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편력 (#14 & #15)

J.B.G |2004.06.11 00:36
조회 228 |추천 0

#14

전세희 변호사의 사무실에 어느날 갑자기 초희가 찾아왔다. 초희는 문 앞에서 쉼 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곧 안에서 낮이 익을 목소리가 들여왔다.

 

“네”

 

초희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그러한 초희를 세희는 태연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초희는 너무 자연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초희는 아무 말 없이 사무실에 들어와 세희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커피?”

“네...”

 

세희는 아주 오랜 손님을 맞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커피 향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뭐지?”

“네?”

“뭐가 궁금하냐고...?”

 

초희는 갑자가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이 발동했디.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시는군요.”

 

그러나 역시 세희의 말은 초희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래!”

 

초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죠?”

“네 엄마가 이신영 이라는 것!”

“그럼...”

“네가 주한씨를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초희는 다급하게 되물었다.

 

“아닌가요?”

“글쎄… 그건… 이신영 만이 알겠지…?”

 

초희에게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렇겠군요… 하지만… 아저씨도 최소한 내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군요. 내 존재를... 그러면서 왜 모르는 척 하는 거죠?”

“아니... 재환씨는 너의 존재를 몰라!”

 

초희는 다시 놀라고 말았다.

 

“어… 어떻게...”

“네 엄마가 원했던 거야!”

“도대체... 왜...”

“그게 서로를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 어리석게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전…”

“네 엄마는 널 낳기 전에 유산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어. 그래서 모두들 네 엄마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 어쨌든… 몇 달 동안 사라진 이후에 사체로 발견됐고… 모두들 유서에 있는 대로 널 유산시키고 자살한 걸로 알고 있어. 모두들… 주한씨 마저도…”

“근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네 엄마가 자살극을 벌이기 며칠 전에 날 찾아왔어… 갓 태어난 너를 안고 말야…”

 

세희는 아이를 안고 나타난 이신영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은 결국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세희가 신영게게 물었다.

 

“내게 뭘 원하죠?”

“이 아아와 조용히 살고 싶어요.”

“그래서요?”

“날 자살한 것처럼 꾸며줘요?”

“난 그럴 능력이 없어요”

“아니 당신은 있어요. 당신은 변호사고, 검사 동문들에… 경찰들 까지… 이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들을 충분이 알고있어요. 어때요?”

“내게 왜 이러는 거죠?”

“재판은 비록 졌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이 아이에 대해…”

“그래서요?”

“내가 그 의문을 모두 안고 사라지겠어요.”

“…”

 

지금 초희는 혼자 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차들이 무심코… 사람들이 무심코… 자신들의 일상에 바빠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지만… 초희만 혼자인 듯… 그들은 초희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도… 아무도 초희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집에 돌아온 초희는 혼자 다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세모난 창 사이로 둥근 달이 비취고 있었다.

 

“엄마 왜 그랬어... 차라리 다 말해버리지... 그렇게 까지 아빠를 사랑하면서 왜...”

 

 

 

 

 

#15

법정에 이신영과 선재환이 있고, 전세희 변호사가 있었다. 그리고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었다.

 

“본 법정은 피고 김주한의 간통죄를 인정한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재환의 아버지가 병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하고 누워 있었다. 재환의 일가친척과 지인 및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아주 간절히... 재환의 아버지는 서서히 숨을 거두고 있었다.

 

재환은 그의 집에서 다시 초희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어땠어요?”

“뭐가…”

“아버지의 모습…”

“글쎄… 병석에 누워 힘없이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 그 순간이 오긴 전 까지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어… 단 한번도… 차라리… 당당하게 날 훈계하실 때의 모습이 너무나 그리웠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날 훈계하시길 바랬어…”

“…”

“아버지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아버진 항상 내게 큰 나무가 되어주셨어… 든든한 나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그렇게 서 계셨지… 나를 지키고 서 계셨던 거야… 그 순간, 너무나 큰 사실을 깨달았어… 내가 혼자라는 것… 그제서야 내가 혼자 남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야… 두려웠어…”

“그런… 생각… 해 보셨어요?”

“…”

“너무 일찍 혼자가 되어버린 아저씨의 애인 말이에요…”

“그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어… 어리석게도 말야… 아버지를 잃었지만… 그녀를 얻을 수 있었는데… 놓쳐버렸어… 결국…”

“후회… 하세요?”

“후회라고…? 후회라…”

 

재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이신영이 찾아왔다. 그리고 신영은 예를 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예를 다 올리자, 곧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재환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신영은 자리를 떠났고… 재환은 무표정하게 떠나가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것이 재환이 본 신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 밤. 신영의 집에 전화벨이 울렸다.

 

“네...”

“이젠 끝났어!”

 

떨리면서 들려오는 재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신영은 그만 정신을 놓을 것 만 같았다.

 

“... 당신...”

“모든 게... 난, 아버지를 잃었고, 아버지를 잃는 순간... 당신을 잃었어... 당신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지만 둘 다 잃고 말았어… 물론, 나도 둘 다 잃고… 말야… 항소할거야! 비록… 아버진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영정에서 내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겠어! 법정에서 만나!”

 

그렇게 재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신영을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 후… 재환은 항소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연은 고소를 취하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헤어지고, 재환과 단 한 통의 전화를 주고받은 이신영은 몇 달 후 재환에게 자신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외마디 초인종이 울렸다. 그것은 세희 였다. 세희가 주한의 집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두 사람이 같이 있었네.”

“아저씨 옛날 얘기 하고 있었어요.”

“이신영이 아니고?”

“…”

“그래.. 무슨 얘기?”

“오늘은 그만 하지… 초희양”

“네…”

“아니… 옛날 얘기라니까 나도 갑자기 묻고 싶은 게 생각났어? 왜 재판 때 아무런 변론도 하지 않았어?”

“그걸… 이제 와서 왜...”

“말해 봐?”

“그만 가봐야지… 초희양. 너무 늦었어…”

“…”

“…”

“알았어요?”

 

초희는 어쩔 수 없이 그만 돌아가고, 세희와 주한만 남게 되었다.

 

“말해봐! 왜?”

“그만 해… 이제 와서… 뭘…”

“이제 와서라도… 듣고 싶어… 난… 그럴 자격 있어… 충분히…”

“…그… 여자를 너무나 사랑해서야... 아버지가 충격으로 쓰려졌는데도...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아무 말도... 그 여자가 그만둬 주기를 희망했지만... 그렇지 않았어...”

“그런데 왜 나까지 말렸어?”

“뭘...?”

“DNA 검사 말야?”

“결과는 뻔했으니까...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냐! 난 단 한번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었거든... 사실은 그것이 더 나를 화나게 해... 아직까지도... 날 고통스럽게 한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잊지 못해 고통스러워 할거야?”

“글쎄... 영원히 이 고통이 계속될지도 모르지... 아버지를 죽게 한 죄로 말야...”

“뭐하고 있을까?”

“누구....”

“이신영의 딸...”

“쓸데없는 소리... 그 앤 죽었어… 그녀가 유서에 쓴 대로… 유산됐어…”

“근데… 초희는 왜 보낸 거야?”

“보내다니… 뭘?”

“내 물음에 답하기 전에 보냈잖아…”

“너… 오늘 좀 이상해…”

“아냐… 아무것도…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갈께 나도…”

 

세희는 대답을 들었지만… 왼지 듣지 않았을 때 보다 더 화가 나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씁쓸한 기분으로 세희는 재환의 집을 나서고 있었다.

 

“빌어먹을…”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