는데 차마 <엉덩이로 좀 치지 마세요> 할 순 없는데 어쩌지
- 아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뇌에 포도당이 부족한 느낌이야 ㅅㅂ
- 몸에 있던 기란 기는 다 빠져나간 기분인데 이거 어쩔?
- 그게 문제가 아니야 쟤는 남친이 있어(...)
- 아 ㅅㅂ 나도 남친 있는데... 심지어 싸움도 잘하는데...-_ㅜ
어쩌겠습니까.
상대는 무개념 막장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옛말도 있고
아무튼 일단은 약자인 것을. (완전 꿇려씀....ㅠ)
심지어 화가 나면 체온이 내려가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못된 성질까지 발동되고 있었고 (심지어 저는 저혈압입니다ㅠㅠ)
이런 같잖은 상황으로 주목받는 것도 싫었기에,
...모멸감과 자괴감에 휩싸인 채 엉덩이가 더는 닿지 않는다는 것과 이제 곧 내린다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역 가서 자기들도 부끄럽긴 한지 다른 칸으로 옮기데요-_-;;; (그러면 그렇지-ㅅ-;)
그 여성분 아직도 앉아있는 승객 팔을 엉덩이로 방정맞게 쳐대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지 궁금하군요. 설마 매번 그러시진 않겠죠;;; ㅋㅋㅋㅋ
아무튼 그뒤로 몇 정거장 이후에 저도 하차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상황 종료.
눈물이 나더군요.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고, 그놈의 알지도 못하는 엉덩이가 더러워서, 목에서 결국 꺼이꺼이 소리까지 났습니다.
속상할까봐 말 안하려다 당시 고3이던 남친한테 문자를 했습니다.
키패드를 누르다가 속이 터져서 전화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독서실이라 나와서 받더군요.
진짜 목이 쉬어라 울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나름 재밌게 쓰려고 했는데 또 분노가 뻗쳐서 다시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ㅠ
여성분들, 남자친구랑 정답게 얘기하는 건 좋은데요,
남자친구도 별로 안 좋아할텐데 다른 사람한테 엉덩이로 장단 맞추지 마세요^^
몇년이 지난 뒤에도 상대는 분노를 느낄 수 있답니다^^
현대에 사는 신사숙녀 여러분에게는 에티켓이라는 게 있잖아요^^
물론 그런 분은 극히 소수고 이 글 보시는 분들은 그러지 않으시리라는 거 압니다만.
아 찌질한 주저리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런데요,, 저 소심해서 악플 달리면 또 온몸 부들부들 떨면서 울지도 몰라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