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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의 남편되기 -> 옵션 애가 둘

개털 |2004.05.12 19:59
조회 20,066 |추천 0

전 28세 기냥 그런 여성입니다. 뭐 딱히 내세울것도 그렇다고 막 꿀리는 것도 없는 평범한 여자인데여.

지난 겨울 만난 남친에게 옵션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남친에게 수상한 낌새를 느낀건 만난지 2개월째였습니다. 서로 좋아서 미치는데 남친의 부모님은

무턱대고 절 싫다고 한다는 겁니다. 어디 겁나서 그 집에 인사 가겠습니까? 뭐 결혼상대로 소중하게

사랑하고 싶어서 서로 집에 인사하고 건전하게 교재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습니다만,

아니 왠 점쟁이가 제가 대가 쎄서 오빠를 잡아 먹는다고 안된다는 겁니다~~!!

아니 대가 쎄긴 뭐가 쎄. 저는 오빠가 맨날 애기라고 합니다.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할라 치면

오빠가 눈 쩜만 치켜뜨고 쩜만 꽥꽥 거리면

저 바로 붑니다.. 술술술............

어느날 아침 오빠가 오후근무가 있어서 저를 출근 시켜줬습니다. 제가 질투가 많아서 오빠 핸펀

다 봅니다. 우홧홧홧홧 !!!  그 날도 어김없이 제가 핸펀을 꺼내봤는데

이런 덴장... " 애들 문제때문에 그러니까 전화좀 해줘"

이런 덴장.. 써글..

그날 아침 출근않고 회사 뒤 공원에 앉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듣지 않고는 제 정신으로 일할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빠는 26살 말인가 쯤에 이혼을 했답니다.. 애가 10살이랍니다.

아들내미구요.. 지금 오빠 나이 29살입니다.. 어디 상상이나 했겠어요? 외모는 정장차림을 잘 안하는

면바지에 니트를 즐겨입는 그런 남자친구가 어느날 아침 아들을 키우는 홀애비로 전락하고 만것입니다.

그는.. 저에게 미안하다며.. 전화 기다리겠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 공원 벤치에 앉아서 그가 떠난 공허함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이렇게 끝나는것인가 ..

저에게는 부모님의 이혼을 맞은 사춘기를 보낸 과거가 있습니다. 요란벅적하게 이혼하신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이혼,재혼 이런것들에 대한 많은 생각들로 그 시간을 보냈는데, 당사자가 되어보니

막막했습니다. 제 가치관은 결혼은 사랑으로, 이혼은 새출발, 재혼에 애는 걸림돌이 될수 없다 등등

그 나이에 정해진 가치관이 있었는데 .. 흔들렸습니다.. 아주 잠시.. 멍하니 먼곳만 바라보며..

눈물 흘렸습니다.. 그가 먼발치에서 보고 있었는지 얼마후 전화가 왔습니다.

자꾸 앉아 있지 말구 어서 가라구.. 알았다고 했지만 일어날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곁으로 다가와서 절 일으키며 출근하라며 어깨를 감싸주었습니다..

그때 제 소신대로 말했죠.

" 오빠 이혼은 죄가 아니야. 게다가 아이를 맡아서 키우는것도 더더욱 죄가 아니고, 나에게 미안한건

만나면서 부터 이야기 하지 못한것만 미안해해. 당신의 과거는 나에게 미안한게 아니라 그냥 그런 일이 있었던것 뿐이니까.."

그의 얼굴이 많이 상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리는 약간 소주도 마시고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저녁 오빠 집에 가기로 한게 너무 떨린다고 지껄이는데

오빠가 농담을 툭 던졌습니다.

" 만약 애가 둘이면 어떻게 할꺼야?"

순간 전 굳었습니다.. " 헤어져야지" 라고 하면서 전 순식간에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져.

이런 덴장.. 데기랄...

옵션이 애가 둘인 남자.. 순간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서 울어 버렸습니다.

말은 다 뱉어놨지 이건 줏어 담을수도 없구 .. 사실.. 그건 빙산의 일각이고, 전 애를 낳아서 기를

여유가 없다는 걸 순간 알수 있었죠..

경제적 여유도 없고, 시간적 여유도 없을테니 말이죠..

그 사람 무릎꿇고 빌었습니다.. 잘하겠다고 ..

전 망연자실해서 울어댔습니다.. 무슨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나 이거 참..

그날 우리는 출근도 하지 않고 둘이 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결론은 사랑으로 함께 극복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보고, 지금은 애들이 엄마라고 부르면서 잘 따릅니다.

가끔 똥침놓고 도망가는걸 잡아서 같이 똥침놓고, 화장실에서 응가하면 애들이 문열라고 보채지만

좋은 아이들입니다. 더 빨리 제 손으로 가르쳐서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수 있더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예의범절도 잘 모르고 그냥 순박하기만 한 아이들..

시어머님 말씀엔 발견당시 그지새끼들 같았다고 합니다. 애들 엄마가 애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오빠에게 말합니다. 뭐 사연은 더 깁니다. 그녀가 애들을 한달에 두번정도 본다는 것과

그 일에 동서가 개입되어 있는것.. 하지만 전 우리 오빠만 믿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할것입니다.

오빠에게 모든 명의를 제 앞으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오빠가 죽고나면 애들은 엄마를 찾아 떠날것을

전 압니다. 그게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애들이 엄마에게 가면 시댁은 저에게 등을 돌릴것입니다.

전 단지 오빠의 여자이지, 그들에게 존속되어 있는 가족이 될순 없을테니까요..

그게 세상이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사랑으로 키울 울 아이들, 그리고 사랑으로 모든걸 극복할 결심한 나..

지금은 나름대로 행복합니다.

친구들중에 애 낳은 순서대로 서열을 정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결혼해서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라는 것이 이것들의 주장인데

4명중에 저만 아가씨였다가 지금 서열 1순위입니다.

애가 둘이니까요... 냐햐햐햐햐햐햐

우리 다 같이 사돈 맺기로 했는데여. 이쁘고 멋지게 키워서 떵떵 거리고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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